마크롱이 프랑스 국민의 미움을 그토록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4월 17일(현지시간) 연금 개혁과 관련해 TV 대국민 연설을 하는 동안 파리 거리에서 시위대가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올린 데 대한 국민의 분노를 들었다면서도 이는 필요한 개혁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프랑스 8개 주요 노조는 "대통령이 여전히 국민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5월 1일 프랑스 전역에서 국민의 진짜 분노를 들려주겠다"라고 경고했다.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연임 2년째를 맞이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인기가 연금개혁안 추진으로 인해 대폭 하락했다. 연임에 성공했던 역대 프랑스 대통령으로는 제21대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1981~1995년), 제22대 대통령 장 자크 시라크(1995~2007년) 등이 있는데 프랑스 역대 재선 대통령 중 현 마크롱의 지지율은 26%로 최하위다. 마크롱의 지지율이 왜 그렇게 낮은지 살펴보는 가디언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If Macron doesn’t know why he’s despised, he hasn’t been listening

몇 주 전 샹젤리제 거리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식. 구호를 외치고 냄비를 두들겨대는 시위대가 근처에 얼씬하지 못하게 강철 보안 장벽으로 둘러싸인 거의 텅빈 거리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만 외로이 서 있었다. 경찰의 명령에 따라 역사상 처음으로 기념행사 주위의 넓은 지역에 대한 국민의 진입이 금지된 것이다.

마크롱은 대통령으로 처음 당선된 지 6년, 재임에 성공한 지 1년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야유와 욕설을 듣는 존재가 돼 버렸다. 프랑스 역사상 가장 젊은 대통령으로 극우를 물리치고 전통적인 분열을 뛰어넘어 변화를 가져올 희망의 상징이었던 사람이 존경받는 존재에서 경멸 당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수령 나이를 62세에서 64세로 올린 마크롱이 전국적으로 분노를 일으켰다. 그 분노의 대부분은 마크롱 자신에게 향해 있다.

프랑스 국민이 대통령에게 분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수아 올랑드, 자크 시라크도 국민으로부터 공공연히 모욕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리 경멸을 받아도 이처럼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마크롱의 지지율은 30% 아래로 떨어졌다.

나는 최근 일부 시위에 참여했고, 국민의 분노가 왜 마크롱에게 집중되는지 알고 있다. 그 분노는 부당하거나 지나치게 큰 것은 아니다. 마크롱이 2017년 대선에서 주장한 핵심 내용 중 하나는 프랑스가 주피터(제우스)와 같은, 그러니까 신들의 왕과 같은 국가수반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된 마크롱은 위에서 아래로 권력을 행사했고, 매우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했다. 이런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정부의 잘못은 그의 잘못이되는 것이다.

프랑스 국민은 연금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퇴직시 받는 최소 금액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준 것에 분노하고 있다. 마크롱은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이 보여준 대로, 국민연금을 위한 자금을 조달할 대안은 존재한다. 그러나 잘 알려진 대로 마크롱은 부자세를 철폐하고 법인세를 크게 내렸으며, 그 대가는 노동자가 치르고 있다. 마크롱은 ‘부자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그 어느 때보다 부자 최고의 동맹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 개혁은 더 이상 가장 큰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법으로 제정한 과정과 반대자들에 대한 탄압 때문에 국민의 65%가 마크롱을 잔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의 오만함 때문에 국민은 노여워할 뿐만 아니라, 그가 프랑스 사회보호 시스템의 근간을 해체하려고 한다고 믿는다.

마크롱은 의회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헌법의 예외 조항을 적용해 의회 투표를 건너뛰고 연금 개혁안을 법으로 만들어 국민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국민의 78%가 반대하고 수백만 명이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 제49조 3항을 적용한 마크롱은 자기 행동이 도발로 인식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마크롱이 분위기 파악을 전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계산된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3월 전국적인 대규모 파업 전야에 평균 연령 68세로 이미 은퇴한 시청자가 대부분인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내가 이 개혁을 즐기는 것 같나요”라고 물었다. 젊은층이 그의 무례한 말투를 흉내낸 영상들은 틱톡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경찰의 시위 과잉진압도 마크롱에 대한 반감을 고조시켜 이제는 국민의 77%가 마크롱은 ‘권위주의적’이라고 여기고 있다. 경찰이 무장하지 않은 시위대를 폭행하거나 그들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시위대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농담하는 영상들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시위마다 임의적으로 참가자가 끌려가 기소되지 않는 구금자가 수백 명에 이르러, 인권단체들은 정당한 시위를 막기 위해 정부가 경찰을 이용한다고 비난했다.

강압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마크롱이 다수의 반대를 무시하고, 핵심적인 약속을 저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시위는 커져갔다. 마크롱은 2022년 5월 대선 2차 결선 투표에서 좌파 성향 국민이 극우의 마린 르펜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기에게 투표해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마크롱은 승리 연설에서 국민의 대대적인 지지로 승리한 것이 아님을 인정했다. 마크롱은 국민이 신자유주의를 밀어붙여 프랑스가 소중히 여기는 사회 모델의 핵심을 해체하라고 그를 뽑아준 것이 아님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크롱은 이렇게 인기 없는 개혁을 무자비한 경찰력을 동원해 강행할 정도로 그가 자신의 재선에 도움을 준 유권자를 멸시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임기가 4년 남은 지금 마크롱은 ‘화합과 단합’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가 국민의 생각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인식만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TV 인터뷰에서 마크롱은 자기 입장을 유지하며 상황을 잘못 판단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가 국민을 경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고 느끼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은 마크롱은 사회자에게 ‘경멸’의 정의에 대해 설교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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