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에서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야당 의원들이 예산 강제불용을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대규모 세수 펑크가 예견된 가운데 정부가 그 해결책으로 예산을 강제로 '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의였다. 추 부총리는 이에 대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재정집행을 성실히 하더라도 늘 불용금액이 일정 부분 나온다"고 말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현재의 세수 진도로 볼 때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건 확실하다. 당초 정부는 올해 경제를 상저하고(上低下高)로 봤다. 상반기에는 부진하더라도 하반기에는 경기가 회복되고, 이에 따라 세수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5월이 다 가고 있는 지금 이런 전망을 유지하고 있는 전문가는 없다. 지난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하반기 경제 성장률을 종전 2.4%에서 2.1%로 0.3%P 낮췄다. 한국은행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더 낮추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대로 가면 이미 30조원 가까이 발생한 세수부족분이 4~50조원 대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추 부총리가 '강제불용'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예산을 쓸 수 없는 사태가 닥칠 것이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가 실시한 부자감세의 영향으로 세수 부족에 시달렸던 박근혜 정부는 2013년과 2014년에 20조에 조금 못미치는 예산 불용을 만들어냈다. 이번에 정부가 별도의 조치 없이 세수부족을 불용으로 막는다면 역대 최대 수준의 불용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부의 지출 축소가 경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아직 회복이 요원한 수출과 고금리와 고물가 환경에서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소비를 감안하면 정부의 재정지출은 성장률에 큰 영향을 끼친다. 세수부족으로 재정지출이 축소되고 이에 따라 경기가 침체하면 다시금 세수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진다. 강제불용이냐, 자연스러운 불용이냐를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추 부총리는 여전히 추경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재정 건전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빚을 낼 수는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빚을 낼 지 말지는 다음 문제로 두더라도 당장 발생한 대규모 세수 펑크를 어찌할 지부터 풀어야 한다. 지금처럼 교묘하게 불용액을 늘려 기술적으로 무마하기엔 규모가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