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당정이 꺼내든 야간집회 금지 법제화, 위헌적이고 시대착오적이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를 빌미 삼아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참으로 위헌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박 의장은 입법 추진 근거로 “밤새 이어진 술판 집회와 쓰레기·악취로 시민들이 고통을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최주호 부대변인도 “민노총 1박2일 노숙시위에서는 밤새도록 술판을 벌이거나 노상방뇨, 쓰레기 투기 등 불법행위들이 이어져 주민들에게 큰 불편을 줬다. 하지만 야간집회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들이 말하는 야간집회 금지 근거가 지나치게 터무니없다. 이들이 근거로 든 행위들은 각종 축제나 거리 응원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축제나 거리 응원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일부 문란한 행위가 야기된다고 해서 그것을 막겠다고 기본권 자체를 침해하는 제도를 만드는 건 목적과 수단의 전도다. 과거 범죄 예방 등을 명목으로 국민들 발을 묶었던 야간통행금지와 같은 전근대적인 제도를 부활시키자는 주장과 무엇이 다른가.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일부의 행위를 꼬투리 잡아서 집회·시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이를 이용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하는 건 결과적으로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기도 하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기본권 제한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만약 불가피하게 제한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필요최소한도로 그쳐야 하며,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권 제한의 기본 원리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09년 일출 전과 일몰 후에 옥외집회 및 시위를 할 수 없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한 집시법 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14년에는 일몰 이후부터 자정까지에 한해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자정부터 일출 전까지 야간시위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헌법상 판단의 틈새를 파고들어 이번 기회에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집회금지를 법제화하겠다는 노림수인 듯하다. 그러나 자정을 기준으로 한 헌재의 한정 위헌 결정을 근거로 자정부터 일출 전까지 집회는 금지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건 온당치 못하다.

당시 헌재는 자정 이후에도 시위를 금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국민 법감정과 국내 실정에 따라 국회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정부·여당이 건설노조 1박2일 집회에서 발생한 지엽적인 사안을 빌미로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건 헌재 결정 취지를 호도하는 것이다. 오히려 헌재 취지를 따르자면 국회는 집회·시위 자유 침해 범위를 최소화하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