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답형 답안지 채점 전 파쇄, 허리 숙여 사과하는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뉴시스 제공
지난달 말 치러진 국가기술자격 시험에서 답안지 609건이 실수로 파쇄되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자격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공공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자격검정 관리를 소홀하게 운영해 시험 응시자에 피해를 입힌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사고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잘못된 부분을 확인하고 저를 비롯해 관련 책임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인력공단 측 설명에 따르면, 지난 4월 23일 서울 은평구 연서중학교에서 치러진 2023년 정기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답안지 609장 전체가 채점 전에 파쇄됐다.
보통은 시험이 끝난 후 잔여 문제지 등의 인쇄물과 파지를 파쇄하는데, 산업인력공단 측의 착오로 응시생 609명의 답안지가 담긴 포대가 이 파쇄 대상물에 섞여 버린 것이다. 산업인력공단 측은 지난 20일에야 응시자 답안지 포대가 누락된 사실을 인지했으며, 21일 오전 파쇄된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어수봉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채점이 다 끝난 뒤 최종 매수를 확인하는데, 응시자수와 답안지수가 맞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국가자격시험은 480개이기 때문에 일정에 따라 채점을 하는데, 채점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제서야 인지하게 된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어 이사장은 이날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을 언급했다.
어 이사장은 "연서중학교 필답형 시험 응시자 609명에 대해 기존 합격자발표일인 2023년 6월 9일에 예정대로 시험 결과가 발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위해 추가시험을 실시하여 응시자가 6월1~ 4일 또는, 6월 24~25일 총 6일 중 하루 날짜를 선택하게 하고, 원거리 응시자는 인근 공단 지사에서 시험을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609명 중 한 명도 빠짐없이 재응시할 수 있도록 시험 응시자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연락드려 사과한 후 재시험에 대해 설명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 외 응시를 희망하지 않는 수험생은 수수료를 환불받을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또한 피해자의 금전적 피해보상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어 이사장은 "시험 응시자 609명이 받은 피해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방안을 신속히 마련하여 조치하도록 하겠다"면서 "정신적인 피해를 따지면 거의 무한대지만 상식적으로 어느 정도가 적정선인지 실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교통비, 재응시하기 위해 필요한 5~6시간가량의 시간 비용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어 이사장은 재발 방지를 위해 “자격검정 시스템에 대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점검하고, 아래로부터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탄탄히 신뢰를 쌓아 올릴 수 있는 계기로 삼아 다시 한번 국민에게 공정하고 신뢰받는 공단이 되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