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에서 시행 중인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25세 하청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한 노동자는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작업하던 중 7미터 아래로 추락했으며, 사고 당시 보호대에 달린 안전고리가 추락 방지용 구조물에 고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가 발생한 현장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이에 경찰과 고용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사고를 포함해 건설 현장에서의 사망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작년 한해만 하더라도 644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였는데, 이 중 건설현장 사망자 비율이 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이다. 또한 롯데건설과 같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50인(50억) 이상 규모에서 무려 256명(산재 사망자의 40%)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롯데건설의 경우 지난해 10월 전기아크로 인한 화재와 올해 2월 지지대 해체 작업 중 일어난 사고로 각각 1명씩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이번 사고까지 하면 1년 새 총 3번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 반이 되어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노동현장의 산재사고 현황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는 법이 현장에서 제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본래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의 안전보건확보 의무와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안전한 노동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애초 취지와는 달리 처벌수위는 낮아지고, 적용범위도 축소되면서 제정 당시부터 많은 우려를 갖게 했었다. 결국 이러한 우려는 이번 사고와 같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지만 막지 못한 안타까운 죽음으로 드러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들을 보면, 기본안전수칙 미준수로 인해 예방 가능한 사고 발생이 전체 60%를 넘고, 1년 이내 사망사고 재발도 40%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처벌과 규제’ 중심에서 ‘자기규율’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며 법률 개정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치기도 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법규를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후퇴시키고 있는 꼴이다.
오는 28일은 구의역 참사가 발생한지 7년째 되는 날이다. 김용균의 죽음도 벌써 5년째가 되어가고 있다. 더 이상 우리 사회에 이 같은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모여 그나마 한 걸음 내딛은 것이 바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이었다. 그러한 만큼 노동자의 잇단 죽음 앞에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완화가 아니라 처벌과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기업과 정부의 책임이 보다 높여가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