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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보로 드러난 유서대필 의혹 보도, ‘월간조선’은 흉기다

월간조선이 고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유서의 필체가 다르다며 위조·대필 의혹을 제기했으나, 전문가들의 감정 결과 유서는 모두 한 사람의 필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기사는 제대로 된 취재조차 없는 보도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함량미달 보도이자, 고인과 건설노조를 모욕한 사회적 흉기였다.

월간조선은 18일 '[단독] '분신 사망' 민노총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유서 위조 및 대필 의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유서 3장 중 1장은 글씨체가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며 “누군가가 양씨의 유서를 위조(僞造)했거나 대필(代筆)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보도는 사실이 아니었다. 건설노조가 양 지대장이 남긴 4개의 유서와 생전에 썼던 노조가입서, 지출결의서, 활동수첩 등을 국제법과학감정원에 맡겨 필적감정을 의뢰한 결과 모두 같은 필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와는 별도로 월간조선의 보도 직후 MBC가 복수의 문서감정사에게 필적감정을 의뢰한 결과에서도 한 사람이 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월간조선은 의혹을 제기하면서 “굳이 필적 감정을 하지 않고도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확연한 차이가 났다”고 했다. 이는 취재보도의 기본조차 없는 태도다. 제기한 의혹의 중대성을 고려했을 때, 검증과 취재가 탄탄해야 함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월간조선은 전문가들의 감정은커녕 그 어떤 과학적 검증노력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기사가 데스크를 통과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는지 월간조선은 밝혀야 한다.

해당 보도는 16일 조선일보의 ‘분신방조’ 기사에 이어 나왔다. 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이 연이어 양 지대장의 극단적 선택에 ‘배후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조선일보 보도 이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글을 남겼다. 이는 고인을 두 번 죽이는 행위이자 건설노조에 대한 터무니없는 모욕행위다. 건설노조 간부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야말로 열사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보도 아닌가”라고 개탄했다.

‘자살방조’ ‘유서대필’ 조선일보-월간조선이 꺼내든 극단적인 단어들은 32년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이 사건의 시작도 1991년 5월9일 조선일보의 기사였다. 권력을 위해 ‘상상력을 동원한 기사’를 버젓이 세상에 내놓는 언론사. 그 때도 지금도 ‘조선’이라는 언론사는 사회적 흉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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