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50만원” 양대노총 최저임금 제시안에 미조직 노동자들도 ‘공감’

미조직 노동자들 3명 중 2명 “월 230만원 이상 돼야”

민주노총 최저임금 위원과 참석자들이 24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5,377명 노동자가 체감한 지금 한국사회 2023년 전국 최저임금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올려라 최저임금 최저임금 1만 2천원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2023.05.24 ⓒ민중의소리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중심으로 제안된 노동계의 최저임금 요구안인 월급(주 40시간 기준) 250만8천원, 시급 1만2천원이 미조직 노동자들의 요구와도 비슷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24일 나왔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월 20일부터 4월 28일까지 전국에서 노동자와 시민을 대상으로 ‘체감 경기 및 임금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설문조사는 온라인과 대면 방식을 병행해 진행했으며, 설문조사 결과 분석은 결과의 객관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전체 응답자 중 양대노총 소속 조합원과 무직자, 사업주 등을 제외한 미조직 노동자 5천377명을 대상으로만 했다고 민주노총은 전했다.

또한 설문조사 응답자 중 거의 절반(49.8%)이 30인 미만 사업체 소속이며, 역시 절반가량(50.2%)이 산업단지에서 일하며, 4명 중 1명(23.6%)은 월 200만 원 미만의 임금을 받았다. 이는 최저임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미조직 노동자들이 설문조사 결과 분석에 광범위하게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문조사 분석 결과, 응답자의 10명 중 7명(69.6%)은 작년보다 생활비가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규모가 작은 가구일수록 생활비 증가에 대한 체감도는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특히 1인 가구에서는 작년보다 생활비가 증가했다고 답변한 비율이 72.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 10명 중 9명 이상은 지난 1년간 물가가 상승했고, 앞으로 1년간 물가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많이 오른 항목으로는 난방비·전기세(40.3%)로 나타났으며, 식비(33.9%)가 그 뒤를 이었다.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제 노동자들의 실생활에서 필수적인 항목들이 상당히 많이 올랐다고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인 임금이 가계의 주 소득원 또는 보조 소득원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노동자 10명 중 8명(80.6%)에 달했으며, ‘주로 개인 소비용’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17.3%였다.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가계의 주 소득원’이라는 응답이 10명 중 7명(69.6%)이었다. 민주노총은 “이는 상당수 고령 노동자들이 본인 임금만으로 전체 가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부연했다.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기준으로는 물가상승률 (46.6%)과 생계비(40.0%)에 대한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다. 생계비 중에서는 ‘노동자와 가족 생계비’(28.5%)에 대한 응답률이 ‘노동자 개인 생계비’(11.5%)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생계비(46.5%), 여성은 물가상승률(52.9%)에 대한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20대와 30대는 물가상승률, 40대 이상 중·고령층에서는 생계비에 대한 선택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민주노총은 “물가상승률에 대한 응답률이 높은 것은 최근 물가상승에 대한 노동자의 체감도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종합적으로 보면, 물가 상승률이 반영된 노동자 가족의 생계비를 최저임금의 주요 결정기준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최저임금 위원과 참석자들이 24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5,377명 노동자가 체감한 지금 한국사회 2023년 전국 최저임금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올려라 최저임금 최저임금 1만 2천원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2023.05.24 ⓒ민중의소리

이런 배경에서 응답자 대부분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우선 응답자 10명 중 8~9명(84.8%)은 올해 최저임금(시급 9천620원, 월 201만580원)이 본인과 가족이 살기에 부족하다고 응답했 다. 특히 가구 규모가 커질수록, 연령이 많아질수록 현행 최저임금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대체로 높게 나타났다. 4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약 10명 중 9명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내년 최저임금의 적정 수준으로는 ‘월 250만원 이상(시급 1만2천원 이상)’을 선택한 비율이 31.9%로 가장 높았고, ‘월 230~249만원(시급 1만1천~1만1천900원)’이 30.6%로 그 뒤를 이었다. 대략 노동자 3명 중 2명(62.5%)은 내년 최저임금 적정 수준으로 월 230만원(시급 약 1만1천원) 이상을 꼽은 셈이다.

가구 규모별로 살펴보면, 1인 가구는 ‘월 230~249 만원’(28.7%)이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이를 제외한 2인 이상 규모 가구에서는 ‘월 250만원 이상’에 대한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일각에선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사업주들이 고용을 꺼려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설문조사 결과로 드러난 현실은 달랐다. 최저임금으로 인한 실직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실직 경험이 있는 노동자가 꼽은 가장 중요한 실직 사유는 ‘자발적 이직’(32.9%), ‘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회사 어려움’(25.6%), ‘계약 만료, 공사(사업) 종료’(20.1%) 등이었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축소’는 2.6%에 불과했다. 30인 미만 작은사업장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을 실직 사유로 꼽은 비율은 3%대 미만이었다. 이 연구위원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치는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민주노총은 “결론적으로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조직 노동자만이 아니라 최저임금 영향권에 속한 대다 수 미조직 노동자들 역시 현재 최저임금 수준이 생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물가상승률과 생계비를 반영한 상당 폭의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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