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정부여당이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것을 국정 핵심목표로 삼은 듯 하다. 국민 권익을 명분으로 가장 원천적인 국민기본권을 제약하려 한다니 기가 막힌다.
국민의힘과 관계부처는 24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 제한, 출퇴근 시간 주요 도심 도로상 집회시위 제한, 밤샘집회 및 집회 후 노숙 불허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날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집회 행태는 국민들께서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 어떤 불법 행위도 이를 방치·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직무를 충실히 이행한 법 집행 공직자들이 범법자들로부터 고통받거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국가가 강력히 지지하고 보호할 것”이라며 경찰에 집회 강경대응을 사실상 지시했다.
윤 대통령 발언과 당정협의 내용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비롯한 헌법과 법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시민사회는 물론 야당까지 강력 반대해 법 개정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경찰에 강경대응을 지시한 만큼 집회시위 현장 곳곳에서 공권력과 시민들의 충돌이 빚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현 정부 들어 집회 현장에서 사소한 다툼이 강압적 체포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던 터다.
정부여당은 고 양회동 지대장 사망에 항의하며 1박2일 노숙농성을 한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빌미로 잡았다. 그러나 단체로 노숙을 하고 소란이 생긴다고 강의 둔치나 공원을 폐쇄하지 않고, 얼마 전 모 기업 뒤풀이가 소란스러워 주민 피해가 있었다고 해당 기업의 활동을 금지시키지 않는다. 몇 가지 이유를 만들어 집회시위와 이를 하는 시민들을 악마화하는 것은 실정을 가리고 정권 비판 목소리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집회시위 인식은 국민을 갈라쳐 서로 분열시킨다는 점에서도 심각하다. 24일 당정협의 명칭은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였다. 이는 집회시위를 하는 극소수와 피해를 입는 다수국민이라는 프레임으로 분열과 갈등을 선동하려는 언술이다. 세계인이 추앙하는 5.18민중항쟁, 체육관 선거를 끝내고 대통령 직선제를 얻어낸 6월항쟁,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항쟁은 독재권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해 전 국민이 누리는 분기점이 됐다. 아울러 노동자와 시민들의 집회시위를 통해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고 사회적 공론이 형성되며 사회경제적 권리가 확장됐다. 심지어 윤 대통령 역시 촛불항쟁과 탄핵에 힘입어 결과적으로 대통령 자리에 오르지 않았는가.
집회시위를 통해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분출할 수 있으나 이는 민주적 토론을 통해 정치적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이다. 또한 교통, 소음 등 불편을 민주주의를 위한 비용으로 보는 인식과 교육도 이미 자리 잡았다. 민주주의 훼손과 생존권의 위기 앞에 절박한 당사자들의 외침을 법률이나 공권력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이야말로 헌법정신이다. 정부여당은 집회시위로 무법천지가 돼 나라가 흔들린다는 공포와 불만을 조장하고 있지만 사실과 거리가 멀다. 언로를 열고 민심을 경청해야 권력이 독단에서 벗어나 부패하지 않는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임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