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 조합원들과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25일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민영화 반대!! 국가책임제 실현!! 아이돌봄 민영화 저지 공공연대노동조합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 ⓒ민중의소리
정부가 아이돌봄 서비스를 민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아이돌보미’로 불리는 노동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아이돌봄 서비스의 민영화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며 “이용자의 추가부담은 증가하고 아이돌봄 종사자의 처우는 민간에 맡겨져 열악하게 되고 돌봄의 질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아이돌봄 서비스는 부모의 맞벌이 등으로 양육공백이 발생한 가정의 만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정부가 운영하는 사업이다. 아이돌보미가 직접 집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로, 부모의 양육부담을 경감하고 시설보육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문제는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해도 이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아이돌봄 서비스 홈페이지에 공시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아이돌보미는 2만6천675명으로, 4년 전인 2만3천675명과 비교하면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그에 반해 이용가구는 지난해 기준 7만8천212명으로, 4년 전 6만4천591명에 비해 대폭 늘어났다.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자가 훨씬 많다보니 신청 후 대기 기간이 평균 24일로 긴 상황이다. 긴급·단시간 이용 수요를 대응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그 빈팀을 메우는 건 민간 돌봄 서비스다. 민간에선 주로 플랫폼 형태로 돌봄노동자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선 공공 서비스와 비교해 더 큰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게 부담이다.
이 문제를 개선하겠다며 여성가족부가 지난 2월 16일 발표한 것이 ‘아이돌봄서비스 고도화 방안’이었다. 정부는 아이돌봄서비스 신청부터 연계까지의 소요시간을 단축하고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을 완화하기 위해 AI 자동매칭 지원을 하기로 했다. 또 긴급·단시간 이용 수요에 대응하는 서비스도 시범 운영 형태로 도입한다. 다만 그 비용은 이용자 부담이다. 나아가 민간 돌봄 서비스의 품질 제고를 위해 민간 제공기관 등록제 도입을 추진한다. 현재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있으며 법안이 통과할 경우 이르면 내년부터 등록제가 시행한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 조합원들과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25일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민영화 반대!! 국가책임제 실현!! 아이돌봄 민영화 저지 공공연대노동조합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 ⓒ민중의소리
하지만 ‘아이돌보미’를 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정부의 대책을 두고 “부모와 아이들을 볼모로 돌봄 서비스를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은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아이돌봄 민영화 저지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가 발표한 아이돌봄 서비스 고도화 방안을 규탄했다.
공공연대노조는 “정부가 발표한 아이돌봄 서비스 고도화 방안의 표면적인 이유는 공공돌봄인력을 확대하고 민간의 돌봄품질을 높이는데 있다고 밝혔다”며 “하지만 속내는 현재 국가에서 운영하는 아이돌봄서비스를 민간에 개방해 아이돌봄의 국가책임을 낮추고 책임을 민간에 전가하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영화가 아니라 공공성을 높이고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명확한 해결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영훈 공공연대노조 위원장은 “앞으로는 가족센터뿐만 아니라 민간 아이돌봄 업체들도 누구나 지자체에 등록하면 제공기관의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며 “또한 이용자와 종사자의 연계를 가족센터를 통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여가부가 추진 중인 통합 플랫폼 홈페이지를 통해서 마치 인터넷 쇼핑처럼 돌봄 종사자들을 이용자가 스스로 고르고 선택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민영화가 이대로 추진되면 공공 아이돌봄은 급격히 축소되고 민간 시장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며, 민간업체들의 이윤 추구 수단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공연대노조는 공급 부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민간 서비스를 확대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들의 처우부터 개선해서 공급을 안정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 중년의 여성이 일하는 아이돌보미의 현재 보수는 시간당 9630원으로 최저임금보다 단 10원 많은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업무 강도도 높고 안정적으로 업무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다 보니 지원자도 많지 않고 일터를 떠나는 이들도 많은 현실이다.
경남에서 7년째 아이돌보미로 근무하고 있다는 황미순 공공연대노조 경남 아이돌봄 부지부장은 “그렇게 많이 양성한 아이돌보미는 모두 어디로 가고, 왜 이용자 연계가 잘 안 됐겠나. 그건 아이돌보미들이 일하러 왔다가 너무나 열악한 근로조건을 보고 그만두기 때문”이라며 “돈을 벌러 왔는데 지난 달은 30만 원, 이번 달은 60만 원, 다음 달은 얼마를 벌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찌 제대로 된 직장이라고 할 수 있겠나. 최소한의 기본소득은 보장해줘야 계속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성토했다.
노동자들은 “윤석열 정부는 민영화 정책이 이용자를 위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그건 거짓말”이라며 오히려 이용자 부담은 늘어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황 부지부장은 “실제로 정부는 이용자의 이용이 집중되는 시간에 이용 요금을 할증한다고 한다. 2시간 이하의 서비스 신청도 가능하다고 하면서 추가 비용을 이용자에게 물리겠다고 한다. 4시간 전에 긴급 돌봄도 신청 가능하다고 하면서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고 한다”며 “결국에는 서비스를 다양화한다면서 비용은 이용자가 부담하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 조합원들과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25일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민영화 반대!! 국가책임제 실현!! 아이돌봄 민영화 저지 공공연대노동조합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 ⓒ민중의소리
인천 남동구에서 아이 셋을 키우며 아이돌봄 서비스를 16년째 이용하고 있다는 ‘맞벌이 부부’ 노경진 씨도 “민영화라니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노 씨는 “처음 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할 때 대기자가 많아 1년 동안 혜택을 받지 못했다. 당시 저희 부부는 맞벌이었기 대문에 어쩔 수 없이 민간 돌봄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다”며 “한달에 100~120만원 넘게 내면서 아이드를 키우다보니 정말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가까스로 아이돌봄 서비스를 받게 됐지만 안정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려운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노 씨는 정해진 시간 내에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 코로나 시기에 서비스를 더 길게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다보니 아이돌보미들 역시 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일을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한 곳에서 2시간 일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하는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고 한다.
또한 노 씨는 “5년간 1시간 먼 거리에서 출퇴근하며 우리 아이들을 돌봐주셨던 선생님(아이돌보미)이 교통비 지원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면서 더이상 우리 아이들을 봐줄 수 없다고 눈물로 이별을 한 적이 있었다. 연차를 사용하지 못하면 주던 비용도 주지 않게 되면서 선생님들이 연차를 어쩔 수 없이 쓸 수밖에 없어서 아이들을 돌보러 와주지 못한다고 할 때도 있었다”며 “저희 아이들에겐 정말 선생님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왜교통비와 연차비를 주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왜 국가가 해야 할 몫을 왜 선생님과 이용자,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고스란히 책임져야 하느냐”고 따졌다.
공공연대노조는 “민간기업에게 아이돌봄을 넘기는 순간 아이들도, 부모들도, 아이돌봄 종사자들도 모두 불행해질 뿐”이라며 “정부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 같은 허황되고 비합리적인 정책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국가가 책임지고 서비스 질을 높일 것인가에 대해 이용자와 종사자 등 당사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아이돌봄 민영화 정책을 폐기하고 아이돌봄의 국가책임이 실현될 때까지 총파업을 포함해 모든 방법으로 조합원들과 이용자와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25일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민영화 반대!! 국가책임제 실현!! 아이돌봄 민영화 저지 공공연대노동조합 결의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