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차등’ 담긴 분산에너지 특별법, 수도권 전기료 오를까

전력자립률 낮은 수도권 “전기료 인상 우려”...지방은 “기대감”

송전탑(자료사진) ⓒ한국전력

지역에 따라 전기요금을 다르게 정할 수 있도록 근거를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등장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현재 한국의 전력 시스템인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과 대비되는 분산에너지와 그 산업을 정의하고, 활성화를 위한 지원의 근거를 포함하고 있다.

특별법에서는 분산에너지를 '전력을 사용하는 지역이나 그 인근에서 만들어 사용하는 일정 규모 이하의 에너지'로 정의하고 있다. 현재는 해안가 등 특정지역에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하고,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 등에 송전하는 중앙집중형의 전력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전력사용량 증가에 따른 대규모 발전소 건설과 장거리 송전망 건설은 지역주민과의 갈등을 불러오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전력을 소비하는 지역의 인근에서 전력의 생산에 소비하는 분산에너지로 전력구조를 전환하자는 취지다.

해당 특별법에는 분산에너지 사업의 범위를 신재생에너지사업(수소·연료전지 등)를 비롯해 연료전지발전사업, 수소발전사업, SMR(소형모듈 원자로) 등으로 규정하고, 분산에너지특화지역 지정 등 분산에너지 사업 지원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송·배전 비용 고려해 요금 차등 책정'...지자체마다 기대·우려 엇갈려


쟁점이 되는 부분은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의 근거를 담고 있는 부분이다. 특별법 제45조는 '송·배전 비용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발전소가 가까워 송·배전 거리가 짧은 울산, 경북, 전남의 경우 전기요금이 낮아지고, 송·배전망이 길어야 하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은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에 전국 자치단체들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기대감과 우려가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전력 전력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기준으로 각 지역 전력자립률은 서울 8.6%, 경기도 59.8%에 불과하다. 대전(2.6%), 대구(14.7%), 광주(8.0%) 등 대부분의 대도시 사정도 마찬가지다. 반면 발전소가 몰려 있으면서 수도권보다 인구가 적은 인천(212.4%), 강원(119.0%), 충남(221.3%), 경북(202.9%), 전남(178.8%), 부산(218.5%) 등에서는 에너지자립률이 훨씬 높다.

이에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은 최근 인상된 전기요금이 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분산에너지 활성화라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시행되면 발전소 주변지역은 지금도 전기료 할인 외에도 경제적 혜택을 보는데 추가적 혜택을 더 가져가는 것이고, 서울 시민은 전기료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해당 관계자는 "서울에 한국의 경제나 산업이 집중돼 있는데 국가적인 경쟁력도 저하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면서 "사회적인 수용성이나 국민 경제 상황을 고려해서 공론화 절차가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평택 등 일부 지역에는 발전소가 있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차등요금제의 유불리가 다를 수도 있다고 보고, 일단은 신중히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반면 인천 등 전력자립률이 높은 지역은 특별법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특별법이 통과돼서 인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인천의 전력자립률이 전국에서 높은 수준인데, 시민들이 요금 인하 등 조금이라도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게 인천시 입장"이라고 밝혔다.

특히 제주도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주도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18%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전기료 인하의 혜택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의 출력제한 문제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제주도는 기대하고 있다.

날씨 등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는 신재생에너지의 특성상 날씨가 좋은 날에는 신재생에너지 시설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제주도에도 모두 소화할 수 없는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신재생에너지 시설의 전력생산을 제한하기도 하는데, 2021년에는 65회·1만2045MWh, 2022년에는 132회·2만8853MWh로 출력제한이 시행돼기도 했다. 그러나 특별법에 따르면 특화지역 내에서는 분산에너지 사업자가 한전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기를 사고팔 수 있어, 전력저장시설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남는 전력의 활용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도입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법에는 차등요금제를 시행할 수 있는 근거만 담겨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전기사업법 등의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부는 특별법이 시행되는 내년까지 시행령 및 시행규칙, 관련 고시 등 하위법령 제정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별 차등요금제의 구체적 내용은 후속법령에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시내 전기계량기 모습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뉜다. 일각에서는 일부 지역의 전기료 인상 등 부작용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분산에너지 구조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환경 운동가 출신인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역 차등요금제 등) 부작용도 생기고,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방향은 그렇게(분산에너지로) 가야 한다"면서 "그 문제(분산에너지)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도권에 계속 몰릴 수밖에 없고, 지역은 불평등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요금이 오른다면 민간 가구에서도 소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등 에너지 전환이 일어날 것이고, 그걸 지원하는 지자체가 생길 것"이라며 "전기요금을 제대로 받으면서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지원하면 발전사나 지자체, 소비자가 다 좋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전기의 공공재 성격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지금까지 시민 모두가 단일한 요금제를 쓰면서 차등 없이 전기를 공공재로 공급한다는 의미가 있었다"면서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도입되면) 그런 공공재 성격을 약하게 하거나 뒤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발전소, 송·배전 시설 주변 지역 주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불평등한 전력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전기요금 할인을 조건으로 그런 구조가 고착화되거나 강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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