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향후 집회에 강경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경찰 특진까지 내걸면서다. 윤 청장은 폭력 행위 없이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는 집회마저도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 불법 집회가 될 수 있다고 엄포하기도 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윤 청장은 전날 ‘경비경찰 동료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서한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는 코로나가 사실상 종식되고, 각종 갈등이 표출되면서 거리의 질서가 위협받고 있다”며 “질서를 지키는 것은 곧 생명을 지키는 길이며,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서는 경찰 특히 경비경찰에 더 큰 질서지킴이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지난 5월 16일 경찰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내 곳곳에서 많은 시민들이 평온한 일상을 빼앗겼다”며 “소중한 사람과의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많았고, 심지어 타고가던 버스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걸어가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16~17일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 2일 총파업 투쟁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이런 일들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장에서 지켜만 보고 있는 경찰의 무성의와 무관심을 탓하고 있다”며 “경찰 지휘부가 현장에서 좀 더 실력있고 당당하게 법집행을 하도록 지원하지 못한다는 비난도 있다. 저부터 겸허히 반성한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그동안은 집회·시위 과정에서 다소간의 무질서와 혼란이 발생해도,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의 실현과정으로 인식하여 관대하게 대하는 측면이 있었다. 경찰 역시 강제 해산이나 현장 검거보다는 사후 사법처리를 통해 법집행을 해왔다”며 “하지만 집회와 시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자신들의 의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시대에, 선량한 다수의 사람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물적 정신적 피해를 끼치면서까지 과거 방식을 고집하는 것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청장은 ‘폭력 집회도 아닌데 경찰이 법적 근거도 없이 집회를 강제 해산하거나 금지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겉으로 드러나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불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눈에 띄는 유형의 폭력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음과 교통체증은 경우에 따라 더 큰 상처와 피해를 가져오기에 경찰에게 주어진 법률과 권한에 따라 제대로 막아내는 것이 경찰의 사명이며 존재이유”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윤 청장은 “많은 국민들이 수시로 겪고 있는 회복할 수 없는 고통과 불편에 눈감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이야말로 경찰을 경찰답게하는 첫걸음”이라며 집회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대한 일선 경찰들의 반발 움직임을 의식한 듯, 윤 청장은 ‘특진’ 등 각종 유인책을 내놓기도 했다.
윤 청장은 우선 “서울경찰청에 6개 경찰관기동대(올해 하반기 2개, 내년 상반기 4개)를 추가로 창설하고, 전국 경찰관기동대를 재편하여 경비수요가 집중되는 서울 등 수도권에 인력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근무에 동원된 경찰관이 사비를 들여 식사하는 일이 없도록 급식비를 1만원으로 증액하겠다”며 “중형승합차·방송조명차 등 기동장비와 펜스·차벽트럭 등 안전·차단장비를 신속히 확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관기동대에 특진 인원을 배정하고, 7월 민주노총의 총파업 상황이 마무리 되면 포상휴가를 실시하여 재충전의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윤 청장은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적극적 법집행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본인의 신청이 없더라도 적극행정 면책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적극행정으로 결정시 징계요구없이 즉시 면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집회에 대한 강경 대응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이 물리적 충돌을 빚다가 불상사가 발생하더라도 경찰이 책임을 지기는커녕 스스로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다.
윤 청장은 “실력있고 당당한 경찰은 현장에서의 엄정한 법집행과 경찰관 한 명 한 명의 식지않는 열정에서 시작된다”며 “전국의 경비경찰이 실력있고 당당한 경찰의 표본이 되어주길 당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