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CLS, ‘클렌징’으로 노조 집단 해고”...택배노조, 단식농성 돌입

조모상 노동자 ‘클렌징’ 이어 조합원 20명 속한 구역 10곳 ‘클렌징 예고’

택배노동조합이 26일 강남 역삼동에 위치한 쿠팡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클렌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로지틱스서비스(CLS)가 택배 배송구역을 회수하는 이른바 '클렌징'을 통해 쿠팡CLS 노동조합에 가입한 조합원들을 사실상 대량해고하려 하자 택배노조가 '클렌징 철회'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는 26일 강남 역삼동에 위치한 쿠팡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클렌징'은 실정법을 위반하고 원·하청 간접고용 제도를 악용해 '언제든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상시 해고제도"라며 "택배노동자들을 노예로 만드는 반노동 행태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쿠팡택배노조가 지난달 말 설립된 이후 한달 사이 4명의 조합원이 '클렌징'을 당했다. 또한 쿠팡CLS는 20명의 조합원이 맡고 있는 10개 배송 구역을 다음주에 '클렌징'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클렌징'이란 쿠팡CLS가 배송 위탁계약을 맺은 택배영업점(대리점)의 배송구역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쿠팡CLS가 제시하는 특정 수행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계약기간과 상관 없이 '클렌징'이 통보된다. 택배 노동자 입장에서는 원청에 의해 배송할 구역과 물량이 없어지는 것으로, 건당수수료를 받는 택배노동자입장에서는 해고나 다름없는 상황이 된다.

이미 '클렌징'을 당한 택배 노동자들은 대부분 노조활동 과정에서 쿠팡CLS 측으로부터 캠프(택배터미널)의 출입이 제한된 상태다. 쿠팡CLS 측이 일을 못 하게 해놓고 '수행률 저하'로 클렌징을 한 셈이다. 심지어 한 택배노동자는 할머니 상을 치르느라 이틀간 일을 못 한 사이 클렌징을 통보받았다.

여기에 쿠팡CLS가 예고한 대로 다음주 10곳의 배송 구역이 클렌징 되면 이곳에서 배송하던 20명의 택배노동자가 사실상 해고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에 대해 쿠팡CLS 측은 "개인 사업자인 택배기사는 택배대리점과 택배 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있음에도 택배노조는 CLS가 부당해고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불법 선동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쿠팡CLS는 택배대리점의 배송 구역을 회수했을 뿐 해고는 대리점과 택배 노동자 간의 사정이라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모상을 당한 택배 노동자에게 통보된 클렌징에 대해서도 "해당 대리점은 최대 10주가량이나 계약을 위반했다"고 조모상이 클렌징의 이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택배노조는 택배 노동자에게 물건을 배송할 구역과 물량을 회수하는 것은 해고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이날 김태완 전국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쿠팡CLS의 해명은 말뿐"이라며 "대리점과 협의해 배송 노선을 변경하는 것이라면 배송할 물량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배송 물량도 다 뺏어가면서 해고가 아니라는 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리점 물량을 클렌징으로 쿠팡이 다 가져가는데 대리점이 택배 기사에게 줄 (배송) 물량이 어디 있느냐. 구역이 회수되면 택배 기사는 할 일이 없어 사실상 해고 당하는 것"이라며 "하루 건당 수수료를 받는 택배 기사는 해고 상태가 되는 잔인하고 극악한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쿠팡CLS가 클렌징의 기준으로 내세운 수행률도 대리점이나 택배노동자들이 관리하기 힘든 구조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쿠팡CLS는 대리점과 협의한다고 하지만 쿠팡CLS가 기준을 만들고 직접 점검하고 일방적으로 (수행률을) 대리점에 통보해 진행한다"면서 "대리점이 할 수 있는 거는 수행률을 높이기 위해 택배 노동자를 쥐어짜는 것밖에 사실상 방법이 없다"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이 26일 강남 역삼동에 위치한 쿠팡CLS 본사 앞에서 클렌징 철회를 촉구하면서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완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 원영부 택배노조 경기지부장. ⓒ전국택배노동조합

노조는 클렌징은 택배 노동자를 보호하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쿠팡CLS는 클렌징이라는 희한한 제도를 시행해 쿠팡에서 일하는 택배 노동자는 아무 때나 해고당할 수 있는 위협에 놓여있다"면서 "생활물류법 11조에는 60일 이상 기간을 두고 계약 위반의 구체적인 사항을 밝히고, 이를 어기면 해고할 수 있다는 사실을 2회 이상 알려야 한다고 했는데 이것도 안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렌징이 가능하게 한 쿠팡CLS와 대리점 간 계약도 생활물류법을 위반한 내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CLS와 대리점 간 계약서 내용에는 '영업점에게 어떠한 독점적인 권리 또는 최소물량 또는 고정적인 물량의 위탁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리점이나 택배기사의 배송구역은 정해져 있지 않으니, 언제든지 회수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생활물류법 32조에 따르면 택배서비스 사업자가 영업점과 맺는 표준계약서에는 위탁하는 지역과 업무를 명시해야 한다. 영업점과 택배기사들에게 최소한의 물량을 보장하려는 취지다. 쿠팡 측은 이러한 생활물류법과 그 취지를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 사무처장은 "쿠팡CLS가 법을 안 지키는데 법을 만든 국회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고, 법을 지키는지 감시해야 할 국토교통부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제대로 현장점검, 서면조사 뭐 하나라도 제대로 했다면 지금 상황처럼 안 됐을 것이다. 국토부와 국회가 이제 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부터 단식 농성에 들어가는 원영부 택배노조 경기지부장은 "이 자리에서 단식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임금인상이나 노동환경 개선 때문이 아니라 조선시대 노비처럼 아무 때나 나가라고 하지 말라고 하기 위해서다"라며 "다음주 화요일에 쿠팡이 20명을 자른다고 한다. 국민들이 쿠팡을 야단쳐주고, 고객들이 쿠팡 게시판에 글을 올려달라. 쿠팡이 자르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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