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을 마친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로 귀국하고 있다. 2023.5.26. ⓒ뉴스1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5박 6일 일정을 마치고 26일 귀국했다.
하지만 직접 시료 채취 등 능동적인 검증은 없고 일본 측이 보여주고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한 시찰이어서, 사실상 일본의 오염수 해양투기 명분 쌓기에 도움만 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산케이신문은 25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유국희 시찰단 단장은 24일 시찰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보고 싶었던 시설은 모두 봤다’며 일본 측 협력을 평가했다.”
시찰단의 결과 발표 또한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하고 싶다”는 유 단장의 말 외에 별다른 일정 공지는 없는 상황이다.
유 단장은 이날도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공항에 홀로 나타나 간략하게 시찰단 활동을 브리핑했다. 그는 “이번 시찰 활동에서 무엇을 했는지 가급적 빨리 정리해서 설명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최종적인 종합적인 평가 발표는 따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우려스러운 지점은 없었느냐’라는 질문에도, 그는 “여러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라며 “분석 후 그런 게 있다면 말하겠다”라고 답했다.
유의미한 검증 활동 안 보여 언론과 추격전 벌인 시찰단 결과 발표도 언제인지 오리무중 “관광단으로 안전 지킬 수 없어”
시찰단의 ‘일일브리핑’을 보면, 지난 22일 첫날 시찰단은 일본 외무성·경제산업성·도쿄전력 관계자들과 만나 일자별 시찰 계획을 점검했다. 23일에는 일본이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라고 부르는 여과설비, 오염수 해양방출 전 배출 기준 만족 여부를 확인하는 시설, 오염수를 희석설비로 이송하는 이송설비, 오염수 저장탱크 누설확대방지 조치 등을 시찰했다. 24일에는 오염수 탱크에서 희석설비까지 이송하는 과정에서 이상이 감지되면 차단하는 긴급차단밸브, 오염수의 핵종별 농도를 분석하는 실험실, 알프스 처리 전후 농도분석 자료 및 고장이력·조치현황 등을 시찰했다. 25일에는 일본 외무성·경제산업성·원자력규제위원회·도쿄전력 관계자들과 기술회의를 진행하고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외교부가 26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이 후쿠시마 제1원전을 현장 시찰한 사진을 공개했다. 시찰단은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5박 6일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점검했다. (사진=도쿄전력 제공) ⓒ뉴시스
하지만 알프스 처리 전후 오염수를 직접 채취하여 비교하거나 오염수의 핵종별 농도를 직접 분석할 기회는 예고했던 것처럼 없었다. 시찰단이 낸 일일보고서 어디를 보더라도, 시료채취 등의 유의미한 능동적 활동을 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단지 일본 측에 자료를 요청하는 것으로 끝났다.
또 일본 현지에서는 취재하려는 기자와 이를 피해 다니는 시찰단 사이에서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YTN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기자들이 버스를 발견하고 버스를 쫓아가 보지만 버스는 멈추지 않았다. 기자들 입에서는 “뱅뱅 도네, 뱅뱅 돌아”라는 말만 나왔다. 결국 취재진은 유 단장 외 다른 시찰단 관계자들을 끝내 만나지 못했다.
이에, 야당에서는 “검증 없는 시찰 관광단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6일 “오염수 방류에 대한 면죄부 시찰단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그대로, 반쪽짜리 맹탕 시찰이었다”라며 “전체 5박 6일 일정 가운데, 현장점검은 단 이틀에 불과했고, 이 역시 육안으로 제조사를 확인하고 현장 관계자에게 질의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알 권리’, ‘검증을 위한 민간 전문가’, ‘검증을 위한 시료 채취’ 등 가장 중요한 3가지가 빠졌다며 “후쿠시마까지 달려가서 시료 채취 한번 하지 못한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라고 꼬집었다.
특히, 대책위는 ‘시찰단을 파견한 뒤 11년 동안 유지했던 후쿠시마 농수산물 수입 금지를 해제한 대만’을 언급하며 “국민 안전을 위해 무엇 하나 남긴 것 없는 반쪽짜리 맹탕 시찰에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한 일본과의 세계무역기구(WTO) 무역 분쟁 1심에서 졌다가 2심에서 승소하긴 했으나, 불완전한 승소여서, 시찰단의 활동이 자칫 또 다른 무역분쟁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