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정부의 특별법에 대해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은 법이라며 “후속 대책을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전세가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피해자대책위),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시민사회대책위)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의 한계와 개선방안’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안상미 피해자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우리가 마지노선으로 생각했던 것이 최우선변제금인데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무이자로 전세대출을 해주겠다는 대책을 내놨다”며 “미추홀구에만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하는 세대가 최소 500세대에 달하는 데, 정부는 이들에게 빚에 빚을 더하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 위원장은 “이마저도 전세대출만 가능해 피해자들이 사용하기 어렵다. 실용성이 현저히 부족한 정책”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무이자 대출만 강조해 홍보하며 피해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추홀구 외에는 실태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어떤 피해 유형이 있었는지도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각 피해유형별 맞춤형 대책이 나올 수 없었다”고도 지적했다.
또 “전대미문의 전세사기가 발생하고 있는 배경에는 허그가 전세가율 100%까지 보증해 준 것과 무분별한 전세대출(보증금의 최대 80%), 금융권의 무분별한 근저당 대출 등이 있었다”며 “이로 인한 재난급 피해는 현재 진행 중이며 점차 더 다양하고 큰 피해로 드러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안 위원장은 “특별법이 시행되면 시행착오 등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나올 것이 분명하다”며 “특별법은 완성된 것이 아니다. 추가적인 논의 과정을 통해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25일 본회의를 열고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특별법의 핵심은 최우선 변제 대상에서 빠진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최우선변제금만큼의 돈을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대출해 준다는 내용이다. 이외에도 ▲임차주택 매입을 희망하는 세입자에 대한 우선매수권 부여 및 금융·세제 지원 ▲거주만 희망시 공공매입을 통한 공공임대주택 제공 ▲정부 경·공매 대행 서비스 제공 ▲피해액 보증금 규모 5억원까지 확대 등이 포함됐다.
이철빈 피해자대책위 공동위원장도 특별법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대책위 요구사항이 일부 반영됐으나 정작 핵심 피해구제 대책 대부분은 제외됐다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실효성 있는 후속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선 피해자 인정 및 지원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위원장은 “현재 특별법상 피해자 인정,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 피해확인서 발급, 시중은행 대환대출 신청 등의 요건과 절차가 분절돼 있어 피해자 입장에서 행정 부담이 발생한다”며 “피해자 인정 및 지원 시스템 통합 등을 통한 행정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에 대한 지원 대책도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통상적인 주택 소모품 유지관리를 넘어서는 누수, 균열 등 시설 하자에 대한 수선유지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임차인이 성실하게 관리비를 납부하지만, 생존에 직결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각 지자체 차원에서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시설유지관리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정부에서 이미 특별법 피해자 신청을 받고 있는데, 향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피해자대책위는 피해자 인정을 위한 고소·고발 지원 활동, 집행권원 확보 안내, 이의신청, 행정 대응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법 한계 분명... 신속한 조치 뒤따라야”
세입자 법률지원센터인 ‘세입자114’ 센터장인 이강훈 변호사는 “특별법에 피해자들의 요구사항이 일부 반영된 것은 맞지만 한계 또한 분명하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 변호사는 ▲특별법 적용 대상 범위 확대 ▲보증금 채권 공공매입 방안 도입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에 대한 주거비 지원 등을 후속 대책으로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공공기관이 보증금 채권을 매입하면 경공매 시기 조절이 가능해지는 만큼 어느 정도 차액을 남길 수도 있다. 이때 공공기관이 적정 수수료 외에 나머지 차액을 임대인에게 몰아주는 방식을 적용하면 임대인에게 돌아갈 금액이 더 커진다”며 “그 사이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수는 있겠지만, 해당 주택을 공공이 보유하는 만큼 임차인의 거주도 계속할 수 있게 하면 새로 주택을 제공할 필요 없이 주거를 안정화시키고 공공의 복지 재원 투입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주택 시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전세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은데 현행법상 공인중개사가 주택 시세를 알려줄 의무가 없다”면서 “공인중개사가 전세보증금이 주택가격에 근접할 경우 못 돌려받을 수 있다는 위험을 제대로 고지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전세사기 예방대책으로 ‘임대차3법 강화’를 제안했다. 최 소장은 “임대차3법을 강화하지 않고, 전세사기와 깡통전세를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임대차3법 중 하나인 전월세 신고제도 전세가와 매매가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하는 수준이다. 이 정도로 잘못된 신고가 근절될 리 없다.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임대차3법을 강화하기는커녕 전월세신고제를 1년 더 유예하기로 했다”며 “정부는 지금보다 더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