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노총 평화적 집회, 경찰의 캡사이신 호들갑

민주노총과 총파업을 한 금속노조의 서울 도심 집회와 행진이 평화적으로 열렸다. 며칠간 불법·폭력집회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현장경찰에게 캡사이신 장비까지 휴대시킨 경찰청의 대응은 ‘호들갑’이고 ‘설레발’이었음이 드러났다.

금속노조는 31일 예고한 대로 윤석열 정권 퇴진, 노동개악 폐기, 노조법 2·3조 개정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섰다. 조합원들이 정부와 사측으로부터 불법파업이라고 공격받으며 참가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5만여명이 파업에 참가하고, 2만여명이 전국의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집계됐다. 쟁의절차를 마친 곳은 파업으로, 나머지 사업장은 총회, 교육시간, 간부파업 등을 통해 총파업에 동참했다. 정부와 사측, 보수언론은 틈만 나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를 ‘기득권노조’라 공격하지만 경제적 손실과 정치적 비난을 감수하면서 사회적 요구를 걸고 파업에 나선 것은 이를 반박한다. 노조가 사회개혁을 요구하며 연대파업을 하는 것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흔하고 일상적인 일이기도 하다.

총파업과 별도로, 경찰을 중심으로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집회에 대한 압박과 엄포가 도를 넘었다. 이날 금속노조는 전국에서 집회를 열었고, 수도권 조합원 5천여명이 서울에 모였다. 이들과 함께 건설노조 및 다른 산별노조 간부 등 2만여명이 민주노총 집회에 참석했고, 행진도 이뤄졌다. 모두 정상적인 신고절차를 거친 집회였다.

그러나 윤희근 경찰청장을 필두로 집회를 일방적으로 ‘불법·폭력’으로 낙인찍으며, 불법행위가 있으면 체포·해산 조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심지어 현장지휘관 판단으로 캡사이신을 쏘겠다며 경찰들에게 장비를 휴대하게 하겠다. 계획도 없는 야간집회를 엄단한다는 말도 나왔다. 금속노조나 민주노총이 법을 넘어 집회를 하겠다고 한 바도 없으며, 경찰이 무슨 첩보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집회종료 시간 10분이 지났다는 트집을 잡아 난리가 난 것처럼 해산명령을 방송한 것도 우스꽝스럽다. 기본권으로 보호받고, 법원도 수차례 함부로 제약할 수 없다고 판결한 집회시위에 대한 강압적인 태도는 독재시절을 연상케 한다. 오죽하면 경찰이 민주노총이 불법을 해주길 바라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까.

결국 공권력 과시는 이날 저녁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양회동 열사 추모제 중 분향소를 설치하려 할 때 이뤄졌다. 경찰은 분향소를 부수고 조합원 4명을 연행했다. 서울시의 요청에 행정대집행을 지원했다는 입장이지만, 억울한 죽음에 도심 인도나 공원에 설치해온 분향소가 국민안전에 이렇게 위해한지 되묻게 된다.

경찰을 시민안전과 기본권 보장 대신 정권수호로 내몬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건폭몰이’와 양회동 열사 죽음에 항의한 건설노조의 1박2일 투쟁을 빌미로 윤 대통령이 직접 노조 집회를 겨냥했고, 경찰 지휘부는 권력의 수족처럼 앞장섰다. 31일 전남 광양 포스코 공장 안에서 하청 노동자들의 권리를 요구하며 고공농성 중이던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위험한 상황에도 무차별 폭행 진압하고, 전날은 위원장을 폭력 연행한 사태 역시 같은 맥락이다.

경찰은 공권력을 무도하게 사용해 빚은 용산참사와 쌍용차 사태, 그리고 백남기 농민 사망을 잊어서는 안 된다. 탄핵촛불 뒤 반성하고 예방을 제도화했지만 정권이 바뀌고 지휘부가 순치되며 과거로 돌아갔다. 어렵게 얻은 수사권은 검찰에게 내주고, 국민에게 몽둥이를 휘두르는 처량한 모습이다. 무법적인 공권력을 휘두른 경찰은 무도한 정권과 함께 반드시 대가를 치렀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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