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국노총마저 등 돌린 윤석열 정부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한국노총도 윤석열 정부에 등을 돌렸다. 한국노총이 이번 정부 들어 첫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에 불참한 데 이어, 대통령 직속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탈퇴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한 것이다. 풀어야 할 노동현안이 산적했지만 이를 다룰 사회적 대화는 시작도 못 한 채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노총마저 정부와의 관계를 끊는 건 지난 보수정부 때에도 없었던 일이다. 역대 정부는 민주노총을 배제한 가운데 비교적 친정부 성향의 한국노총을 대화 파트너로 적극 활용해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그 최소한의 수준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반노동' 정책 기조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노동자들과 사회적 대화라는 걸 할 의지가 윤석열 정부에겐 애초부터 없었던 셈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극우·반노동 성향의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을 임명한 것은 노동계와의 대화 단절을 선포한 것이 됐다. 노동계의 숙원인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소유권을 침해하게 되면 공산주의가 되는 것”이라고 맹비난한 김 위원장과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확실한 윤 대통령의 모습은 다를 것이 없다.

정당한 노조 활동마저 불법화하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검찰을 동원해 탄압하는 윤석열 정권의 일련의 행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노조의 회계장부를 들쑤시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돈줄을 끊고, 이제는 노조의 평화로운 집회나 시위마저 경력과 장비를 대거 투입해 강제 진압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한국노총이라고 그 타깃에서 비껴나갈 수 없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앞에서는 대화의 손길을 내밀고 뒤에서는 농성장의 벼랑 끝에서 노동자를 폭력 진압하는 정권에 대해 이젠 무엇도 기대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현 정부와의 관계 단절을 시사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국정과제인 ‘3대 개혁’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건 노동개혁이었다. 하지만 국민의 다수인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빼고 하는 노동개혁은 실패할 것이 뻔하다. ‘주 69시간 노동시간제’ 논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양대노총을 모두 배제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이미 실패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자 김문수 위원장 교체설이 여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유인하기 위해 김 위원장을 교체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 위원장만 날리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명백한 오산이다. 여권이 진정으로 이 상황을 만회하고 싶다면 노조탄압을 중단하고 반노동 정책 기조를 바꾸는 길밖에는 없다. 그렇지 않으면 노정관계는 파국에 이를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특히 윤석열 정부가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해오던 노조 밖 취약계층에 쏠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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