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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가져가는 배달료 올랐는데…라이더는 9년째 ‘건당 3천원’

불규칙한 프로모션에 위험운행·장시간노동 내몰리는 라이더들

배민라이더(자료사진) ⓒ뉴시스

서울 강남지역에서 주로 '배달의민족' 배달을 하는 배민라이더 A(44) 씨는 지난 5월 말 이틀 사이 급격한 수입 차이를 겪었다. 비가 온 연휴인 지난 28일과 맑게 갠 29일의 건당 배달료가 크게 차이 났기 때문이다.


A씨가 29일 낮 강남지역에서 배민 주문을 배달해 지급받은 배달료는 기본배달료 3,000원에 단건 프로모션 100원을 더해져 총 3,100원이었다.

반면 비가 오는 휴일 28일 늦은 밤 마찬가지로 강남지역에서 수행한 배민 배달에 대해서는 기본배달료 3,500원에 추가할증 4,000원, 기피할증 2건으로 각각 500원, 1,000원, 기상할증 1,000원 등 모두 10,000원을 배달료로 지급받았다.

A씨가 받은 배달료가 하루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인 이유는 배민 측이 라이더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모션과 할증 때문이다. 기본배달료에 추가로 라이더들에게 지급되는 프로모션과 할증은 점심·저녁·심야 등 특정 시간대, 배달장소, 악천후 등 배달하는 조건이 나쁠수록 더 추가되는 식이다.

배민라이더 A씨의 28일 밤(왼쪽) 배달료와 29일 낮 배달료 ⓒ민중의소리

배민의 운송을 담당하는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이 배민라이더들에게 지급하는 배달료를 보면 크게 기본배달료, 기피·기상 할증, 프로모션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본배달료는 3,000원으로 고정돼 있다. 내비게이션 기준으로 배달거리 645m를 초과하면 3,500원이 주어지고, 배달거리 1.9km를 초과하면 100m당 80원이 추가된다.

할증은 눈·비가 오면 추가되는 기상할증, 배달 예상 시간이 초과됐을 경우 추가되는 추가할증이 있다. 추가할증은 주로 라이더들이 배달콜을 거부해서 예상 배달시간이 초과되는 경우 발생하게 된다. 500원·1,000원 단위로 중복 추가되거나 4,000원 등 크게 추가되기도 한다. 오토바이 진입을 막는 아파트단지나 야외 등 배달하기 어려운 '기피 지역'의 경우에는 기피할증이 추가된다.

프로모션은 배민1의 단건 배달의 경우 주어지는 것으로 100원에서 8,000원까지 다양한 금액으로 추가된다. 주로 점심·저녁 등 배달이 몰리는 시간이면 더 높아지는 식이다.

A씨의 경우 28일의 사례에서는 비가 오는 늦은 밤, 휴일 등으로 인한 할증에 오토바이를 놓고 배달지까지 걸어가야 하는 아파트 단지 등 기피지역인데다 여러 라이더들이 거부한 배달을 맡았기 때문에 배달료가 10,000원까지 지급된 것이다. 반면 맑은 날씨의 피크시간이 아닌 29일 배달에서는 기본배달료 정도만 주어졌다.

이 때문에 일당도 크게 차이 났다. A씨의 28일 수입은 50건 가까이 배달을 수행해 34만원 정도를 벌었지만, 날씨가 맑았던 29일 경우 30여건 배달을 해 16만원을 벌어 두배 넘게 차이가 난다. 29일의 경우 배달 건수는 줄었지만, A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일한 시간은 비슷했다.

프로모션과 할증은 라이더들이 배달에 나서도록 하는 배민의 유인책이다. 연휴 마지막 날, 늦은 밤, 비까지 오는 상황에 배달을 하고 싶은 라이더들은 없다. 거기다 배달하기 어려운 지역이라면 라이더들은 더욱 기피한다. 이에 할증에 프로모션까지 적용해 추가 배달료를 지급함으로써 라이더들을 유인하는 것이다.

A씨의 사례에서 보듯이 기본배달료보다 할증·프로모션이 라이더들의 실질적인 수입이 된다. 문제는 할증과 프로모션이 불규칙하다는 것이다. 프로모션·할증이 시작됐다는 메시지나 공지는 없다. 라이더들이 사용하는 '배민커넥트' 애플리케이션을 보고 짐작할 뿐이다. 배민커넥트의 'AI추천배차 모드'창의 경우, 지도에 건당 배달료 범위가 나타난다. 배달료를 나타내는 창의 배경색이 연보라색이면 보통(배달료 보통) 진보라색은 바쁨(배달료 높음) 등으로 표시된다. 진보라색이 많아지면 할증, 프로모션이 시작됐음을 알게 되는 식이다. '일반배차 모드'창에서는 콜 목록이 건당 배달료와 함께 표시된다. 일반적으로는 3천원대이지만, 4천원대로 높게 나타나면 할증, 프로모션이 시작됐다고 본다.

할증은 시간대와 날씨, 배달지역에 따라 어느 정도 예상가능하지만, 배달구역 내 배달 수요와 라이더들의 숫자 등 할증 조건이 언제 변동될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 적용이 시작되서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일정 조건이 없는 프로모션은 예상조차하기 힘들다. 짧게는 10~20분간 프로모션이 진행되는가 하면, 길면 1~2시간 진행되기도 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배민라이더들은 할증·프로모션이 진행되는 동안 한건이라도 더 많이 배달하기 위해 위험 운행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배달 종사자에게 받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당시 기준 최근 6개월간 배달 종사자 10명 중 4.3명이 교통사고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32.2%는 '배달을 많이 하기 위한 무리한 운전'이라고 사고 원인을 꼽았다. 불규칙한 프로모션이 사고 원인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밖에도 '촉박한 배달시간에 따른 무리한 운전'(42.8%), '상대 운전자의 미숙 또는 부주의'(41.4%)도 사고 원인으로 꼽혔다.(중복응답)

여기에 최근에는 프로모션의 빈도도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 중이던 2020년에는 2만원짜리 치킨을 배달해도 배달비 2만원을 받는 적도 있었다. 거리두기, 재택근무 등으로 배달 수요는 많고 이를 수행할 라이더들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대대적인 프로모션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배민뿐만 아니라 쿠팡이츠 등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달플랫폼들이 출혈경쟁을 해가며 라이더들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에 당시 라이더들의 수입도 크게 늘었다. A씨의 경우 2020년에는 1주일에 280여건을 배달해 최고 294만원까지 수입을 찍기도 했다. 배달 한건에 1만원 넘는 셈이다.

그러나 올해는 최근 1주일에 170여건 배달에 수입은 111만원에 그쳤다. 배달 건수도 줄고 수입도 줄었지만, 일하는 시간은 늘었다. 특히 프로모션이 많이 줄어들었다. 배달콜도 줄어들어 대기시간과 이동시간이 늘어났다. 배달플랫폼노동조합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는 피크시간까지 3~4시간만 일해도 20~30만원을 벌었지만, 지금은 오전부터 정오까지 13~14시간을 일해도 10~20만원 정도 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장시간 노동도 라이더들의 집중력을 떨어지게 해 사고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중학생 아들의 얼굴을 아침에 잠깐밖에 볼 수 없다는 A씨는 "코로나19 때만큼 배달료를 달라는 게 아니다.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배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며 "기본배달료가 조금만 높아져도 안정적으로 배달할 수 있다. 지금처럼 한건마다 배달료 편차가 큰 상태면 안전운행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소비자에겐 더 받아가면서 라이더에게 주는 배달료는 그대로
전문가 "라이더 희생으로 수익창출하는 셈...상생 노력 필요해"


배민의 프로모션이 줄어드는 이유는 배달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이후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되는 등 '앤데믹'에 돌입하면서 이용자들의 배달앱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전문기업 'IGA(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3월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앱의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2,922만7,535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3,586만4,693명보다 18.5% 감소했다. 쿠팡이츠와 요기요는 각각 전년 대비 49%와 27%로 크게 감소했고, 배민도 5%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라이더들도 코로나19 시기에 많이 유입됐다. 라이더들의 수입이 늘어난 상황과 고용악화 등의 영향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달 종사자 수는 2019년 상반기 11만9,626명에서 2022년 상반기 23만7,188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배민에서 진행하는 프로모션이 라이더들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인 것을 고려하면, 배달 수요는 줄고 라이더는 많으니 프로모션을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장인 방효창 두원공과대학 교수는 "배달앱의 이용자 이탈은 조금 더 진행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체적으로 완만하게 떨어질 수 있어도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고 어느 정도 규모는 유지될 걸로 보인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배달앱 문화에 익숙해져 있어서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배민라이더들로 구성된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기본배달료 인상을 요구하면서 지난달 1일부터 송파구에 위치한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연휴가 있는 5일과 27일 하루 파업을 감행하고 지난달 16일부터는 홍창의 위원장과 김정훈 배민 분과장이 단식 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노조는 불규칙한 프로모션을 줄이더라도 기본배달료를 올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홍창의 위원장은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배달료를 올리라는 요구가 아니고 배민이 프로모션을 할 돈으로 기본배달료를 올려달라는 것이 우리들의 요구"라고 말했다.

배민라이더들이 배달을 하는 것은 배민 앱에서 '배민1'으로 주문하는 건에 해당된다. 배민1은 식당 자영업자들에게 중계수수료와 배달비를 받고 주문중계와 배달을 해결해 주는 서비스다. 배민1에는 자영업자들에게 여러 요금제를 제시하는데 그중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본형 요금제의 경우, 주문 중개수수료 6.8%에 배달비 6,000원을 받는다. 배달비 6,000원의 경우 자영업자가 소비자와 분담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식당이 3천원을 부담하면 소비자가 3천원을 나눠 부담하는 식이다. 배민은 지난해 3월 이 같은 체계의 요금제를 도입했다. 이전까지 중개수수료 1천원에 배달비 5천원을 받아왔지만, 배달비를 1천원 올린 셈이다. 그러면서도 라이더들에게 지급되는 기본배달료는 인상되지 않았다.

배달의민족 배민1 요금제 ⓒ배달의민족 제공

배달비 인상에 대한 지적에 배민 측은 배달비 6,000원에 대해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료를 포함해 배민 앱 배차 시스템 운용 및 고도화를 위한 배달시스템 운영 비용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노조는 배민이 기본배달료를 제한 차액을 프로모션 등의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에는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기본배달료가 3,000원 이하로 책정돼 더 많은 차액이 생긴다. 홍 위원장은 "자영업자들에게 배민이 받는 배달료 6,000원은 전국이 똑같다. 여기서 남는 돈으로 프로모션을 할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민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통해 일정 근무일을 달성한 전업 라이더에 한해 휴가비 120만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배민의 성장에 라이더들이 기여한 만큼 라이더들이 계속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 위원장은 "배달비로 운영비용을 감당하고 6.8% 중계수수료는 고스란히 배민의 이익이 되는 것"이라며 "우리들이 배달을 안 하면 그걸 못 버는 건데, 그 이익을 우리에게 쓰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4,241억 원을 기록했다. 2021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757억원을 기록했던 것에서 흑자로 전환한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우아한청년들의 모회사다.

실제로 코로나19 시기에 대거 유입됐던 전업 라이더들은 다른 일을 찾기 위해 이탈하고 있다. A씨는 "코로나19 때 많이 유입됐다가 지금은 이탈도 많아지고 있다. 제 주변에도 3명 정도 그만두고 원래 하던 일을 하러 가거나 다른 일을 찾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기본배달료 인상 요구에 대해 우아한청년들은 "최저배달료는 기존의 배달 생태계와 다른 주체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개별 회사 차원에서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서는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라이더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이라며 상생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방효창 교수는 "최근 배달비에 대한 소비자들이 부담이 높다고 하니까 배달플랫폼이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라이더에게는 들어가는 비용을 동결해서 수익 구조를 높이는 데 활용한 것"이라며 "업계에 안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조금 더 상생 발전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자영업자와 소비자를 통해 배달료를 인상했는데 라이더에게 지금되는 배달료도 조금 더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달플랫폼노동조합 회원들이 지난 5월 26일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배달의민족 라이더 2차 파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5.26.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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