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사만화가와 미술가들이 프랑스 낭트시에서 5~6월 동안 ‘한류 카툰 콘서트’ 전시회를 열고 프랑스 시민들에게 한국 대중문화의 다양성과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한불문화예술포럼(공동대표 최승호, 이정주) 소속 한국 작가 5명은 프랑스 낭트시 국제 코스모폴리스(cosmopolis)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제10회 ‘낭트 한국의 봄(Printemps Coreen) 축제'에 참가해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1일까지 ‘한류 카툰콘서트’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 행사는 프랑스 낭트 한국의 봄 협회 주최로, 한불문화예술포럼 주관·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으로 열리게 됐다.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는 권범철(한겨레), 김상민(경향신문), 김용민(경향신문), 서민호(국민일보), 유동수(경기일보), 이용호(더 리포트), 최민(민중의소리) 등 국내 언론사 소속 시사만화가와 김호룡(캘리그라피스트), 하재욱(일러스트레이터)까지 총 9명이다.
작가들은 전시회에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 스타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예술 작품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와 함께 우호 교류 관계인 낭트시와 순천시의 시장을 함께 그린 작품도 전시했다. 프랑스 르몽드지에 50년 간 시사만화를 연재해 온 플랑튀 작가는 축하 카툰을 보내 전시회를 빛냈다. 또 전시회에선 관람하러 온 낭트시민들을 위한 ‘낭트 시민을 그리다’ 캐리커처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와 체험도 진행됐다.
지난달 24일 '한류 카툰 콘서트' 개막식에 참여한 프랑스 시민들. 2023.05.24 ⓒ'한류 카툰 콘서트' 전시회 주최측
지난달 24일 열린 '한류 카툰콘서트' 전시회 개막식은 한국의 봄 협회 회장 미라 보데쯔와 낭트시 부시장 피에르 엠마뉴엘 마레를 비롯해 한국 작가들과 프랑스 문화예술인, 시민, 자원봉사자, 정치인 등 150여 명이 참석해 성대하게 개최됐다. 현지 언론도 현장에서 취재에 나섰다.
개막공연으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의 이수자이자 대표적인 동편제 여성 명창인 김정민 씨의 판소리가 연행됐다. 한불문화예술포럼 공동대표이며, 이번 전시회의 디렉터를 맡은 최승호 공동대표는 "전시 작품들은 한국의 대표적 K-팝 그룹 BTS, 블랙핑크 등을 한국적 색채와 팝아트, 패러디, 오마주 기법 등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한류를 재해석했다"라며, "이번 전시회가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교류를 촉진하고 한류의 다양한 매력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며,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프랑스인들이 새로운 문화적 경험이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후 개막식을 찾은 프랑스 관람객들은 도슨트 역할을 맡은 최 대표의 작품설명을 들으며 작품의 의도와 배경 등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특히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프랑스 국민가수인 샹송의 여왕 에디트 피아프가 한복을 입고 있는 미인도 오마주 작품이었다. 관람객들은 동서양의 절묘한 조화에 감탄하며, 두 나라의 문화와 예술의 아름다운 융합에 매료되었다.
'한류 카툰 콘서트' 개막 공연 모습. 2023. 05.24 ⓒ'한류 카툰 콘서트' 주최측
또 한국 작가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한 관람객은 "한국의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아 전시회에 오게 됐다. 프랑스에서도 아주 익숙한 한국 대중문화예술인들을 카툰으로 접하게 되어 즐겁고 뜻깊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은 "한국 문화예술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어에 관한 관심도, 한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도 많다"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작가들은 지난달 26일엔 현지 언론 '프레스 오세앙(Presse Océan)'과 인터뷰를, 27일엔 ‘표현의 자유와 자기검열’을 주제로 프랑스 시사만화가들과 대담을 가졌다. 대담에서 한국 작가들은 "역사적으로 한국인은 탈춤으로 세상사를 풍자하고, 왕(권력)을 비판했던 해학과 익살의 민족이다. 과거엔 군부독재와 정치권력, 자본 권력에 의한 억압이 있었으나, 최근엔 네티건(네티즌과 홀리건의 합성어)의 반응에 민감해한다"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또 '정치인과의 관계'를 묻는 말에 "한국의 정치인들은 시사만화에 등장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는다. 권력이 클수록 비판의 칼날이 깊기 때문이다. 비판 대상인 정치인과 만남은 부적절할 수도 있다. 만남이 잦을수록 비판의 날은 무뎌질 수밖에 없다"라고 답했다.
28일엔 '거문고 연주와 함께하는 라이브 드로잉'이 진행됐다. 거문고 연주자 이정주 예술감독과 하재욱 작가가 함께 한 이 행사 장소의 객석 100여석은 꽉 찼다. 두 예술가는 '시간'이란 주제 아래 연주와 드로잉으로 교감하며 작품을 완성해 갔다. 관객들은 이정주 연주자의 거문고 선율과 세로 1.5m 가로 5m 크기의 캔버스에 숯으로 거침없는 선을 그리며 화폭을 누비는 하재욱 작가의 몸짓과 손짓에 집중했다.
한편, '낭트 한국의 봄 축제'는 올해로 10회를 맞은 행사다. 매년 한국의 다양한 분야 문화예술인이 참여해 음악과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지 예술인과 협업한 성과물을 프랑스 시민들에게 선보여 왔다. 프랑스와 한국 간 문화교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회 판소리, 무속, 댄스, 한복, 전통공예, 사물놀이, 국악 등 다채로운 공연 및 전시를 통해 한국 문화를 현지인들에게 알리는 데 이바지 해 왔다. 회를 거듭할 수록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역에 'K-문화예술'을 알리는 한국문화예술 페스티벌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