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대통령비서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직 대통령실 인사가 곧바로 방송통신 정책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게 된다. 현행 방통위법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의 경우 3년이 지나지 않으면 방통위원에 임명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인수위도 아닌 현직 인사가 임명된다면 그 취지를 크게 어기는 것이라 본다.
이동관 특보는 2007년 이명박 후보 캠프 공보단장을 맡았고, MB정권 출범 이후엔 2년 5개월간 청와대 대변인, 홍보수석 등 요직을 맡았다. 이 기간 동안 언론과 청와대 사이에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씨는 유독 방송 장악에 공을 들였는데 공영방송 사장을 강제로 교체하면서 파업을 불러왔고 대규모 언론인 해직 사태도 일어났다. 이 특보는 당시 '방통대군'이라 불리던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함께 방송장악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이 특보 아들의 학교폭력 연루 의혹도 있다. 이 특보 아들이 2011년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폭 가해자였다는 의혹이다. 당시 이 학교는 이 문제를 처리할 위원회도 열지 않고 이 특보의 아들을 전학시켰다는 구체적 제보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 특보가 방통위원장이 임명된다면 청문회에서 이 사건이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선거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은 측이 방송을 전리품처럼 다루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국민이 접하는 미디어에서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고 몇몇 인사를 바꾸어 방송 논조를 좌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방송을 장악한다고 해서 국정 운영에 무슨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임기가 거의 끝난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집요하고 야비한 방법으로 '찍어내고' 대통령의 측근을 그 자리에 앉히려 한다. 구시대적 사고와 행동이다.
이 과정에서 망가지는 건 공영방송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리한 경영진 교체로 회사내 갈등이 증폭되고 공영방송 고유의 가치를 지키려는 목소리가 줄어들게 된다. 심지어 이번에 대통령실은 KBS TV수신료를 전기 요금과 분리하여 납부하는 방안을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했다. 수신료를 어떻게 걷느냐는 국민의 선택과 사회적 합의에 따라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나서서 분리징수를 추진하는 건 사실상 공영방송을 없애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선을 넘어도 많이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