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에 반대하는 미국 CEO들

3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중국 외교부 장관과 악수하는 일론 머스크.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중국이 첨단제조업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를 발표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은 하이테크 제조업에서 기술 자급자족을 달성해 제조업 초강대국으로 발전하겠다는 중국의 전략을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상당수 중국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물리는 무역전쟁을 개시했다.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를 겨냥한 공격이 시작된 것도 이 때였다. 이후 바이든 정권은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를 통한 공급망 재편에 나섰고, 중국산 배터리 부품과 광물 사용에 불이익을 주는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제정했다. 게다가 미국은 첨단 반도체 제조는 물론 기술 습득의 싹부터 자르겠다는 심산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을 압박했다. 여기에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 확대로 중국에 맞섰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 등 EU 내 일부 회원국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자 미국도 디리스킹(위험 경감)을 내세우는 등 겉으로나마 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 중이다. 최근 팬데믹으로 닫혔던 중국의 국경이 열리면서 일부 미국 기업인도  디커플링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를 소개하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알자지라 기사를 축약해 소개한다. 

원문:  Beijing Says Musk Opposes Decoupling of U.S., China
 
          In China, Elon Musk talks ‘intelligent networked vehicles’

중국 외교부는 일론 머스크가 중국 방문 중 당국자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큰 두 경제의 분리에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머스크는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중국에 도착해 친강 외교부장을 만나 두 나라의 이익이 ‘몸이 붙은 샴쌍둥이처럼 분리할 수 없이 얽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성명을 통해 밝히며 두 사람이 악수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테슬라의 가장 중요한 시장이자 최대 공장이 있는 중국에 대한 머스크의 세 번째 방문은 중국이 팬데믹으로 국경의 대부분을 폐쇄한 이후 약 3년 만에 이뤄졌다.

테슬라 중국지사의 대외관계 책임자인 그레이스 타오가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공유한 중국 외교부의 발표문에 따르면 지난 5월 30일 이뤄진 회동에서 친강은 중미관계를 테슬라 차량 운전에 비유하며 핸들을 바르게 잡고 적절하게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밟으며 위험한 운전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스크 외에도 최근 몇 달 사이 애플의 팀 쿡과 화이자의 알버트 보울라 등 여러 외국 CEO들이 중국을 방문해 고위 관리를 만나고 팬데믹으로 세계 공급망에 장애가 생긴 후 처음으로 현지 시설을 방문했다.

첨단 기술 경쟁 때문에 긴장이 고조된 미중관계는 미국이 지난 2월 중국의 기체(풍선)를 격추한 후 더 악화됐고, 가운데에 낀 양국의 기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조 바이든 정권은 중국의 고급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엄격한 수출 통제를 시행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최근 미국의 메모리칩 제조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외국 기업과 협력하는 컨설팅 회사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등 외국 기업에 대한 압력을 높이고 있다.

외국 기업과 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요 용어로 떠오르고 있는 ‘디커플링’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여러 해를 거쳐 형성된 깊은 경제 및 상업적 연결을 해체하는 것을 가리킨다. 미국 당국은 중국과의 분리가 아닌 자국의 기술적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애플을 비롯한 많은 중국 진출 기업이 양국 긴장이 심해지면서 최근 ‘위험 분산’ 또는 ‘중국 플러스 원’ 전략을 내세워 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는 4월 상해에 두 번째 공장을 건설해 메가팩 에너지 저장장치를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중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발표는 지난 주말에 싱가포르에서 국방장관 회담 갖자는 미국의 요청을 거절한 다음날 나온 것으로 두 강대국 사이의 미묘한 화해가 얼마나 한계적인가를 보여줬다.

작년 당시 미국 주재 중국 대사였던 친강을 테슬라의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 초대하기도 한 머스크는 과거부터 중국의 경제 발전이 놀랍고 데이터법이 훌륭하다며 중국을 극찬했다. 머스크와 중국과의 관계는 그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 중 일부인 공화당 의원을 포함한 미국 정계에 불안감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주에는 머스크가 테슬라의 상해 공장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2019년 중국이 경쟁 강화와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자 완전 외국 소유 자동차 업체로는 처음으로 상해에 대형 공장을 설립한 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그러나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 성숙해지면서 비슷한 수준의 다양한 전기차를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현지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승용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20년 약 15%에서 작년에 거의 3분의 1 감소해 10%로 떨어졌다.

2022년 테슬라 전기차 중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됐고, 중국 시장에만 약 44만대의 전기차가 팔려 테슬라 매출의 약 22%에 기여했다. 테슬라의 중국 진출은 중국의 전기차 산업을 촉진하는 데에도 기여해 작년에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 10대 중 8대가 국내 브랜드였고 중국 전기차업체인 BYD는 중국과 전 세계 매출에서 테슬라를 앞질렀다.

한편 머스크는 중국의 다른 부처 장관들과도 만나 전기차와 지능형 네트워크 차량의 개발 및 테슬라의 중국 내 확장에 대해 논의했다. 머스크는 지난 5월 31일 왕웬타오 상무부 장관을 만나 중국의 경제발전의 활력과 잠재력을 칭찬했다. 상무부 발표문에 따르면 중미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고 강조한 머스크가 중국 시장에 대한 완전한 신뢰를 표명하며 상호 이익에 기반한 협력을 심화할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며, 미국 외부에 있는 테슬라의 첫 공장이 위치한 곳이다.

머스크는 또한 진추앙롱 산업부 장관과 만나 신에너지 차량과 지능형 네트워크 차량의 개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산업부가 발표했다. 머스크는 테슬라가 중국 내 사업을 확대하고 세계가 호환되지 않는 제품이 많은 다중 시장으로 분리되는 것을 우려하며 디커플링에 반대했다고 한다.

투자자의 관심을 환기시키려는 중국

애플 등 여러 글로벌 기업의 CEO들도 올해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최고 경제 관료로 중국 공산당 서열 2위인 리창 국무원 총리를 만났다. 중국 공산당은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외국 투자자의 관심을 다시 끌어내기 위해 반독점과 데이터 보안 단속, 컨설링 회사에 대한 급습, 중미 간의 정치 및 군사적 긴장 등에 동요하는 기업에게 안도감을 주려고 노력 중이다. 친강 외교부 장관은 올해 중국의 발전이 세계에게 기회라며 머스크를 비롯해 화이자, 리오틴토, 및 히타치의 CEO들에게 중국이 높은 수준의 개방을 결연히 추진하고 있다며 시장 중심, 법치주의, 국제화된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리 지르며 싸우는 미국과 중국

한편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스의 CEO인 제이미 다이몬은 안보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둘러싼 중미 갈등이 모두 해결 가능하다며 분리보다 동서양의 ‘위험 감소’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다이몬은 지난 5월 31일 중미가 안보와 무역 문제 해결을 위해 실질적인 대화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상해에서 열린 JP모건 글로벌 중국 정상회담에서 중미 분리, 즉 디커플링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면서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서로 소리 지르며 싸우기만 한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이몬은 이번 첫 중국 방문에서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조 바이든 대통령,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최근 위험 감소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며 “디커플링을 시도하지 말자. 중국과 중국인들에게 해를 입히려고 하지 말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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