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화도 비핵화도 없는 윤석열 정부의 새 안보전략

윤석열 정부의 대북·대외정책의 최상위 지침서인 국가안보전략서가 공개됐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라는 제목의 문서를 내놓았으니 5년 만에 다시 나온 셈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 자유, 평화, 번영의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제목이 붙은 이 문서에서는 제목처럼 전 정부와의 차별성에 강조점을 뒀다.

새 안보전략은 북한을 '위협'으로 전제한 후 한미 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이를 억제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문서에서는 또 미·중 간의 경쟁 심화를 지적하면서 자유·민주·인권 등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규범에 입각한 공정한 국제협력처럼 미국이 사용해 온 용어를 반복해 미국 중심 대외정책 기조도 명확히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종전선언과 평화협력,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은 다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정부는 5년간 한반도에 대단히 많은 관심과 시간을 투여했다"며 "지금 정부는 똑같은 문제에 접근하더라도 세계의 주류 시각, 주요 동맹세력·우군과 가치와 이익의 공감대를 마련하는 걸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표현은 그럴듯하지만 북한과의 직접적인 대화나 협상을 추진하지 않으며, 대신 '자유진영’에 기대어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이 작년 8·15 경축사에 꺼낸 '담대한 구상'은 뒤로 밀렸다. '담대한 구상'은 1년간 북한의 아무런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문서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긴 호흡으로 일관된 원칙을 견지함으로써 올바른 남북관계 기초를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남북'관계' 자체가 없으니 그 '기초'를 논할 것도 없다. 지금처럼 대화를 배제하고 억지만 강조하면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긴장은 일상이 될 수밖에 없고, 한반도 비핵화는 아예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지도 못할 것이 뻔하다.

대화와 비핵화의 자리를 차지한 건 '도발에 맞선 강력한 응징'이다. 문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비롯한 각종 도발을 적극적으로 억제하고,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면 이를 강력히 응징하고 격퇴한다"고 했다. 지난 1년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모두가 인정하는 것처럼 고도화됐다. 동시에 우리 정부나 미국이 이를 '억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도 확인됐다. 이런 현실을 반영한 듯 문서 어디에서도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이나 책략은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를 전략이라고 부를 이유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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