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구상의 인구가 최대치에 이르는 인구 정점이 아프리카를 빼면 2050년쯤, 아프리카를 포함해도 2060년쯤에는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인구 정점이 2100년쯤 올 것으로 본 유엔 예측치보다 40~50년이나 더 일찍 와서 앞으로 30~40년 뒤부터 세계 인구가 줄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것이 단점만 있는 문제가 아니며 그것이 가져올 경제적 문제가 출산 장려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지적하는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를 소개한다.
산업혁명 이후 약 250년 동안 세계 경제도, 세계 인구도 폭발했다. 그러나 21세기가 끝나기 전 중세의 흑사병 이후 처음으로 인류 수가 감소할 수 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사망률의 급증이 아닌 출생률의 급감이다.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여성 1인당 평균 출생아 수가 급락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추세를 잘 알고 있지만 그 정도와 그것이 가져올 결과는 잘 모르고 있다. 인공지능(AI)가 일부 부문의 낙관론을 이끌고 있는 와중에도 출산의 고갈은 세계 경제의 미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000년에는 세계 출산율이 여성 1인당 2.7명으로 인구가 감소하지 않고 유지되는데 필요한 수준인 대체출산율 2.1명을 훌쩍 넘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출산율은 2.3명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GDP 기준 세계 상위 15개 국가 모두 출산율이 대체출산율에 못 미친다. 여기에는 미국과 대부분의 부유국뿐만 아니라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도 포함돼 있다.
이로 인해 세계 많은 지역에서 아기의 발소리가 노인의 지팡이 소리에 묻혀가고 있다. 노령화 국가의 대표적인 예가 더 이상 일본이나 이탈리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거기에는 브라질, 멕시코, 태국도 있다. 2030년이면 동아시아에서 인구의 절반 이상이 40세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이 사망하고 충분히 대체되지 않을 경우 인구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아프리카를 제외한 세계 인구는 2050년대에 정점을 찍고 21세기가 끝날 때면 현재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아프리카도 출산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일부 환경운동가가 무엇이라고 하든, 인구의 감소는 문제를 야기한다. 세계는 아직 가득 차지 않았으며, 청년 수가 줄어들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어려움도 많다. 가장 분명한 문제는 세계의 노인을 지원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은퇴한 사람들은 노동자들의 생산물을 이용한다. 국가가 노동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은퇴자에게 공적 연금을 지급하거나, 은퇴자가 저축을 현금화해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거나, 가족이 무상으로 돌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현재 부유국에서는 65세 이상인 사람 1인당 20~64세인 사람이 약 3명 있지만, 2050년이면 이 수치가 2명 미만으로 떨어진다. 세금이 증가하고 은퇴가 늦어지며 저축자들의 실질적인 수익이 감소하고 정부 예산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노동자 대 은퇴자의 비율이 낮아지는 것은 낮아진 출산율로 인한 문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젊은 사람은 심리학에서 ‘유동 지능’이라고 불리는 것을 더 많이 갖고 있다. 이는 문제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다. 이런 젊은이의 역동성은 나이가 더 많은 노동자의 축적된 지식을 보완한다. 그리고 사회의 변화를 가져온다. 출원한 사람의 나이가 젊을수록 특허가 혁신적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노령화한 국가와 그 속에 사는 젊은이는 덜 진취적이고 더 리스크 회피적이다.
노인 유권자는 정치적으로도 변화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가 성장할 때 노인이 젊은이보다 혜택이 적어서다. 노인 유권자는 특히 주택 건설처럼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에 관심이 적다. 노령화된 사회일수록 창조적 파괴가 적어져 생산성 성장이 저하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막대한 기회 손실로 이어진다.
종합적으로 보면 낮은 출산율을 위기로 여기고 해결해야 할 문제로 취급하기 쉽다. 그러나 출산율 급락의 원인 자체 중 다수는 긍정적이다. 사람들이 부유해지면서 아이를 더 적게 가지는 경향이 있다. 일과 가정 사이의 선택이 예전에 비해 그 내용이 다양해졌다. 이것은 좋은 일이다. 포퓰리스트 보수주의자들은 낮은 출산율을 사회 실패 현상으로 보고 가정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가치로 돌아가자고 하는데 이는 옳지 않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좋은 일이며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자유주의자들이 이민을 장려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또한 잘못된 진단이다. 부유국에서 이민은 현재 기록적으로 많이 이뤄져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출산율 하락은 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21세기 중반부터는 전 세계가 젊은 고학력 노동자 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여론조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현재보다 많은 자녀를 원한다고 응답한다. 이런 열망과 현실 간의 차이는 이들이 더 많은 자녀를 가질 금전적인 여유가 없거나, 주택 부족이나 불임 치료의 부족 등 다른 정책 실패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경제적 발전 때문에 출산율이 대체출산율 미만으로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출산 장려 정책의 성공률은 매우 낮다. 일례로 싱가포르는 넉넉한 보조금, 세금 감면과 육아 보조금을 제공하지만 출산율은 1.0에 불과하다.
세계의 가난한 이들의 잠재력을 개발하면 출산율을 높이지 않고도 젊은 고학력 노동자의 부족을 완화할 수 있다. 중국 아이들 중 3분의 2는 농촌에 사는데 대부분 열악한 학교에 다니고 있고, 인도의 25세~34세 연령대의 대부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아프리카 젊은이는 수십 년 동안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들의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들이 활발히 도시로 모이면 이 젊은 이주자가 침체된 경제에서 사회 혁신을 이끌 역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경제 개발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부유해진 지역은 그만큼 빨리 노령화한다. 그러므로 세계는 결국 적은 젊은층과 (아마도) 인구 감소를 견뎌야 한다. 이를 감안할 때 최근 AI의 발전이 이보다 더 시의적절할 수가 없다. AI가 곳곳에서 활용되는 초생산적인 경제라면 더 많은 수의 은퇴자를 지원하는 것이 수월해질 것이다. 그리고 AI가 더욱 발달해 자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면 인간 두뇌의 필요성도 줄어들 수 있다. 또 AI가 로봇 기술과 결합되면 노인을 돌보는 것도 노동집약적이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이런 혁신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높을 것이다.
만약 기술 발전이 인류의 출산율 급락을 극복할 수 있게 한다면 이는 역사적인 패턴과 일치한다. 18세기에 토마스 맬서스가 인구 폭발로 대규모 기근을 예측했지만 예상치 못한 생산성 증가 덕분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기가 적게 태어난다는 것은 인간의 창의력과 천재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것 또한 인간의 창의력과 천재성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