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하고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에 전면으로 나선다.
한국노총은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탄압 분쇄와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을 공식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권력 놀음을 끝장내기 위한 윤석열 정부 심판 투쟁에 한국노총 전 조직이 하나되어 싸울 것을 당당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비교적 친정부 성향의 한국노총마저 정부와의 관계를 끊는 것은 지난 보수정부 때에도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다. 역대 정부는 민주노총을 배제한 가운데 한국노총을 대화 파트너로 적극 활용해왔다. 노동정책의 절차적 정당성을 최소한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에서 한국노총이 결국 등을 돌린 것은 그만큼 정부의 ‘반노동’ 정책 기조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노총은 전날 광양에서 제100차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 방침을 결정했다. 나아가 경사노위 탈퇴 여부에 관한 결정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에게 전권 위임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악과 각종 노동탄압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대화의 끊을 놓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이제 그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 결정적 계기는 광양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금속노련 간부에 대한 경찰의 폭력 진압이었다.
한국노총은 “한국노총 최대 산별 위원장 및 사무처장에 대한 폭력 진압과 구속은 한국노총을 사회적 대화의 주체이자 상대로 인정한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폭거”라며 “윤석열 정부의 법과 원칙은 공권력을 무기로 노동계를 진압해 굴복시키겠다는 말에 다름 아님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동자 전체를 적대시하며 탄압으로 일관하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전면적인 심판 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한다”고 천명했다.
그는 “이번 광양사태에서 보듯이,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우리의 힘으로 멈추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광양사태는 계속될 것이고, 이는 2천500만 노동자와 모든 국민의 불행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은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의 전면중단을 선언한다”며 “노동계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철저히 배제하는 정부를 향해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광양사태 해결만이 사회적 대화 복귀의 전제조건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노조에 대한 태도와 노동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경사노위에 다시 참여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사과하거나 구속자를 석방하는 것을 경사노위 복귀 조건으로 삼지 않겠다”며 “지금은 우리가 (복귀 조건으로) 어떤 요구를 해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윤석열 정권이 노동자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가지 행동이나 정책을 통해서 한국노총이나 노동자들에게 다가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사노위 탈퇴 여부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에 따라 달렸다며 당장 결정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의 변화가 없다면 언제든지 탈퇴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 한국노총을 다시 유인하기 위해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서도 분명히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김문수 위원장의 노동폄하 발언이나 과거 전력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은 (노사정) 간담회에 참석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광양사태가 터지고, 그동안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이 누적되다가 한 번에 폭발하면서 경사노위 참여를 중단하게 된 것”이라며 “그래서 김문수 위원장을 교체하더라도 경사노위를 재개하는데 어떤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고용노동부를 향해선 강한 분노를 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전날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 결정에 대해 “정부의 법과 원칙에 따른 정당한 법집행을 이유로 경사노위에서의 사회적 대화를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과도하게 공권력을 집행한 것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국노총 출신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며 “(한국노총) 족보에서 파버리겠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향후 투쟁 방향에 대해선 “그동안 조직 내부의 단결과 협상 투쟁에 무게를 실어왔다면, 이제는 민주노총을 비롯해서 밖에 있는 다양한 노동자들하고 연대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윤석열 정권이 마음 놓고 한국노총을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의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기대는 측면이 하나 있고, 양대노총을 갈라치기 하고 조직 내부를 분열시켰기 때문”이라며 “그런 잘못된 행동을 이제는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광양에서 열린 긴급 투쟁 결의대회에서도 “총선과 대선의 과정에서, 그리고 윤석열 정권의 극악무도한 노동탄압의 과정에서 우리가 하나로 뭉쳤다면,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면, 이번 사태가 일어났겠느냐”며 조직 내부의 단결을 호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