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답정너식’ 출석 요구에 건설노조 위원장 “양회동 열사 장례 후 자진 출두”

‘12일 출석’ 조율해 놓고 돌연 ‘8일 출석하라’ 통보한 경찰, 건설노조 “어떻게 해서든 위원장 구속하겠다는 것”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일대에서 열린 ‘양회동 열사 염원실현, 노동·민생·민주·평화 파괴, 윤석열 정권 퇴진’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윤석열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5.17 ⓒ민중의소리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 2일 집회에 대한 경찰의 출석 요구가 답정너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출석 대상자 중 한 명인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경찰에 출석 의사를 밝히고 최종적으로 12일에 출석하는 것으로 조율까지 마친 상황이었지만, 경찰이 돌연 출석 일자를 앞당겨 통보하면서다.

건설노조는 경찰이 양회동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분신 사망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장 위원장 구속을 염두에 두고 무리한 출석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양 지대장 장례의 상주이기도 한 장 위원장은 "장례를 다 마무리하고 자진 출두하겠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8일 양 지대장의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출석요구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장 위원장은 "저희들은 지난달 11일, 정부에 대한 요구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를 해체하고, 6개월 넘게 건설노조를 압수수색하고 구속시킨 윤희근 경찰청장을 파면하고, 노사정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기자회견을 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1박 2일 상경 집회를 하겠다고 얘기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윤석열 정권이 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저희들의 1박2일 집회를 불법으로 매도해 출석하라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정권이 임의대로 집회 시간을 조정해서 (그것을 어기면) 불법이라고 한다. 건설노조는 이게 맞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도 부모가 돌아가시면 장례를 치르고 다시 수감된다. 저는 상주로서 유가족과 모든 장례 절차를 마무리하고 자진 출두하겠다"고 밝혔다.

고인의 친형인 양회선 씨는 "동생은 가족도 무척 사랑했지만, 함께 일하면서 땀 흘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분들도 사랑했다"며 "동생의 유지를 받들어 온전한 장례가 끝나는 날까지 장 위원장과 함께 상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5월 18일 장 위원장 등 건설노조 간부 2명에 대해 같은 달 25일까지 출석하라는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이는 전날 윤희근 경찰청장이 직접 언론 브리핑에 나서 건설노조의 1박 2일 집회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신속하고 단호한 수사"를 천명한 데 따른 조치였다. 

애초 장 위원장은 6월 1일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였다. 하지만 경찰은 5월 25일 장 위원장에게 '6월 1일까지 출석하라'는 2차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이후 서울시가 건설노조를 추가 고발하면서 변수가 생겼고, 장 위원장 변호인은 고발장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하기 위해 출석 일자 조정을 요청했다. 이후 남대문경찰서 측과 조율을 한 끝에 6월 12일에 출석하기로 했다. 건설노조는 이 같은 사실을 5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바 있다.

그런데 남대문서가 돌연 6월 1일, 3차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양측이 조율한 12일이 아닌 8일에 출석하라는 내용이었다. 건설노조의 항의에 담당 경찰관은 "상부의 지시"라고 말했다고 건설노조는 전했다.

건설노조는 경찰이 사전에 조율됐던 날짜보다 나흘 앞당겨 일방적으로 출석을 통보한 건 장 위원장 구속을 위한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건설노조는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양 지대장 장례를 다 마친 뒤 경찰에 자진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이다.

건설노조 김준태 교육선전국장은 "단순하게 16~17일 집회에 대한 것을 묻는 게 아니라 건설노조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양회동 열사의 투쟁에 대해 건설노조를 억압하고자 하는 강압적인 행태라고 판단한다"며 "저희가 출석 의사를 재차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출석요구서가 날아오고, 담당자는 '상부의 지시'라고 얘기하는 걸로 봐서는 어떻게 해든 장 위원장을 구속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경찰은 노조와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출석해서 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상주인 장옥기 위원장은 장례를 마무리하기 전까지는 출석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통제된 민주주의다. 윤석열 정권이 바라는 노조는 굴욕적인 노조"라며 "민주노총은 광범위한 시민사회와 함께 '윤석열 퇴진 운동본부' 구성을 제안했다. 박근혜 퇴진을 만들어 냈던 민중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줄 작정"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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