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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짜 문제, 10년째 방사성 물질 새고 있다

[오염수 방류 숨은 쟁점 ⑥] 원전사고 당시 방출된 900PBq 방사능과 10여년 누출 오염수는 왜 방류 안전기준에 적용 안 하나

(자료사진)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 소재 후쿠시마 다이이치(제일) 원자력 발전소의 전경. 2021. 2. 22. ⓒ사진 = AP


일본 정부가 자국민과 세계를 상대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를 설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반복·강조하는 게 있다. “국제기준”을 준수하여 버리면 괜찮다는 주장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 같은 관점을 강요하다시피 한다. 여러 건의 보고서를 통해 일본이 어떻게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오염수 방류를 준비하고 있는지 반복해서 전하는 식이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도 다르지 않다. 국제기준을 지키면 괜찮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중국 원전에서도 오염수가 나온다”며 아예 일본을 변호한다. 얼마 전 후쿠시마를 둘러본 시찰단도 비슷한 관점에서 시찰 결과를 발표했다. 오염수를 충분한 양의 바닷물로 희석해 기준치 이하로 바다에 버릴 능력이 있는지 등에 대해 시찰했다고 밝힌 것을 보면, 시찰단 역시 바다에 이미 버렸거나 버릴 방사성물질 총량을 따질 생각은 없어 보인다. 이런 식이면, 바다에 못 버릴 오염수나 독극물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이 같은 기준을 후쿠시마에 적용해도 되는 것일까?

현재 일본이나 IAEA 그리고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에 적용하는 국제기준은 ‘사고가 안 난 원전’에 적용했던 기준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원전에 적용하던 안전기준을 후쿠시마에 적용했을 때, 간과하게 되는 문제들이 있다. 첫째는 2011년 3월 원전 폭발 직후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방출돼 태평양 바다를 심각하게 오염시켰다는 점이고, 둘째는 그해 4월 일본이 의도적으로 대량의 오염수를 바다에 무단 방류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세 번째는 10여 년 동안 일본이 통제하지 못해 이미 바다로 흘러간 오염수가 있고 현재도 오염수가 새고 있다는 점이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 자료사진 ⓒ뉴시스

“전 세계 시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


사고 직후 대량으로 방출된 방사성물질, 일본이 무단 방류한 오염수, 일본이 통제하지 못해 지금도 새고 있는 오염수 등 세 가지 문제는 현재 일본 오염수 방류 계획에서 논외가 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바다로 흘러간 방사성물질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이게 얼마나 바다를 오염시켰는지 제대로 조사·발표한 바도 없다. 일본과 IAEA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올해 여름부터 방류할 오염수에 대해서만 국제기준을 지키면 된다는 식의 관점을 반복해서 선전할 뿐이다. 그리고 그 효과로, 진짜 중요한 세 가지 문제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지난 4월 11·26일과 이달 8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이 같은 일본과 IAEA 등의 접근 방식에 대해 “‘진짜 문제’를 가리기 위한 ‘쇼’이자 사기극”이라고 분노했다. 일본이 바다로 흘러가는 진짜 위험한 오염수 문제, 의도적으로 방류한 오염수 문제 등을 가리기 위해 ‘앞으로 버릴 오염수만 국제기준을 지키면 된다’는 관점을 반복 선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도 지난달 31일 기자회견과 최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 등에서 “지금도 전체 오염수의 10% 정도가 바다로 새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그런 상황에서 또 오염수를 배출한다면 위험이 추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료사진) 2011년 3월 12일 오후 4시께 어제 오후에 도쿄 북동쪽 지역에서 일어난 대지진의 영향으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이 폭발하는 모습. ⓒ뉴시스

가려진 사실 ①
폭발로 누출된 방사능만
500~900 페타베크렐
대부분 바다로 향했다


후쿠시마 사고는 원자력발전소가 해안가에 위치한 탓에 상당한 양의 방사성물질이 바다로 방출된 최초의 원전 사고였다.

세계 원전산업 기업을 지원하는 세계원자력기구(WORLD NUCLEAR ASSOCIATION, WNA)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직후 4~6일 동안 940 페타베크렐(PBq) 규모의 방사능이 외부로 방출됐다고 추정했다. (▶ WNA) 불안전한 방사성물질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붕괴하면서 방사선을 방출하는데, 1베크렐(Bq)은 1초에 방사성물질 하나가 붕괴하는 비율을 뜻한다. 1페타는 1000조로, 940 페타베크렐은 1초에 940조개의 방사성 핵종이 붕괴하는 규모다. 참고로, 2021년 4월 도쿄전력 자료에 따르면 일본이 올해 여름부터 해양방류를 시작하겠다는 125만t의 오염수에는 방사성물질 삼중수소만 780조 베크렐이 담겼다.

국제학술지인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실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비교 : 환경 영향에 대한 검토’ 논문에서도 최대 800 페타베크렐의 방사성물질이 대기로 방출됐다고 추정했다. (▶ 종합환경과학에 실린 논문)

후쿠시마 원전 폭발 당시 대기 중으로 방출된 방사성물질은 대부분 일본 본토로 향하지 않고 바다로 향했다. 유엔 산하 과학조사위원회는 이렇게 대기 중으로 방출된 세슘 중 80%가 바다에 떨어졌다고 추정했다. (▶ 유엔 과학위 보고서) 체르노빌 사고에서 바다로 향한 세슘이 7%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양의 방사성물질이 바다를 오염시킨 것이다.

일본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에 적용하는 국제기준과 영향평가에서 이 사실은 논외가 되고 있다.

(자료사진)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4월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한미양국의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방류) 반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내용의 손 피켓을 들고 있다. 2023.04.25 ⓒ민중의소리

가려진 사실 ②
흘러나온 고농도 오염수
일본의 오염수 무단투기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후 상당한 양의 고농도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갔다.

일본 공영방송 NHK 보도를 보면, 2011년 4월 2일 후쿠시마 원전 취수구 부근 해수에서 기준치의 750만 배에 달하는 방사성물질 요오드가 검출됐다. (▶ NHK) 엄청난 농도의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가는 게 처음 발견된 것이다. 이후 도쿄전력은 누출이 의심되는 지점을 각종 방법으로 틀어막았다. 그런데도, 취수구 부근 해수의 방사능 농도는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많게는 기준치의 몇십만 배에서 적게는 수백 배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 유엔 과학위원회는 2020/2021년 보고서에서 “세슘의 농도는 그다지 빠르게 감소하지 않았다”라며 “모니터링 결과 배출구에서 세슘의 농도가 산발적으로 증가했으며, 그중 일부는 폭우와 일치했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통제하지 못한 오염수가 계속 바다로 흘러갔던 것이다.

오염수가 발생한 원인은 냉각수와 지하수·빗물 때문이었다.

도쿄전력은 ‘데브리’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주입했다. 폭발한 원전의 핵연료가 녹으면서 주변 구조물과 뒤엉켜 덩어리가 된 방사성물질을 ‘데브리’라고 부르는데, 이 양은 대략 880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데브리에서 강력한 방사선이 나온다는 점이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특수 제작한 여러 로봇조차 다가가다 작동을 멈췄다. 그래서 데브리는 현재의 기술로는 제거가 불가능하다. 도쿄전력은 이 데브리를 식히기 위해 계속 냉각수를 부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데브리와 만난 냉각수는 오염수가 됐다. 지하수와 빗물은 사고 이전부터 문제가 됐다. 일본은 냉각수를 끌어 올리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원전 부지를 바다 수면과 가깝게 깎았는데, 이 때문에 사고 이전에도 도쿄전력은 원전 부지 안으로 유입되는 지하수를 퍼 올려야 했다. 사고 후 유입된 지하수는 데브리를 만나 끔찍한 오염수가 됐다.

이렇게 매일 850t의 오염수가 발생했다. 오염수를 보관할 탱크가 없었던 일본은 2011년 4월 이 1만t이 넘는 오염수를 무단 방류했다. (▶ NHK) 이 같은 사실들도 국제기준과 영향평가에서 논외가 되고 있다.

(자료사진) 세슘 물고기 공개 ⓒ출처 : 데일리 메일

가려진 사실 ③
아직도 새고 있는 오염수


일본은 오염수가 생성되고 바다로 새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공사를 진행했다. 그 중 대표적인 공사가 얼음벽 설치였다. 일본은 영하 30도의 ‘냉동 파이프’ 1500여개를 30미터 깊이로 박아 땅을 얼리려 했다. 후쿠시마 원전 주위 땅속에 얼음벽을 형성해 지하수 유입을 차단하고, 원전 내부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 나가는 것을 막으려 했던 것이다. 보통 이 공법은 건설 등에서 한정된 공사기간에 소규모로 사용하는 공법이지만, 일본은 이를 영구적인 오염수 차단 수단으로 사용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일부 오염수 유입이 줄긴 했지만, 얼음벽 설치 이후에도 매일 400t의 오염수가 생성됐다. 이조차 강우량이 줄면서 오염수 생성이 줄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지난해 1월에는 ‘냉동 파이프’에서 냉매 4t이 흘러나왔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이는 곧 오염수 누출 증가를 의미했다. IAEA는 2015년 보고서에서 일본의 여러 조치로 매일 생성되는 오염수가 140t까지 줄었다고 했지만, 이는 비교적 방사능 농도가 낮은 지하수를 더 오염되기 전에 지상으로 끌어올려 곧바로 해양으로 방출한 결과였다. 도쿄전력은 이 문제가 논란이 되지 않도록 어민에게 지속적인 보상을 하고 있다. (▶ IAEA 2015년 보고서)

진짜 문제는 일본의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다로 새어 나가는 오염수가 있다는 것이다. 한병섭 소장은 “도쿄전력이 원전 앞바다 해수 방사능 농도를 측정해서 공개하고 있는데, 이 자료를 보면 일반 바닷물에 없어야 할 방사성 핵종이 비슷한 농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라며 “오염수가 계속 새어 나오고 있다는 것 말고 설명할 길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통상 지하수는 사람이 무슨 수를 써도 10~20%는 유출될 수밖에 없다”라며 “그럼 생성되는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의 오염수를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일본이 그러지 않고 있다. 일정 정도의 오염수 유출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 달 동안 채취한 물고기 30여 마리에서 모두 세슘이 검출됐다’는 KBS 보도에서 야마자키 히데오 전 긴킨대 환경해석학 교수도 “원자로에 주입한 냉각수의 양과 빼낸 양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 KBS 보도)

도쿄전력이 공개하는 후쿠시마 앞바다 해수 농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최경숙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 또한 공개된 데이터에서 세슘 등 방사성물질 농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들쑥날쑥하다는 점, 지속적으로 방사성물질로 오염된 물고기가 잡힌다는 점 등을 짚으며 “일본이 오염수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 동조하는 정부·여당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엄청난 양의 방사성물질이 인류가 공유하는 바다로 유출됐고, 지금도 유출되고 있다. 그 양은 짐작만 할 뿐, 일본이나 원전산업계가 투명하게 밝힌 적이 없다.

그런데도, 일본과 IAEA는 6월 말부터 방류를 시작할 130만t의 오염수 농도가 국제기준에 부합하면 괜찮다는 관점을 지속해서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동조하고, 국내 원전 전문가들까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상황이다. 한병섭 소장은 국제기준에 맞춰 130만t의 오염수를 버리면 된다는 관점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마치, ‘살인자가 도주할 때 신호등을 지키더라’ 칭찬해 주는 것밖에 안 된다. 살인자의 마지막 행위를 가지고 살인을 덮어버리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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