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제공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아파트 개발 특혜 의혹 경찰 수사가 끝났다. 2021년 11월, 최초 의혹 제기 후, 수사만 1년 7개월 걸렸다. 기간에 비해 결과는 초라하다. 사업을 주도한 대통령 장모 최씨와 자금 조달에 관여한 김건희 여사는 무혐의다. 대통령 처남과 처가 회사 직원 4명, 인허가 실무를 처리한 양평군 공무원 3명만 검찰에 넘겨졌다.
눈에 띄는 것은 양평군 공무원 3명이 받는 혐의다. 역시나, 뇌물수수는 아니었다.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다. 공무원들이 허위로 작성한 문서는 무엇일까. 이들은 왜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했나. 경찰 수사는 제대로 진행된 것일까. 확인해 봤다.
허위 작성된 의견서
10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 양평군 등을 취재한 내용을 모아보면, 윤 대통령 처가 회사는 12년 전인 2011년 8월 아파트 건설을 위한 개발구역 지정을 양평군에 제안했다. 양평군은 1년여 뒤인 2012년 11월, 사업을 인가했다. 인가된 사업 기간은 2년, 2014년까지 종료하는 조건이었다.
윤 대통령 처가 회사는 기간 내 사업을 끝내지 못했다. 연장 신청도 하지 않았다. 아파트 건설 공사는 그사이 계속 진행됐다. 무허가 공사가 버젓이 진행됐다. 윤 대통령 처가 회사가 연장 신청을 한 시점은 인가 기한이 2년 8개월 지난 2016년에서였다.
양평군은 절차에 따라라 연장 신청을 검토한 내부 의견서를 작성했다. 공무원 3명이 허위로 작성했다는 공문서가 바로 이 의견서다. 의견서에는 개발사업이 규정대로 진행됐는지 등을 검토한 내용이 담긴다.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관련 법(도시개발법)에 따라, 양평군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다. 기간이 종료된 인가는 이미 효력을 잃었으니, 윤 대통령 처가 회사가 인가를 다시 받게 하는 것이다. 법제처는 윤 대통령 처가 사건과 매우 유사한 상황에 대해 “사업시행자는 이미 받은 실시계획 인가 효력이 상실하므로 완공 때까지 계속 사업을 진행하기 위하여는 새로이 실시계획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할 것”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법제처 법령해석총괄과 -제865호-2012.2.22)
하지만 의견서엔 이런 내용이 담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의견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아 정확하지 않지만, 양평군이 결정한 고시로 허위 의견서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
양평군은 윤 대통령 처가 회사가 연장 신청서를 접수한 지 8일 뒤 ‘도시개발구역 실시계획 변경’ 고시를 냈다. 시행기간 항목은 당초 ‘인가일로부터 2년’이었던 기간이 ‘2016년 7월 31일까지’로 변경됐다. 2014년 11월부터 이미 효력을 잃은 인가를 2년 8개월 뒤, 소급·연장해 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처가 회사가 신청한 실시계획 인가 변경 신청을 인가한 양평군 고시. 하단에 사업 기간이 변경된 것이 확인된다. ⓒ출처 : 양평군
고시로 유추할 수 있는 의견서 내용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번째는 앞서 설명한 신규 인가 신청 의무에 대한 검토 내용이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윤 대통령 처가 회사는 신규 신청을 하지 않았고, 때문에 관련 절차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또 다른 문제는 절차가 왜곡됐을 가능성이다. 관련 법은 인가 변경을 경미한 변경과 중대한 변경으로 구분한다. 개발 명칭 변경, 측량 오류에 따른 소규모 면적 변경 등은 경미한 것으로 보고 허가 관청 재량으로 처리한다. 측량 오류 면적이 규정을 넘어서거나 인가 기간을 변경하는 등의 내용은 중대한 사항이라 신규 인가에 준해 엄격히 심의한다. 주민 공람을 거쳐야 하고 결재 권한도 실무 국장에서 지자체장 급으로 올라간다. 그만큼 시간이 소요되고 비용이 증가한다. 허위 작성된 의견서는 사업기간 소급 연장 같은 중대한 변경을 재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경미한 변경에 해당하는 것으로 작성됐다고 알려져 있다.
경찰이 설명한 범죄 동기, 석연치 않은 구석들
양평군 공무원들은 무슨 이유로 공문서를 허위 작성한 것일까. 경찰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하나는 해당 공무원들이 응당 해야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행정처분을 내려야 했는데 내리지 않은 실수)를 감추기 위해 공문서를 허위 작성하게 됐다는 취지다.
관련 법규를 따져보면, 경찰 설명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발견된다. 무엇보다, 인가 기간이 지난 뒤, 허가 관청이 취해야 할 행정 의무 조항을 찾을 수 없다. 도시개발법은 물론, 해당법 시행령, 행정규칙에도 의무 규정이 없다. 도시개발법 17조는 “시행자는 실시계획을 작성해야 하고, 실시계획에 관하여 지정권자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수사를 진행했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시행사가 기간을 지키지 못했으니 군청에서는 공사를 중단시키거나 계획을 취소시켰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 공무원은 그런 과오를 감추기 위해서 공문서를 허위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애초 공무원의 과오를 규정할 의무 규정 자체가 없는 것이다. 양평군과 인구가 비슷한 경기도의 다른 지자체 도시개발 업무 담당자는 “의무 규정이 없는데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고, 충남도 A시 도시개발 담당자는 “관할 구역에 수백개 실시계획이 있다. 인가 기간을 일일이 확인해 연장하라고 통보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경찰이 설명한 허위 공문서 작성의 또 다른 이유는 민원 폭주에 대한 우려다. 인가 기간이 소급 연장됐던 2016년 6월은 입주를 한 달여 앞두고 있던 시점이다. 아파트 공사는 거의 마무리됐고 준공검사가 코앞이었다. 인가 문제로 입주가 지연됐을 때 이사 준비를 하던 시민들이 받게 될 피해를 막기 위해 공무원들이 적극 행정의 일환으로 공문서를 허위 작성했다는 취지다.
시민 입장에선 타당해 보일 수 있다. 살던 집을 처분하고 입주 날짜에 맞춰 부동산 계약을 끝낸 주민들이 인가 지연으로 받을 피해는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 사정은 다르다. 인가 신청을 하지 않아 발생한 피해는 시행사인 윤석열 대통령 처가 회사가 부담할 몫이다. 의무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원 발생에 대한 직접 책임은 공무원에게 물을 수 없다. 게다가, 지자체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해관계자 사이에선 늘 민원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저간의 상황을 종합하면, 허위 공문서 작성 범행 동기에 대한 경찰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잘못한 것 없는 공무원들이 입주민 피해를 막기 위해, 법적 처벌을 무릅쓰고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말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1년 6개월 전 진행된 경기도 특별감사와는 전혀 다른 결론이다. 당시 감사팀은 허위 공문서 작성을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위법행위’로 규정했다. 경기도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제출한 수사의뢰서에는 ‘도시개발사업 기한이 만료되어 기간연장 등이 불가능하게 된 사업자에게 사업기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여 특혜를 부여했다’고 적혔다.
경기도는 허위 공문서 작성으로 ①도시개발사업의 중대한 변경에 소요될 2개월가량의 시간을 단축해 줬고 ② 경미한 변경으로 처리해 용역비 34억원에 해당하는 이익을 사업자에게 안겨줬으며 ③ 지연되었어야 할 아파트 입주가 정상적으로 진행돼 주택 분양 잔금 지연으로 소모됐을 이자 87억원의 이익을 보장해 줬다고 봤다. 경기도 특별감사팀은 “양평군 공무원들의 행위는 본인들의 직권을 이용해 도시개발사업자와 공모해 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의혹을 품기에 충분하고, 금품 수수 등의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21년 12월 경기도지사의 ‘뇌물 수수의혹’ 수사 의뢰는 1년 7개월에 걸친 경찰 수사 끝에 ‘담당 공무원 선의에 의한 허위 공문서 작성·행사’ 사건으로 결론 나는 모양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2021년 12월30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청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장모의 공흥지구 특혜의혹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옳기고 있다. ⓒ제공 : 뉴스1
대통령 처가 회사, 산더미처럼 쌓이는 수상한 정황들
잘 알려진 대로, 윤석열 대통령 처가 회사가 양평군에서 아파트 개발사업을 진행한 시점은 윤 대통령이 양평군을 관할하는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와 겹친다. 당시 양평군수는 윤 대통령 대선후보 캠프에서 경기지역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선교 전 의원이었다. 김 전 의원은 대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나만 보면 미안해한다. 장모님 때문에 김선교가 고생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안다. 허가 이렇게 잘 내주고”라고 말한 사실이 보도된 바 있다. MBC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윤 대통령 당선 직후 열렸던 국민의힘 소속 양평군수 예비후보 행사에 참석해 “내일 내가 대통령 당선인하고 점심 먹으러 간다. (당선인이) 언제든지 나한테 얘기를 하래요. 왜, 처갓집도 여기고‥”라며 이같이 말했다.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양평군 공무원 3인은 2016년 당시 양평군 도시과 과장, 팀장, 주무관 등이다. 이들에 대한 징계 등 인사 조처는 아직 검토되지 않고 있다. 양평군 관계자는 “검찰의 기소 전이다. 사건 진행 과정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사이, 당시 과장 B씨는 관련 부서 국장으로, 팀장 C씨는 과장으로, 주무관 D씨는 부서를 옮겨 팀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민중의소리와 만난 B국장은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주민들을 위한 결정이었다. 다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회사가 윤석열 대통령 처가 회사인지 몰랐다. 내가 잘못 했다는 판결 나오면 옷을 벗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윤 대통령 처가 회사가 로비한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공수처든, 특검이든, 어떤 형태로든 다시 수사될 수 있는 사건이다. 누가 들여다봐도 부끄럽지 않은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회사를 설립한 장모 최은순씨와 한때 이 회사 사내이사였던 김건희 여사는 무혐의로 보고 불송치 결정했다. 최씨는 서면 조사만 받았고, 김 여사는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김선교 전 의원도 검찰 송치 대상에서 빠졌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무혐의를 받은 최씨, 김 여사, 김 전 의원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최근 다시 고발했다.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으로 송치됐다. 여주지청에 수사 진행 상황을 문의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구속됐었던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지난 2021년 9월 9일 오후, 보석 허가로 경기도 서울구치소를 나오며 운전기사의 인사를 받고 있다. ⓒ제공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