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염수 방류 계획 치명적 허점 발견되자 변호에 나선 윤석열 정부

국무조정실, 문제는 ‘환경영향평가에 사용한 오염수 시료’인데 엉뚱한 ‘IAEA 시료’ 말하며 언론보도 “가짜뉴스” 취급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보관하고 있는 탱크 자료사진 ⓒ뉴시스

여러 언론은 최근 일본이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에 사용할 오염수 시료를 탱크에서 채취할 때 휘젓지도 않고 채취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도쿄전력 측이 지난 1일 일본 초당파 의원모임 ‘원전제로/재생에너지100’(이하 원전제로회의)과의 화상회의에서 직접 밝힌 내용이다.

도쿄전력 측이 밝힌 내용은 영상자료로도 남아있다.

이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의 치명적인 허점이 될 수 있는 내용이다.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를 근거로,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에 사용한 오염수 시료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면, 일본이 오염수 방류계획 자체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15일 “IAEA(국제원자력기구) 모니터링에 활용한 오염수 시료는 균질화 작업을 거친 시료”라며 “섞지 않고 윗물만 채취했다는 주장은 사실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에 사용한 오염수 시료’와 ‘일본이 IAEA에 보낸 시료’는 서로 다르다. 문제는 ‘오염수 방류 계획의 바탕이 된 환경영향평가가 잘못됐을 수 있다는 것’인데, IAEA가 일본의 핵종 측정 능력을 평가하는 데 사용한 시료는 정상적이었다면서 동문서답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린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원전오염수해양투기저지대책위원회 간사인 양이원영 의원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일브리핑을 하겠다고 밝힌 국무조정실이 어째서 일본 정부의 논리를 대변하며 동문서답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도쿄전력 관계자가 지난 1일 영상회의를 통해 방사선 영향평가 시료에 관해 설명하는 장면. 2023.06.01. ⓒ양이원영 의원실

일본, 영향평가에 대표성 없는 시료 사용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 근간 흔드는 문제
문제의 본질 흐리기 나선 우리나라 정부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란 오염수가 방출됐을 때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것으로, 이는 매우 중요한 평가다. 이를 근거로 오염수 방류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 최근 민중의소리를 비롯한 여러 언론이 보도한 문제의 시료는, 바로 이 환경영향평가에 사용된 시료다.

일본 도쿄전력은 지난 1일 환경영향평가에 사용할 오염수 시료를 휘젓지도 않은 오염수 탱크에서 채취했다고 밝혔다.

이날 온라인 화상으로 열린 원전제로회의 298차 회의에 참석한 도쿄전력 관계자는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설명하면서 “지금 29개 핵종을 비롯한 데이터를 갖춘 탱크군은 K4, J1-C, J1-G 3개 탱크군”라고 밝혔다. 이 3개 탱크군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를 했고, 이를 바탕으로 오염수 방류 계획을 세웠다는 설명으로 이해된다.

이에 원전제로회의에서는 “K4, J1-C, J1-G 3개 탱크군 (오염수 농도) 측정은 교반하지 않고 한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고, 도쿄전력 관계자는 “교반은 하지 않았다”라며 “이 데이터는 교반하지 않고 샘플링을 채취하여 평가한 데이터”라고 분명히 밝혔다.

‘교반’이란 휘저어 섞는다는 의미로, 교반하지 않고 시료를 채취했다는 의미는 침전물이 형성됐을 가능성이 큰 오염수 탱크를 휘젓지도 않고 시료를 채취했다는 뜻이다. 그동안 태평양도서국(PIF) 과학자들이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는데, 도쿄전력 측이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해 준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휘젓지 않고 윗물만 떴다면 해당 시료는 대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물보다 무거운 핵종이 가라앉아 침전물을 형성할 경우 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무조정실은 15일 오염수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보도의 ‘섞지 않고 윗물만 채취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문제의 본질을 흐렸다.

국무조정실은 “해당 보도와 달리, IAEA가 확증 모니터링에 활용한 오염수 시료는 균질화 작업을 거친 시료로 확인됐다”라며 “지난달 31일 보고서가 발표된 IAEA 1차 확증 모니터링에서 분석한 시료는 교반장치가 설치된 K4-B 탱크에서 13일간 순환-교반 등 균질화 작업을 거쳐 IAEA 참관 하에 채취됐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일본이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에 적용한 시료가 휘젓지 않고 뜬 오염수라는 것’인데, 엉뚱하게 우리나라 정부가 직접 ‘IAEA가 일본의 핵종 측정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받은 시료는 문제없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 국무조정실의 이 같은 발표는 일본 측 주장을 그대로 갖고 온 것으로 보인다. 일본 대사관은 최근 우리나라 언론들의 보도에 대해 “보도에 언급된 ‘교반’ 작업 부분은 오염수 방류 시설 설계를 위해 이뤄진 시료 채취 부분으로 IAEA가 시료 채취한 것과는 관련 없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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