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1년 정도 살다 왔어요. 그 때 식습관이 서구식이 되다 보니 살이 2kg 가량 쪘습니다. 원래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어서 한국에 가면 빠지겠지 했는데, 안 빠지네요. 한국 들어온지 6개월 정도 됐거든요. 오히려 살이 6kg 정도 더 쪘어요. 이런 적은 처음이예요. 그래서 그런지 요새 땀이 머리부터 사타구니 있는 곳까지 너무 많이 나고 불편해요”
최근 한의원에 와 다한증을 호소하신 한 환자분의 이야기를 좀 정리해서 전해드렸습니다. 사실 이 분은 살이 고민돼 한의원에 오신 건 아니었지만, 현재 몸 상태 및 체질 분석을 위해 체성분 분석 검사를 해 봤습니다.
분석 상 근육량 대비 지방량이 많았고, BMI(body mass index, 체질량지수)는 25를 넘었습니다. 신체 중 표준 범위를 넘어서게 지방량이 있는 부위는 복부로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복부를 촉진해보니 살은 물렁물렁했습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늘어난 이 분의 살은 주로 배에 몰려, '복부 비만'이 된 상태였습니다.
살이 찌면 보통 우리 몸의 체지방이 늘어납니다. 이렇게 늘어난 체지방은 크게 봤을 때 '피하(皮下)지방' 또는 '내장(內腸) 지방'이 됩니다. 이 중 피하 지방은 손으로 만져지는 몸 외부의 살입니다. 반면 내장 지방은 손으로는 만져지지 않는 안쪽의 살이죠. 복부 부위의 살로 예를 들어보면, 피하 지방이 많다면 뱃살이 물렁하고, 내장 지방이 많다면 딱딱합니다. 누워서 배꼽 주변 살을 만져보면, 피하지방형 복부 비만은 살이 뭉텅이로 잡히고, 내장 지방형 복부 비만은 피부만 잡힙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피하지방이 보이는 부위에 있으니 그것만 빼면 다이어트 성공이고 몸매도 좋아보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살이 찔 때 피하 지방이 먼저, 내장 지방이 나중에 늘어납니다. 반대로 살이 빠질 때는 내장 지방이 먼저, 피하 지방이 나중에 빠집니다. 그러니 지방 흡입같은 물리적인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피하 지방만 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같은 지방 축적과 사용 순서는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정해지지 않았을까 추정됩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식량 확보가 안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신체는 몸에 들어온 에너지 중 쓰고 남은 것을 지방 형태로 내장에 저장해 필요할 때가 되면 꺼내 쓰도록 발달한 것 같습니다.
피하 지방과 내장 지방 중 축적되면 더 건강에 해로운 건 어떤 것일까요? 정답은 '내장 지방'입니다. 과도한 내장 지방은 염증 물질을 내보냅니다. 이런 염증 물질이 혈관에 상처를 내고, 또 지방 찌꺼기가 상처 부위에 쌓이면 혈관의 흐름을 방해해 고혈압을 유발합니다. 이런 현상이 뇌혈관에 나타나면 뇌졸중, 심장 주변 관상동맥에서 나타나면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장 지방이 체내에 많이 쌓이면 안되기 때문에, 피하 지방이 먼저 찌고 나중에 빠지도록 진화한 게 아닐까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뱃살이 단단한 것과 물렁거리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잘 빠질까요? 단단한 것은 내장 지방이 많은 것, 물렁거리는 것은 피하 지방이 많은 것이라고 했죠. 그리고 피하지방이 먼저 늘고 그 다음에 내장지방이 늘어난다고도 말씀드렸죠? 그래서 논리적으로 보면 물렁살이 많은 사람은 아직 내장지방이 많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같은 다이어트를 했을 때 살이 더 잘 빠지지 않을까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다이어트 방법에 대해서는 따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이미 정보는 많은데, 얻은 정보를 실천하기 어려울 뿐입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들어오는 양을 줄이고 나가는 양을 늘리는 겁니다. 탄수화물 섭취는 줄이고 단백질 섭취는 늘리세요. 남은 탄수화물은 내장 지방이 되기 쉽습니다. 또 꼭 유산소 운동을 하세요. 지방을 태워줘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간헐적 단식'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공복을 장기간 유지하면 몸에 필요한 당분을 만들기 위해 지방이 분해됩니다. 단, 단식 후 과식이 예상되거나 과식했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부작용이 더 크므로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