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동관 대통령 언론특보 아들의 학교폭력을 둘러싼 논쟁이 진실은 가려진 채 정치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이를 둘러싼 논란을 몇 회에 걸쳐 정리해본다.
이동관 특보는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해명서를 대통령실을 통해서 온국민에게 배포했다. 8장의 장문해명서는 ‘학폭이 아니고, 이미 해결되었으니 아무 문제없다’로 정리된다. 며칠 뒤 피해자로 알려진 당시 학생이 언론사에 ‘자신은 학교폭력 피해자로 규정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기초적인 사실 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앞뒤 시간 순서도 뒤바꾸어 전교조 교사 어쩌고 하면서 허위사실로 최초 문제제기 교사를 공격하고 있다.
삼박자가 딱딱 맞다. 당사자는 부인하고, 보수언론은 받아쓰고, 정치권은 스피커가 된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도 충분히 방어가 가능하다고 판단하여 기어이 이동관 특보를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명박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동관 대통령 언론특보
자필 진술서에 나타난 끔찍한 학교폭력
이 사건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학생들이 자기발로 교사를 찾아가면서 알려지기 시작한다. 최초 학교폭력이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1년이 훌쩍 지난 2012년 4월, 이동관 특보 아들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을 당하고 있던 학생들이 교사를 직접 찾아가 상담을 요청한 것이다.
이 교사는 이들이 직접 당하거나 알고 있는 피해 사례를 적어서 제출하라고 한다. 이에 학생들이 직접 당한 사례와 친구들의 사례를 종합하여 진술서를 작성하여 제출한다.
진술서를 작성한 학생이 최소 2명이며, 이 진술서에 등장하는 피해 학생만 최소 4명이다. 피해 사례는 횟수를 세는 것이 의미 없을 정도로 많고, 그 폭력의 강도는 어떻게 이런 일이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 있을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세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더 글로리’에 온 국민이 경악했는데, ‘더 글로리 : 하나고 편’이라고 해도 될 정도도 있다. 정순신 아들의 학폭 사례는 수위나 수법이 비교가 안 될 정도다.
‘멍이 들 정도로 팔과 가슴을 수차례 때림’, ‘복싱 헬스를 배운 후 연습을 한다며 팔과 옆구리 수차례 강타’, ‘식당에서 잘못 떼려 명치를 맞음’, ‘침대에 눕혀서 밟음’, ‘핸드폰을 거의 매일 빼앗아가 게임 등 오락에 사용’, ‘다른 친구를 때리고 오라고 시키는 등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시고 하지 않으면 때리고 목이나 머리를 잡고 흔드는 폭력을 행사함’, ‘시험 기간에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깨우지 않았다며 본인 공부가 끝날 때까지 잠을 재우지 않음’, ‘매점에서 돈을 내지 않고 자신의 것을 사라고 강제함’, ‘씻고 물을 닦지 않고 침대에 누워 룸메이트의 침대를 적셔놓음’, ‘음식을 남의 자리에서 먹고 치우지 않고, 손톱을 깎고 남의 침대 곳곳에 뿌려놓음’, ‘어떤 곳에 있든 불러서 가지 않으면 분위기를 안 좋게 만듬.’....(2012년 4월 S학생 진술서)
이런 정도의 폭력을 1년 이상 당했다고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 끔찍하다. 진술서는 이런 폭력들을 자신이 직접 당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유 없는 구타에 침대에 눕혀놓고 밟기, 잠 안 재우기는 식민지 시절이나 군사독재 시절 고문이 연상된다. 핸드폰 빼앗아가 게임하기나 매점에서 자기 것 사게 하기 등은 재산상의 손실을 초래하는 갈취 행위이다.
이동관 특보님, 대통령님, 여당 국회의원님들, 이게 방어가 되십니까? 말로 옮기기조차 민망한 이런 행위들이 학교 폭력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수준이어야 학교폭력인가? 이게 학교폭력이 아니라면 대한민국에, 아니 전 지구상에 더 이상의 학교폭력은 없다고 해야한다.
조폭 영화에나 나오는 것처럼 “친구들을 부하로 생각”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수준의 행동들이 화해한다고 없는 일이 될 수 있나? 그 화해가 진짜 화해일까?
이동관 특보와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왜곡과장이라고 말한다. 다른 학생의 사례와 뒤섞여서 이 학생이 심각한 학교폭력을 당한 것처럼 잘못 알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해명 역시 진술서에 의해 부정된다. 이 사례들은 분명히 피해자 자신이 직접 겪은 것으로 기술된 것이다. 주어를 ‘저’ 또는 ‘제가’라고 분명히 구분하여 기술하고 있다.
피해자가 1년간의, 그리고 진행 중인 학교폭력 피해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다른 친구 사례와 헛갈려서 진술서에 쓴다는 것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다른 친구들이 겪은 폭력 사례는 주어를 달리하여, 그것도 피해 학생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여 별도로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S학생이 목격하거나 들은 폭력 사례(간접 경험) -B는 J가 맞아야 하는데 없어졌다는 이유로 대신 맞음. J도 아무 이유 없이 이번 학기 들어 몇 번 구타당했고,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명령불복종이라며 저희를 때렸음. J가 공부에 방해된다며 피해 다니자 왜 자신을 피해 다니냐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고, 책상에 머리를 300번 부딪히게 하는 등의 행위를 함. W도 몇 번 맞은 것으로 알고 있고, 애들은 처음엔 심하지 않은 줄 알고 말리지 않았으나 J가 계속 피해를 입고 친구들에게 부탁을 하여 지금은 많이 상황이 좋아졌음.(2012년 4월 S학생 진술서)
자신이 당했다는 폭력도 심각하지만, 자신을 포함하여 다른 친구들이 당한 폭력 행위도 심각성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 “친구를 부하로 생각”하는 듯하다는 진술서의 내용은 다른 친구가 당했다는 폭력행위에서도 고스란히 확인된다.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명령불복종’이라며 저희를 때렸”다는 진술서의 내용은 이동관 아들이 친구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짐작하게 만든다. ‘명령불복종’은 이동관 아들의 워딩으로 나온다. 군대나 조폭에서나 사용할만한 ‘명령불복종’이라는 단어를 학교에서, 그것도 같은 학년 친구 사이에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책상에 머리를 300번 부딪히게 했다는 진술도 나온다. 이동관 특보와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왜곡과장이라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다음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책상에 머리를 300번 부딪히게 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300번이 아니라 30번, 아니 3번인데 과장된 것이라는 의미인가? 그것도 아니면, 피해자라는 학생이 거짓 진술서를 쓴 것인가? 이 진술서에 기재된 폭력행위 중 어떤 것이 실제 있었던 일이고, 어떤 것이 과장된 것이며, 어떤 것이 왜곡된 것인가?
진술서를 제출한 것은 S학생 외에 또 있었다. 또 다른 피해자 B학생의 피해 진술서는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B학생이 진술한 학교폭력 사례 -작년 2학기부터 시작된 폭력행위가 눈에 띄게 줄었지만 그 횟수가 많을 때는 2~3일에 한 번 꼴로 일어났고 보통은 1주일에 한 번 정도 되었음. -가장 많았던 S를 때리라고 하거나 둘이 싸우게 한 것. 둘을 같이 불러서 이긴 사람만 살려준다고 하고, 약하게 때리거나 때리지 않는다고 “그럼 둘 다 맞아야겠네”라고 하면서 주먹으로 때림. 기숙사, 면학실 등에서 수차례 벌어짐. 이유도 모른 채 아프다고 했는데도 계속 때렸음. -올해 기숙사를 오는 도중에 1인2기가 재미있다고 팔뚝과 허벅지를 주먹으로 때림. 자습시간에 면학실에서 지나가는데 불러서 앉힌 다음 허벅지와 정강이를 주먹으로 때림. -한 번 폭력 행위를 할 때마다 보통 1~5분 사이로 지속.... 어떤 잘못을 하고 맞으면 참을만하겠지만 아무 잘못도 없이 맞을 때는 참기 힘들 정도로 기분이 많이 나쁘다.(2012년 4월 B학생 진술서)
S학생은 이동관 특보 아들의 폭력행위가 1학년 3~4월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B학생은 2학기부터 시작되었다고 적고 있다. 작성한 학생도 다르고 경험한 폭력의 내용도 다르다. 그러니까, 이 둘의 진술서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런데, S와 B학생의 피해진술서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내용이 있다. 바로 “다른 친구 때리게 하기”이다. 이동관 특보의 아들이 이유 없이 친구에게 다른 친구를 때리라고 시키거나 싸움을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다른 친구를 때리지 않거나) 약하게 때렸다는 이유로 폭력을 가했다는 내용도 공통적으로 들어있다. 이유도 모른 채 다른 친구를 때리라고 하고, 약하게 때렸다고 대신 맞으라면서 주먹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진술은 읽는 이를 놀라게 한다.
2012년 봄 이동관 대통령 언론특보의 아들 학폭에 대한 피해학생들의 진술서 사본. 당시 시의회, 국회 등에 제출됐다. ⓒ필자 제공
이동관 특보와 국민의힘, 대통령실이 생각하는 것처럼 방어가 가능한 수준이라면 그 가능성은 딱 하나다. “피해 학생, 그것도 최소 2명이 사전공모하여 죄 없는 이동관 특보의 아들에 대해 존재하지 않는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작당하여 교사를 찾아가 상담하고, 거짓진술서를 작성 제출한 것”이어야 한다. 이것 외에는 방어가 불가능해 보인다.
과연 이런 가능성이 있을까? 1명도 아니고 2명의 학생이 자신들이 당하지도 않은 피해를 거짓으로 꾸며서 교사를 찾아가 상담하고 진술서를 제출했을까? 그것도 자기들만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이 당한 것이라고 피해자들의 실명까지 적으면서 거짓 진술서를 작성할 수 있을까? 적시된 가짜피해자들을 불러서 물어보면 금방 탄로날 거짓말을 할 바보들일까?
그들의 해명(또는 바람)처럼, 정말로 피해학생으로 알려진 학생들이 거짓진술서로 이동관 특보 아들을 모함하여 징계를 요청한 것이라면 심각한 범죄 행위이다. 명백한 ‘무고(誣告)죄’로 형사처벌 대상일 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심각한 징계를 받아야 한다. 이 학생들이 도리어 퇴학을 면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그런데, 하나고는 이 학생들을 무고로 징계하지 않았고, 이동관 특보의 아들은 ‘원하지 않는’ 전학을 갔다. 이것이 말하는 진실은 피해 학생들이 무고한 것이 아니라 학교폭력이 실제로 있었다라고 하나고가 판단했다는 것 아닌가? 이것이 국민적 상식이다.
진술서에 나타난 끔찍한 학교폭력 사례를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이미 끝난 사안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것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볼 문제이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