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동관 대통령 언론특보 아들의 학교폭력을 둘러싼 논쟁이 진실은 가려진 채 정치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이를 둘러싼 논란을 몇 회에 걸쳐 정리해본다.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 아들의 고교시절 학교폭력 논란이 한창이다. 해당 사건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이 특보 아들의 학교 폭력이 얼마나 심각했느냐와 더불어, 이 특보가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느냐다. 이른바 '학폭 사건의 아빠 찬스' 의혹이 되겠다. 지난 2월 윤석열 정부 첫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아들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져 하루만에 사퇴했던 정순신 변호사의 경우에도 '검사 아버지의 학폭 은폐'가 논란이 됐었다.
관련해 이 특보가 8쪽짜리 장문의 해명자료를 냈다. 우스운 것은 이 해명서를 언론에 보낸 것이 이동관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실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해당 자료의 내용이 '개인 이동관'의 인식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실'의 인식임을 보여준다. 한편으론 이 특보를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했으며, '학교폭력 사건은 없으니, 방어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로 읽히기도 한다.
이동관 특보와 대통령실은 이 해명 자료에서 이 특보와 김승유 전 하나고 재단 이사장이 통화한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변한다. 해당 부분을 읽으며 이들의 인식 수준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해명을 사실이라고 믿어야 하나 하는 의구심은 차치하고서라도, 어떻게 이를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했는지 도통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이 해명을 접한 이들이 교사라면 경악할 것이다.
이동관 학폭 해명에 교사들이 경악한 이유
이 특보는 김승유 전 이사장과의 통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딱 한 번, 단순 내용 문의 정도의 수준이라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해명하고 있다. 당연히 '아빠 찬스' 의혹도 부정한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2019년 11월 방송한 인터뷰에서 김 전 이사장도 이 특보와 통화를 했다고 인정했다. 이 의혹을 최초로 공개 제기한 전경원 교사도 이들의 통화 사실에 대한 김 전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증언했다.
해명자료서 이동관 특보는 "김 이사장과 당시 전화 통화한 사실은 있으나,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알기 위해 어찌 된 일인지 문의하기 위한 차원이었음. 무엇을 '잘 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책임지고 있는 이사장으로부터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려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음"이라고 밝혔다. 이는 '학교 폭력'이라는 공적 문제 처리와 관련해, 기자 시절 쌓은 사적 친분으로 사립학교 최고 책임자인 이사장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이 자체가 사적 친분과 공적 영역을 구분하지 못하는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을 받기 마땅하다.
그러니 이 특보가 "김 이사장으로부터 '교장을 통해 상황을 알아보겠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이후 추가로 어떤 통화도 한 사실이 없음"이라고 해명해도,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얼마 없을 것이다.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이란 중대 사안에 대해, 개인적 친분을 활용해 이사장에게 전화를 하고 "교장을 통해 상황을 알아보겠다"는 답변을 듣고도, 이후 추가 통화가 없었다는 해명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김승유 전 이사장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던 기자 출신 학부모로부터 자기가 이사장인 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학교폭력 사안 진행 상황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전화가 불편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안타깝지만, 그건 이사장의 권한이 아니다"라며 거절하는 게 올바른 처신이다. 그게 안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알아봐주겠다"는 정도의 인사치레만 하고, 거기에서 더 무엇인가를 해서는 안 됐다.
그런데 김 전 이사장은 실제로 학교장에게 확인을 했다. 김 전 이사장은 '스트레이트' 인터뷰에서 "그때 교육적으로 봐도 서로 티격태격한 거 가지고 그렇게 했어야 됐느냐? '학기 말까지만 있다가 (자녀 전학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그러기에 '내가 알아볼게', '그리고 교장한테 뭐 그런 일이 있었느냐...'"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김 전 이사장은 권한을 활용해 사건 상황 파악을 한 것이다. 이사장으로부터 이런 문의를 받으면 교장은 당황할 수 밖에 없다. 부담이 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어떤 면에서는 압력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이사장과 학부모 사이의 관계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통화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고, 필연적으로 '아빠 찬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 전 이사장이 2015년 8월 최초로 문제 제기한 교사를 만난 독대 자리에서 "'그래요. 이동관 대변인이 저한테 전화했어요. 아니 뭐 꼭 처벌이 능사인가요.' 이런 용어를 쓰시면서 그 학기 마칠 때까지만 있게 해달라고 하는데 그거 뭐 대단한 거냐?"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증언도 아마 이런 행보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보면, 아들 학폭 의혹이 제기된 직후 이 특보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승유 당시 이사장에게 전화를 했고, 이후 이사장은 학교장에게 상황 파악을 했다. 이후 하나고는 해당 사건에 대한 학교폭력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았고, 이동관 아들은 전학을 갔다.
당시 이 특보와 김 전 이사장은 이 사건을 '친구들끼리의 티격태격 사건'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김 전 이사장의 방송 인터뷰가 이를 정확히 보여준다. "처벌이 능사냐?"는 발언 역시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 같다. 이전에 밝혔든 이 특보 아들의 학교 폭력 사건은 심각하고 반복적인데, 이를 친구들 사이의 티격태격 정도로 인식하고 '처벌할 사안이 아니다'고 본 그들의 인식이 경악스럽다.
그것은 '아빠 찬스', '불공정 특혜', '불법 청탁'
보통 일반적으로 자녀의 학교 폭력 사안에 대한 상황 파악을 하고 싶다면 연락을 취할 사람들이 있다. 첫 번째는 담임교사, 두 번째는 학폭 담당 교사다. 세 번째는 학폭 또는 학생 징계 주관부장인 학생부장(생활지도부장), 네 번째는 학폭위원회 또는 선도위원회 위원장인 교감이다. 그 다음 마지막으로 학생 징계 등 학사업무 최종 책임자인 학교장과 통화를 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 특보는 이 모든 단계를 뛰어넘어 바로 학교 재단 이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사건에 대한 정확한 상황 파악이 목적이라면, 이사장에게 전화를 하면 안 된다. 아무런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이사장은 학생 징계 등 학사 행정에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제3자'이기 때문이다. 학폭위는 고사하고 학생선도위 구성이나 운영에 대해서도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다. 심의·의결에 참여할 수도 없다. 학폭위 위원 구성에 대한 추천권도 없으며, 학폭 사안 처리 과정을 보고 받을 위치도 아니다. 법적으로 그러하고, 실제로도 그렇다. 그러니 이 통화는 진상 파악 목적이 아니다.
해명 자료에서 이 특보는 "당시(2012년) 공직을 이미 떠난 민간인 신분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가 전혀 아니었음. 더욱이 이사장은 교내 학폭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해 무마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학교 교사와 학부모 등의 관심을 지대한 점을 감안할 때 상징적 지위에 있는 이사장의 영향력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임"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학부모 중에 자녀 관련 사안으로 학교장도 아니고 이사장에게 직접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1%도 안 된다. 학부모가 담임, 담당교사와 부장, 교감, 교장을 모두 건너뛰고 바로 이사장에게 전화하는 것 자체가 아빠 찬스이고 특혜아닌가?
더 심각한 문제점은 이사장이 학생 징계에 대해 어떤 권한도 없고, 이에 대해 관여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며, 이사 승인취소까지 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소위 명문대를 나온 기자 출신의,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언론특보까지 지낸 사람이 이런 기초적인 인식도 상식도 없다니 좀처럼 믿기가 어렵다.
실제로 서울교육청은 2015년 하나고에 대한 감사에서 "하나학원 이사장은 학교 소속 교사가 외부에서 주관하는 교육강좌에 참여토록 지시하였고, 학교 간부회의에 참석하여 교직원 입장에 대해 신문광고 보도를 제안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교직원회의에 참석하여 발언한 것은 학사행정 개입에 해당"한다며, 이같은 행태가 사립학교법 제16조(이사회의 기능) 및 제20조의2(임원위임의 승인 취소)에 저촉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이사장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학교 최고 책임자인 이사장으로 재임한 사람이다. 그런데 사립학교법과 초중등교육법 등 학교운영에 기초적인 법적 상식도 없어 보인다. 현행법은 이사장의 학사 개입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시 이사 자격을 박탈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상 학생 징계는 '학사 업무'이므로 '학교장 권한'에 속한다.
이동관 특보는 학부모가 학생 사안으로 학교 이사장에게 직접 전화하는 대한민국 1%미만의 특권을 행사하고도 아무 문제 인식이 없었다. 나아가 그 통화가 합법적인 경로로는 이뤄질 수 없는, 즉 이사장에게 학사 행정에 개입하라는 불법을 사주하는 '불법 청탁'일 수 있었는데 이를 문제 없다고 본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아빠 찬스'이고, 1%의 특권이자 특혜다. 해당 사안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드러날 수록, 현행법 위반 행위를 사주한 '불법청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