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상황에서 ‘괴담 단속’을 빌미로 국민들의 불안 여론을 위축시키려는 모습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8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의도적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과학에 기반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최근 오염수와 수산물 관련 괴담과 선동 수준의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어서 매우 유감스럽고 걱정이다. 이는 결국 국민 불안을 유발해서 수산물 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인천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인천 규탄대회’에 참석해 오염수를 ‘핵 폐수’라고 표현하고, 윤석열 정부의 일본 오염수 방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 총리 발언은 이러한 야당의 여론전을 문제 삼는 듯하지만, 결국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 국민들의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문제 제기마저도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미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 울산시당 당원이 오염수를 ‘핵오염수’라고 표현한 것을 문제 삼아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한 총리가 ‘허위사실 대응’을 언급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 총리는 오염수와 관련해 국민들 사이에서 표출되는 불안감과 각종 의혹들을 허위사실, 괴담으로 치부하면서도 정작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주장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삼중수소는 12년 안에 50%가량이 핵붕괴 하는 물질이다. 엄연히 불안전한 핵물질인 것이다. 게다가 생태계 순환을 통해 인체로 흡수되어 인체를 이루는 구성성분이 된 ‘유기결합 삼중수소’(OBT)는 사람 몸 안에서 핵붕괴 및 핵종전환을 일으키며 DNA를 손상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이러한 사안들에 관한 주변국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주지 않는 데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 의식을 드러내지 않은 채 오히려 불안해하는 여론만 문제 삼는 식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도 적극적으로 괴담 공세를 가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같은 자리에서 “후쿠시마 문제는 참 안타깝다. 괴담으로 어민 수산업자들이 피해를 입기 바로 직전이다”며 “정치인들이 나서서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근거로 불필요한 공포를 조성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건 후진적이고 반지성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뇌피셜’이라는 용어가 적절치 않을까 할 만큼 터무니없는 괴담을 계속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태평양을 돌고 돌아 4~5년 뒤에 우리나라 해양에 도착한다는 게 과학적인 내용인데도 무조건 괴담으로 공포를 조장하며 소금 사재기 같은 기이한 현상까지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또한 “2008년 광우병 괴담 사태 때 ‘뇌 송송 구멍 탁’,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마시겠다’고 외쳤던 사람들이 청산가리를 마셨다는 소식도 들어본 적 없고, 뇌에 송송 구멍 탁 뚫렸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과학적 진실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반일 감정을 부추기며 ‘답정너’식 비난만 퍼붓는다”며 “이런 식이라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가장 엄격한 기준에 따라 과학적, 객관적 조사 결과를 내놓는데도 절대 인정하지 않을 태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IAEA가 객관적 검증 기구라는 전제가 과연 합당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IAEA는 이미 8년 전에 오염수 방류를 권고한 사실이 있으며, 일본의 오염수 처리 과정을 검증해 내놓은 1~5차 중간 보고서에서는 일본 측 관리·감독의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해왔다.
또한 태평양도서국(PIF) 과학자 패널이 최근 IAEA와 만나 ‘GSG-8’ 안전 지침(특정 행위로 인해 주변국이 얻는 이익이 해악보다 큰지를 고려해 정당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지침)을 일본 오염수 해양투기 계획 검토에 적용하라고 촉구했지만 IAEA가 이를 거부했다는 PIF 패널의 증언도 최근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