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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노동청 교섭 중재’ 당일 노조 간부 뒷수갑 체포한 경찰, 하루 뒤 유혈진압

여수지청 측, 경찰에 “사태 풀려면 교섭해야”, 경찰 입회하에 교섭했으나 하루 뒤 ‘유혈진압’까지

5월 30일, 한국노총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체포하는 경찰.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을 보면, 경찰은 김 위원장을 넘어트린 뒤, 뒷덜미를 짓눌러 뒷수갑을 채웠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경찰이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을 뒷수갑 채워 체포했던 날, 고용노동부 여수지청이 공식 참여하는 첫 교섭이 예정돼 있었던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그런데 경찰이 이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교섭 당사자인 김 위원장을 강경 진압한 것이다.

이에 여수지청도 난감해하며 긴급하게 교섭 중재에 나섰지만, 경찰은 그 다음날에도 노조 간부에 대한 '유혈진압' 사태까지 만들었다.

이날 민중의소리 취재를 종합해 보면, 여수지청은 5월 30일 오후 노사 교섭에 공식적으로 참여해 중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교섭 대상자 중 한 명인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이 이날 오전 경찰에 갑자기 체포되면서 상황이 꼬이게 됐다.

여수지청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긴급하게 이 사태를 풀려면 교섭을 해야 하는데, 교섭할 사람을 경찰이 체포하면 공백이 생기니 일단은 시간을 좀 달라고 했다"며 "결국 경찰 입회하에 별도의 장소에 가서 교섭을 했고, 교섭이 끝난 뒤 (김 위원장은 다시) 경찰서에 인치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에 사태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교섭을 계속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며 "당일 교섭을 하게 돼 있었는데 갑자기 이런 상황이 벌어져서 교섭이 쉽지 않았다. (저희로선) 어렵고 난감한 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지역 노동청이 노사 교섭에 긴급 개입해 중재하려던 시점에서 경찰이 강경 진압을 밀어붙여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셈이다. 이러한 경찰의 강경 대응은 윤희근 경찰청장이 집회 단속에 특진까지 내걸며 강경 대응을 지시한 직후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김 위원장과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임금 교섭과 포스코의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촉구하며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400일 넘도록 천막농성 중인 포스코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농성에 합류했고, 교섭권을 위임받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원청인 포스코가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자, 김준영 사무처장은 5월 29일 광양제철소 인근에서 7m 높이의 망루를 설치해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하루 뒤인 5월 30일 오전, 경찰은 고공농성장 주변에 조합원들이 오지 못하도록 접근을 막고 에어매트를 설치하는 등 진압을 준비하려는 태세를 보이자, 김 위원장이 이에 반발했다. 그러자 경찰은 김 위원장을 바닥에 넘어트려 손을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우는 이른바 '뒷수갑'을 채우는 방식으로 체포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경찰은 고공농성 중인 김준영 사무처장의 머리를 경찰봉으로 여러 차례 가격해 체포했다. 경찰도 노사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분명히 인지한 이후였음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노조에 대한 강경 진압을 벌인 것이다.

여수지청은 경찰의 고공농성 진압에 대해서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김 사무처장에 대한 체포는 5월 31일 이른 시각인 오전 5시 30분경부터 시작됐다. 여수지청 관계자는 "저희도 이렇게까지 빨리 진압할 줄은 몰랐다"며 "새벽에 다 자고 있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서 저희도 (경찰에 의견을) 전달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현재 노사 교섭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국제통합제조산별노련 중앙집행위원회'에 참석해, 포스코 사내 하청노동자들의 상황과 경찰의 강경 진압 등의 문제를 국제사회에 전할 방침이다. 한국노총은 경찰이 김 위원장과 김 사무처장을 폭력·과잉 진압해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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