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0일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특별법은 지난 4월, 21대 국회에서는 최다 의원인 183명이 동참해 발의됐지만 국회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유가족들이 폭염의 날씨에 곡기를 끊고 국회를 향해 법 제정 논의를 촉구한 것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월 임시국회 중 진상규명 특별법 입법 논의에 유의미한 진전을 이뤄낼 것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 8일부터 국회 앞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천막 농성에 돌입했지만, 국회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유가족들은 "159명 시민의 생명을 앗아간 사회적 참사,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밝히자고 합의를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국회를 향해 절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태원 진상규명 특별법 발의가 되기 전부터 진상규명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 왔다"며 "여당이 '정쟁 법안'이라며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는 사이, 참사 발생 7개월이 지나도록 국회의 입법 논의는 첫걸음조차 내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유가족들은 "이제라도 국회는 응답해야 한다"며 ▲6월 임시국회에서 신속처리안건 지정 등 특별법 제정을 위한 유의미한 진전 ▲조속한 시일에 법안 심의 및 통과 ▲이태원 참사 1주기 전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단식에는 고 이주영 씨 아버지인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직무대행과 고 박가영 씨 어머니인 최선미 운영위원이 참여한다. 다른 유가족들도 릴레이 동조 단식으로 함께할 예정이다.
이정민 직무대행은 "특별법은 우리 유가족들에게는 마지막으로 걸어볼 수 있는 희망의 생명줄"이라며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손을 내밀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직무대행은 "곡기를 끊는다는 것은 저의 모든 행동과 삶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다.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를 촉구하면서 끝없이 그 고통을 감내하겠다"며 "신속한 법안처리로 우리의 고통을 끊어주길 간절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최선미 운영위원은 여야 정당을 향해 "유가족이 나와서 이렇게 단식을 하게 될 때까지 뭐 하고 있나"라고 지적했다. 최 운영위원은 "특별법은 유가족만의 법이 아니다. 그곳에 있었던 생존자, 목격자, 상인들, 더 나아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을 위한 법"이라며 "특별법이 제정되어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설치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