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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2023년 상반기 놓치지 말아야 할 음반들

모과 'Drifted', 이승윤 '꿈의 거처', 허대욱 'Will It Be Spring Tomorrow?' ⓒ앨범표지

2023년 상반기 마지막 수요일이다. 이쯤 되면 상반기 결산을 해야 한다. 사실 요즘에는 특정 뮤지션이나 장르의 팬이 아니면 좀처럼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지 않고 싱글만 듣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뮤지션의 진면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음반을 들어야 한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에 나온 음반들 중에 놓치지 말아야 할 음반을 엄선한다.

세상에는 케이팝과 트로트만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올해 상반기 한국대중음악은 뉴진스, 르세라핌, 스테이씨, 아이브, 에스파, (여자) 아이들, 피프티 피프티 같은 걸그룹을 빼고 이야기하기는 불가능하다. 그 외에는 부석순, 지올 팍, 윤하, 임영웅, 태양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는 더 많은 뮤지션이 존재하고 활동한다. 하루에 5,000곡 정도의 신곡이 나오는 나라에서는 모르고 지나치는 음악이 더 많기 마련이다.

그래서 먼저 언급한 음악인들의 히트곡이 전부라고 생각한 이들에게, 그 음악 말고 다른 음악을 듣고 싶은 이들에게 다섯 장의 음반을 추천한다. 모과 [Drifted], 이수정 [Four Seasons], 이승윤 [꿈의 거처], 허대욱 [Will It Be Spring Tomorrow?], 허정혁 [봉오리 시절]이다. 일렉트로닉, 록, 재즈, 포크의 영역에서 나온 수작들이다.

Mogwaa - Driven

안타깝게도 올해 상반기에는 케이팝 히트곡들만큼 화제가 된 음악이 없었다. 문제의식과 어법이 새로운 문제작 또한 출현하지 않았다. 사회와 정치의 답답함이 예술가들에게 전이되어버린 걸까. 답답한 시대를 유쾌하고 조롱하고 탈주하는 음악, 예전에는 듣지 못한 메시지와 음악언어로 충격을 주는 음악이 쏟아지면 좋으련만. 물론 그런 음악이 나왔는데 알아차리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감각이 낡고 판단력이 고루해 놓쳐버리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도 음악마니아라면 글렌체크 [Pulp], 나얼 [Soul Pop City], 스트레이 키즈 [★★★★★], 씨피카 [ION], 실리카겔 [Machine Boy], 아도이 [us], 윤지영 [나의 정원에서], 황소윤 [Episode1 : Love] 정도는 들었을 것이다. 뮤지션의 경력과 명성을 감안하면 강이채 [The Granter], 권진아 [The Falg], 김현철 [투둑투둑], 박재범/슬롬 [SLAY HOUSE REMIX], 백예린 [New Year], 불고기디스코 [DAGAGA], 빅너티 [호프리스 로맨틱], 윤석철/세진 [The Breakfast Club : 조찬 클럽], 이루마 [non e la fine], 전기뱀장어 [동심원], 정승환 [에필로그 (EPILOGUE)], 정재일 [Listen], 지민 [FACE], [Like Crazy (Remixes)], 짙은 [겨울], 코드쿤스트 [Remember Archive], 콜드 [Love Part 2], 홍이삭/진수영 [everland]를 챙겨들은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뮤지션의 이름 때문이 아니라 음악의 완성도 때문에 들어야 할 음반들이다.

이승윤 | 비싼 숙취 (Pricey Hangover)

그렇다고 괜찮은 음악이 이 정도만 나왔을 리는 만무하다. 46장의 음반을 더 써본다. 적은 수는 아니지만 뮤지션들의 노력과 정성을 생각하면 더 많은 음반이라도 외면할 권리가 없다. 강승원 [강승원 이집], 공중그늘 [잔영], 그레이스 나 [Sailing], 글로우션 [Way of Love], 길라 [By my side], 김새녘 [새빛깔 (Sped Up)], 김준범 [Veritas Vos Liberabit], 나노말 [행복회로 부수는 중], 노이스 [ethic], 더 사운드 [Who’s Listening?], 더 스카 재즈 유닛 [가자], 라보나비트 [lobonatune2], 러브 엑스테레오/데이지둠 [안녕 AN??Ŋ], 만동 [문명], 박한 [DE ja VU], 백아 [향기], 브로큰티스 [추락은 천천히], 사각의 발견 [Criticism Of Social Darwinism], 써드스톤 [Psychiatric Hospital], 송남현 [마침내 나는 신록의 봉우리를 비집고], 스네이크 치킨 수프 [보양 (補陽)], 신다사이정 [Green Me Up], 염력 [염력], 오션프롬더블루 [oceanfromtheblue], 오티스림 [FEELING!], 오헬렌 [MOVEMENT], 요정 [우리는], 웨이브 투 어스 [0.1 flaws and all.], 원호 [더 플라워 타임머신], 은도희 [Kookaburra], 이민휘 [박하경 여행기 OST], 이희상 [HOWEVER], 임수원 [불가사리에게], 저드 [BOMM], 전파상사 [2/4분기 실적보고서], 정우 [옛날이야기 해주세요], 존영 [V], 크르르/이이언(eAeon)/함병선(9z)/황푸하 [바로 우리], 파란노을 [After the Magic], 퓨어킴 [미안한데 축하해], 피에타 [동정에 대하여], 플린트 [To all my Questions], PPS [사진동굴], 해변지하 [꿈연인], 해서웨이 [Essential]의 음반까지 언급하는 이유다.

Will It Be Spring Tomorrow? | 재즈 피아니스트 허대욱

음반을 듣다보면 이제 더 이상 새 음악이 안 나오는 장르라고 단정한 음악이 있을 것이다. 낯선 이름인데 실은 다들 아는 이름도 있다. 한동안 안 보였던 뮤지션이 돌아오기도 했고, 믿고 듣는 뮤지션이 새 음반을 내놓기도 했다. 그 중 처음 듣는 이름인데 음악이 좋아 놀라게 하는 음반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 순간의 기쁨을 위해 누군가 음악을 만든다. 알지 못하는 곳에서 온갖 노력을 쏟는다. 그들에게 돌아가는 박수와 환호가 조금만 더 커졌으면 좋겠다. 적지 않은 음반을 일부러 다 언급하는 이유는 단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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