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기 끊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 농성장 찾은 이재명 “면목 없다”

30일 본회의서 특별법 패스트트랙 지정 강조...호소한 유가족 “야당도 우리를 외면하면 우리는 갈 데가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천막 농성장을 찾아 단식 중인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6.28.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8일 9일째 곡기를 끊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리겠다고 한 약속의 이행을 다짐했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의원총회에서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 대표는 “이 사고는 명백하게 정부의 잘못”이라며 특별법이 지지부진한 상황과 유가족의 단식에 “참 면목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인 김교흥 의원, 민주당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장인 남인순 의원 등과 함께 국회 정문 앞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유가족 단식 농성장을 방문했다. 단식 중인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대표직무대행(고(故) 이주영 씨 아버지), 최선미 운영위원(고 박가영 씨 어머니)을 비롯해 유가족들이 민주당 의원들을 맞이했다.

이 대표는 무더위가 기승인 날씨에 단식자들의 건강을 우려했다. 이 대표는 “가족을 잃은 아픔도 너무 크실 텐데 이 무더위에 단식 농성까지, 사람이 할 일이 못 된다”며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정민 대표직무대행은 “우리는 목표가 있으니 목표 때문에 견디고 있다”며 “저희는 정말 정치권에 원망이 많다. 왜 항상 이런 일을 겪으면 유가족이 길거리에 나와야 하고, 단식해야 하고, 아픈 과정들을 계속 해야 하는지 너무 원망스럽다. 앞으로 이런 고리를 좀 끊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직무대행은 “저희는 살기 위해서 단식을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저희 책임”이라며 “다른 야당과 협력해 패스트트랙을 지정하면, 이번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특별법 제정이 가능할 거다. 그 법을 만들자는 게 가족들의 목표일 테니 민주당을 믿고, 건강 잃지 마시고, 농성을 중단하시는 게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특별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는 날” 농성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 직무대행은 “저희가 의지할 곳은 야당밖에 없다. 야당도 저희를 외면하면 저희는 갈 데가 없다. 민주당에서 저희를 좀 더 많이 봐달라”며 “정부·여당과 힘차게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공동 행동의 날 행진을 마친 참가자가 리본을 만지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3.06.28. ⓒ뉴시스

의결정족수 미달 우려한 유족들, 정부 무대응에는 “제일 어렵다”

유가족은 특별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최소 180명의 찬성표가 필요한데, 본회의에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 그리고 무소속 의원 등 야당 의원 183명의 참여로 특별법을 공동발의했지만, 이 중 3명만 당일 본회의에 불참해도 패스트트랙 지정은 어렵다. 국민의힘이 특별법 자체에 난색을 보이는 상황에서 공동발의 의원 전원의 표결 참여는 절실한 상황이다.

유가족들은 전날 직접 쓴 183개의 손 편지를 들고 의원회관을 돌며 의원들에게 표결 참여를 요청했다. 이 직무대행은 “혹여나 그날 (의원들이) 참석을 못하게 되면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굉장히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일단 패스트트랙만 지정되고 나면, (비협조적인 정부와 여당이) 생각을 바꾸도록 유가족도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교흥 의원은 전날 여야 행안위 간사와 이태원 특별법에 관해 한 시간 동안 협의한 사실을 밝히며 “국민의힘은 패스트트랙한 것에 대해 굉장히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상임위에서 공청회도 해야 하고, 법안 심사도 해야 하고, 넘어야 할 산들이 있지만 믿고 맡겨달라. 최선을 다해 반드시 관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유가족을 향한 정부의 무대응에 관해서도 김 의원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만나서 얘기했다”며 “아이들이 무수히 사망했는데 정부에서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고, 여기(농성장)에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정말 참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질타했다.

최선미 운영위원은 “(정부가) 대화조차도 안 하려고 하니까 무대응이 제일 어려운 거 같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혜택 주자고 특별법을 만드는 게 아니고 생존자, 목격자, 상인들 조금 더 나가면 지금 여기 있는 청년들을 위한 법이다. 꼭 있어야 하는 법, 우리가 가져야 하는 법이라는 걸 염두에 두고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정치가 국민을 편안하게 해야 하는 데 국민을 불편하게, 고통스럽게 한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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