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재벌특혜 세수펑크를 복지예산 축소로 감당하자는 건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재정전략회의에서 ‘긴축재정’과 ‘건전재정’을 강조하자 정부 각부처가 내년도 예산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가 부처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조정실장들을 소집해 이 같은 방침을 전달했다고 한다. 5월 기준으로 벌써 세금 수입 감소액이 36조원이다. 국내외 경제불확실성이 더 커져 올해 최악의 ‘세수 펑크’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는데 세수추계를 재조정할 계획 없이 막무가내로 재정지출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감축할 예산의 타깃이 미리 정해져있다는 데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올해 예산에서 “역대 최대규모인 24조원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자찬한 바 있다. 하지만 삭감된 24조원의 대부분은 임대아파트 사업이나 고용유지지원금 등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예산이었다. 이런 기조로 볼 때 내년도 예산에서는 한해 22조에 달하는 기초연금 조정 등 당장 계산이 쉬운 현금성 복지지출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규모는 작지만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타깃도 있다. 이미 삭감·폐지 절차에 착수한 노동단체와 사회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이 대표적이다. 노동단체 보조금은 한국노총이 수행한 노동자법률상담구조사업을 포함하여 연간 3~40억 밖에 안되는데도 말이다.

물론 재정은 순수 경제문제만은 아니다. 한정된 자원을 정치적인 관점에서 관리하려는 것은 정권교체 이후 어느정도 용인될 수 있다. 하지만 정도껏 해야한다. 이 정부는 재벌의 법인세를 이미 5년간 27조원이나 깎아주고도 추계도 어려운 천문학적인 세액공제 혜택을 국가전략기술이라는 이름 하에 재벌대기업에 몰아주고 있다. 그래놓고 복지예산 축소를 감행하니 최소한의 형평성에 턱없이 미달한다. 감세 혜택도 지출혜택도 공평한 원칙이 있어야한다.

윤 대통령은 “긴축재정, 건전재정을 좋아할 정치권력은 어디에도 없지만 불가피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긴축은 인기 없는 정책이지만 나라의 미래를 위해 비록 총선을 앞두고 있어도 퍼주기 쇼는 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들린다. 하지만 거짓말이다. 과도하게 정치적인 고려를 드러낸 것인데 이것을 오직 경제를 위한 것이라고 포장한 것이다. 경기가 나쁠 때 정부지출을 늘려 경기를 회복시키려는 전략은 진보와 보수를 망라하고 일정하게 합의된 원칙이다. 세수감소가 예상되면 적자재정편성도 특이한 일이 아니다. 복지예산을 줄이고 재벌이익을 늘려주려는, 철저하게 이념편향적이고 정치편향적인 재정계획은 국민다수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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