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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학교 예술교육 ②] 17년째 학교로 향하는 ‘연극선생님’

편집자주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은 2000년에 시작돼, 2023년 현재 국악, 연극, 영화, 무용, 만화애니메이션, 공예, 사진, 디자인 8개분야 5,021명의 예술강사들이 8,693개 초중고등학교에서 260만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에 참여하는 학교예술강사 중 기존 경력강사 일정비율을 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예술강사들의 반발, 국회의 우려로 정부는 지침을 재검토하는 중이다.
예술강사들은 어떤 활동을 하는지, 그리고 예술강사 당사자들과 학부모, 교수, 교사들은 정부방침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본다.



결혼과 동시에 시작한 예술강사. 첫째 아이가 올해 중 3이 되었으니 벌써 17년째 ‘연극선생님’으로 불리고 있다. 첫째에 이어 둘째, 셋째까지 세 번의 임신, 출산, 육아와 예술강사직을 병행하며 참 많은 일을 겪었다. 5년차를 넘어 10년차를 바라볼 때쯤, 예술강사로서 다양한 것을 경험하던 나를 묵묵히 옆에서 지켜본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 그 정도 했으면 그만둬도 되지 않겠냐고, 다른 일을 찾든지 어린 아이들을 키우며 집에서 살림만 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냐고. 결혼 전부터 ‘연극’이라는 단어를 내 직업에서 절대 빼놓지 않겠노라 다짐하던 나를 뜨겁게 응원해주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리고 남편의 표정엔 의아함만 가득했다. 난 왜 매년 예술강사직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는지 그럴싸한 근거를 대고 싶었다. 아주 명확하고도 간결한 이유와 함께 열정어린 대답으로 그 의아함에 반박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내년까지만 할게...’라며 얼버무렸다. 그렇게 한 해, 또 한 해 예술교육자로 학생들을 만나왔다.

나는 내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왜, 어떻게, 무엇 때문에 17년째 예술강사를 이어가고 있느냐고. 아무리 ‘연극’이라는 단어의 힘이 크다한들 15년 넘게 이어갈 정도로 그 위력이 대단하냐고. 건강보험도 안 되고, 고용보장이 안 되는 초단시간 근로자에 10년, 20년을 일해도 퇴직금이 1원도 안 나오는 예술강사직을 무슨 연유로 지금까지도 이어가고 있는 거냐고. 이렇게 한 우물을 파고 또 파도 누가 알아주지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지도 않는 이 일을 왜 매년 이어가는 거냐고.

1년 동안 예술강사에게 연극수업을 들은 아이들이 만들어준 작은 이벤트 ⓒ필자 제공

17년째 예술강사를 이어가는 이유는 단 하나!

내 자신에게 준 답은 단 하나다. 바로, 내가 이 시대에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엄마이자 예술강사인 ‘엄마 예술강사’이기 때문이라는 것. 예술수업 설계를 할 때 나는 머릿속에 그림을 그린다. 교실에서 우리 아이들이 예술수업을 경험하는 모습을. 유치원생인 우리 아이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가, 중학생, 고등학생이 될 우리 아이가 학급친구들과 함께 교실에서 편안하고 즐겁게 예술수업을 경험하며 상상하고, 표현하고, 그것을 공유하고, 음미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간다.

코로나19로 감정 표현과 목소리 내기에 어색했던 친구들이 요즘 들어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내보이며 크게 목소리를 내고, 무대로 약속한 교단 앞에 나와 감정 표현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엄마미소가 얼굴에 번진다. 우리 아이 같아서 기특하고, 우리 아이 모습이 떠올라 소중하고, 우리 아이인 듯 뿌듯하다.

이 좋은 예술교육을 더 많이 알리고 퍼트려야 할 텐데, 그래야 예술강사를 엄마로 둔 우리 아이들도 교실 안에서 친구들과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예술교육을 경험할 수 있을 텐데. 10년, 15년, 20년 한 우물만 판 베테랑 예술강사들이 힘들어서 관두고, 강사료가 적어서 관두고, 고용이 불안정해 관두고, 그것에 상처받아 관둔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우리 소중한 아이들은 정답을 배우는 교과교육과 함께 정답 없는 창의적인 예술교육, 나만의 정답을 만들어가는 의미있는 예술활동을 경험해야 한다. 오늘도 난 이른 아침, 식탁 위에 세 아이의 아침식사를 챙겨둔 채 가장 먼저 집을 나선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 아이의 친구들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예술교육을 경험하게 될 그 날을 위해, 오늘도 한 초등학교 정문을 바라보며 ‘연극예술강사’라고 쓰여 있는 이름표를 목에 걸고 나아간다.  

1년 동안 예술강사에게 연극수업을 들은 아이들이 적은 한마디 소감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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