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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화난 대통령이 권력기관에만 의존하는 게 국정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무언가에 화가 난 모양이다. 사용하는 단어가 하나같이 날카롭고 공격적이다. 다만 이 분노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 지는 불분명하다. 요즘은 '이권 카르텔'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은 '이권 카르텔 타파'를 거듭 주장했다.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이권 카르텔은 지속적으로 국민을 약탈하는 것"이라며 공직자들은 이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산업의 독과점 구조를 이권 카르텔의 부당이익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실의 설명에 따르면 이 말은 금융과 통신산업을 지목한 것이라고 한다. 금융과 통신산업에서의 경쟁 체제 도입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나섰다가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표면화되자 은근슬쩍 집어넣었다. 통신산업도 비슷하다. 윤 대통령이 어떤 생각으로 이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당장 정책의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역대 정부 모두가 합창하던 규제완화에는 '킬러'라는 말이 붙었다. 윤 대통령은 "단 몇 개라도 킬러 규제를 찾아서 시행령이나 법률 개정을 통해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킬러 규제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예를 들거나 개념 혹은 범주를 설명하지도 않았다. 대통령이 하는 일이 보통 이런 식이다.

노동조합과 비판 세력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정치 파업과 불법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의 협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고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불법 시위와 파업으로 무엇인가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깨끗이 접는 게 나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파업과 시위를 벌이는 걸 '협박'으로 받아들인다니 진정으로 놀랍다. 윤 대통령은 말끝마다 헌법과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는 데, 파업과 시위야말로 그 핵심적 구성 요소가 아닌가 말이다.

윤 대통령이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는 알기 어렵다. 대통령실도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내각 역시 눈치만 보는 듯하다. 여당은 아예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다보니 실제 움직이는 건 권력기관 뿐이다. 국세청은 이른바 '일타강사'와 대형 사교육업체의 세무조사를 들어가고, 감사원은 온갖 문제에 뛰어들어 호령한다. 검찰은 물론이다. 최근엔 인사권으로 공직사회를 옥죄겠다는 발상도 추가됐다.

문제가 있다면 조사하고 감사하고 수사하고 인사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이 국정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화난 대통령이 권력기관에 의존해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르는 건 국정이 아니다. 더구나 대통령이나 참모들 누구도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도 말하지는 않는다. 그저 '딱 보면 견적이 나온다'는 식이니 실제로 바뀌는 건 아무 것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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