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본 대신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법정서 싸우겠다는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으로부터 받아야 할 손해배상 확정 판결금에 대한 공탁 절차를 밟으려다가 법원으로부터 제동이 걸렸다.

광주지법과 전주지법은 각각 4일과 5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와 고 박해옥 할머니 배상금 공탁서를 제출한 데 대해 모두 ‘불수리’ 결정했다. 해당 법원 공탁 공무원이 공탁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결과다. 광주지법은 또 이춘식 할아버지의 배상금 공탁서의 경우 서류가 미비하다는 사유를 들어 반려했다.

지난 3월 정부가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해 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안(전범기업의 기여가 전혀 포함되지 않는 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이후 3자 변제 거부 의사를 밝힌 피해자들에게 공탁을 통한 일방적 변제를 재차 시도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3자 변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피해자들에게 공탁 카드를 꺼내들어 그들을 옥죄고 있다. 민법상 3자 변제는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서 성립할 수 없다. 그러나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이미 재단을 통한 배상금 수령을 공식적으로 거부한 상태다. 3자 변제가 성립하지 않는 상황에서 3자 공탁이 성립될 리가 만무하다. 따라서 정부의 공탁 시도는 피해자들을 두 번 기만한 것이나 다름없다.

법원이 공탁의 적절성을 인정하지 않고 불수리 결정한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정부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피해자들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는 4일 광주지법의 공탁서 불수리 결정 이후 입장문을 내 강하게 유감을 표하며, 이의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의 신청이 기각되고 정부가 이에 또 불복하면 공탁의 유효성을 법정에서 다퉈야 한다.

일본을 상대로 수십 년을 싸워온 피해자들로선 조국과 법정에서 싸우게 되는 것인데, 그 자체로 얼마나 모순적이고 개탄스러운 일인가.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일본 전범기업의 채무를 없애주려는 노력에서 벌어진 상황이라 국민들 입장에서도 치욕스럽기 그지없다.

이후 진행될 법적 절차에서 피해자들은 또 어떤 상처를 받게 될까 우려스럽다. 정부는 3자 변제 및 공탁의 유효성을 강하게 주장할 것이고, 이는 전범기업의 사죄와 기여가 없는 배상금은 못 받겠다는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으로 남을 것이다. 또한 공탁의 효력을 다투는 동안 대법원의 손해배상 확정 판결 후속 절차로 진행되고 있는 국내 전범기업 자산 현금화 절차가 중단될 경우 피해자들의 법적 권리 역시 침해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존엄과 권리를 짓밟는 행위를 여기서 멈추고, 지금이라도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이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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