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무책임한 IAEA, 무기력한 한국 정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한 IAEA 최종보고서가 발표됐다. 예상대로 ‘오염수가 방류되어도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결론이다. 그러나 최종보고서 이후 논란이 오히려 증폭될 것이라는 전망은 전부터 나왔다. IAEA는 애초 핵의 평화적 이용, 즉 원전 안전운용을 담당하는 국제기구다. 역사상 처음인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한 해양안전을 검증할 권위도, 능력도 갖고 있지 않다.

기구 성격을 넘어서는 일을 자임했지만, IAEA는 해양오염 및 수산물 안전 등을 검증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관련 국제기구나 권위있는 전문가들과의 협업은 고사하고, 독자적인 샘플 채취 등을 건너뛰고 일본이 제공한 샘플에 근거해 검증했다. 해양 방류 이외의 대안도 검토되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 태평양도서국가의 정부 및 민간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여러 과학적 의문 역시 무시됐다. 결국 핵심쟁점인 다핵종제거설비(ALPS) 성능에 대한 검증이 빠져 실제 핵종을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에서는 IAEA가 일본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 컨설팅 해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종보고서는 초입부터 “IAEA와 회원국은 보고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이번 보고서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방류를 권장하거나 승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 역시 “현재 가능한 두 가지 방법 중 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를 선택한 것”이라며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일본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발언했다. 실제로는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에 ‘안전’이라는 날개를 달아주고는 자신들은 책임 없다니, 이런 보고서를 주변국과 세계인들이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심지어 일본 내에서도 어민은 물론 일반 국민 상당수가 오염수 방류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에서는 ‘해수욕철을 지나서 방류를 하자’는 의견을 대안이라고 내놓기도 했다.

국민의 불안과 우려가 커졌지만 한국 정부는 존재감조차 느끼기 어려운 태도로 일관했다. 최종보고서 발표에도 대통령실은 공식입장을 내지 않고 관계자 입을 빌어 ‘IAEA의 발표내용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 기시다 총리가 현지시찰단을 보내기로 합의할 때는 요란하게 선전하더니 시찰단 역시 아무런 결론을 내놓지 않았다. 중대한 국민안전의 문제를 이토록 방관하는 것은 주권국가 정부로서 있을 수 없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한술 더 떠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황당한 입장을 내놨다. 왜 ‘겸허’가 나오지는지,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이 버릇없이 떠들었다는 뜻인지 묻고 싶다.

편파적이고 무책임한 IAEA와 무기력하고 방관적인 정부로 인해 오염수 문제를 정상적으로 해결하고 불안을 줄일 길은 사실상 막혀버렸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