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뭐가 두려워 고속도로 건설 계획까지 취소하나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이 일었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당정이 아예 백지화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6일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과 당정협의를 마친 뒤 "제가 전적인 책임을 진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해서는 노선 검토뿐 아니라, 도로개설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이 '백지화' 이유로 든 것은 야당의 의혹 제기다. "김건희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우리가 말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야당이 문제제기를 한다는 이유로 국책사업을 아예 중단하다니,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런 식이라면 야당이 반대하는 사업은 다 포기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아야 마땅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정부가 손을 떼야하고, 이른바 수능의 킬러문항도 그대로 두어야 할 판이다.

더구나 이 문제와 관련한 야당과 언론의 의혹 제기는 충분히 합리적이다. 2017년부터 추진되어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고속도로 건설 계획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변경됐다. 그 종점 인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누구나 의문을 가질 만한 정황이 충분하다. 이런 의혹이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 정책 변경의 과정을 공개하고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그런데 갑자기 '다 그만두겠다'는 식으로 나온 것이다.

시쳇말로 '기분 나빠서 못 하겠다'는 건데 설마 큰 돈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을 이런 식으로 다루는 것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앞으로 나올 더 큰 의혹이 두려워 문제를 덮으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론이 그래서 나온다.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지 않고서야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 하는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 '만기친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온갖 문제에 다 관여하는 대통령이 이 문제에만 입을 닫고 있어서는 안 된다. 1조원이 훌쩍 넘어가는 사업이 장관의 한 마디에 백지화되는 것을 대통령이 그냥 두고 보아선 안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 가족의 문제이기도 하니 더욱 그렇다. 하루아침에 대규모 국책사업을 뒤로 물리고, 대통령까지 이를 방관한다면 의혹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