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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학교 예술교육 ⑤] 우리 아이 ‘예술쌤’, 몇 달짜리 계약직이라니

편집자주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은 2000년에 시작돼, 2023년 현재 국악, 연극, 영화, 무용, 만화애니메이션, 공예, 사진, 디자인 8개분야 5,021명의 예술강사들이 8,693개 초중고등학교에서 260만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에 참여하는 학교예술강사 중 기존 경력강사 일정비율을 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예술강사들의 반발, 국회의 우려로 정부는 지침을 재검토하는 중이다.예술강사들은 어떤 활동을 하는지, 그리고 예술강사 당사자들과 학부모, 교수, 교사들은 정부방침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본다.


연극수업에서 배운 연극공연을 올린 초등학생 어린이들 ⓒ필자 제공

“도착했다 소나무 서낭당 반가웠다 역사학자샘
돌던졌다 소나무 서낭당 신기했다 산신령 할아버지
누가 이 큰 돌을 던졌느냐 아무도 안 던졌는데요 크크크크
연극했다 이야기 속에서 재밌었다 또 하고 싶다
4학년때 또 해보고 싶다 재미있는 연극놀이를”
(율길초 아이들 작사/작곡)


오늘도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신이 났다. 연극수업 시간에 ‘흥부와 놀부’ 연극 역할을 제비뽑기로 뽑았는데 놀부 마누라 역을 덩치 큰 남자친구가 맡게 되서 너무 웃겼다며 깔깔깔. 방송댄스 시간에 아이브 언니들의 ‘I am’을 여기까지 배웠다며 짧은 팔다리를 휘적이며 아이돌 흉내를 내고, 사물놀이 시간에는 세마치장단이랑 다른 장단을 배웠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며 ‘덩 덩 덕쿵덕’ 자뭇 진지해져서는 팔을 휘휘 젓는다.

8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40대의 눈으로 현재 초등학교 1학년, 3학년 두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공교육이 그래도 이만큼은 발전했구나 싶어 살며시 웃음이 난다.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 한 분이 국어부터 체육까지 도맡아 홀로 수업을 했고, 수업이 끝나면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철봉에 매달려 노는 게 다였다. 그것뿐인가. 사물놀이나 연극, 미술 전시 등 고급(?)문화를 접한 것은 스무 살이 넘어서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8살이 되어 입학하면서부터 다양한 예술을 접하고 배우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가끔은 놀랍기도 하고 진심으로 너무 부럽기도 하다. 그리고 참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국어, 수학, 영어와 같은 공부만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여러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관계에서 사회관계와 인성을 배우길 바라고, 부모가 바빠서, 혹은 자신의 관심사가 아니기에 놓치기 쉬운 다양한 분야를 접하며 이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시선을 갖기를 바란다. 그렇게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로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은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재잘재잘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느낀다. 학교에서 배우는 다양한 예술 분야들이 아이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시선을 줄 뿐 아니라 아이들의 상상력을 표출하는 언어이자, 때로는 아이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해소하는 창구가 된다는 것을 말이다.

문제는 이런 교육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아이들에게 제공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얼마 전, 각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예술관련 수업을 진행하는 예술강사들을 일정비율 해고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보고는 ‘그래도 좀 발전했다’고 여겼던 우리 공교육의 현실인가 싶어 마음이 심란했다. 부모들이 바라는 질 높고 지속적인 교육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사의 능력과 자질이 중요하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능력이 출중하고, 아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고용의 안정과 사회적 보상이 충분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에서 책임지고 그들의 보수교육을 신경 쓰고 독려해야 한다. 그것이 ‘백년지대계’라고 불리는 교육을 바라보는 국가의 철학이자 책무가 아닐까?

국악수업에서 배운 풍물 공연을 올린 초등학생 어린이들 ⓒ필자 제공

그런데 비정규직도 아닌 몇 달짜리 계약직으로 강사들을 내몰면서 질 높은 교육을 바라는 것이 진정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상식선이 무너진 교육현장에서 피해를 받는 것은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며 자라나길 바란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는 ‘좋은 어른’이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현재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가장 밀접하게 생활하는 학교의 모든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주길 바란다. 정부가 교육에 대한 올바른 철학을 가지고, 아이들을 위한 결정과 계획이 무엇인지를 심사숙고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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