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하승수의 직격] 검찰 특활비 자료, 윤석열 지검장 때 불법폐기?

해명 못 하면, 국정조사와 특검 불가피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지난 6월 29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제출한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지출 기록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사용한 업무추진비 영수증이 거의 백지에 가까울 정도로 지워져 보이지 않고 있다. ⓒ민중의소리

필자는 지난 6월 23일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1만 6700여 쪽에 이르는 검찰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서류를 공개받았다. 3년 5개 월의 소송 끝에 받아낸 자료였다.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함께하는 시민행동)와 뉴스타파가 협업해 온 결과물이기도 했다.

사라진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


그런데 자료를 공개받기 이전인 지난 6월 15일 대검찰청 담당자로부터 이상한 얘기를 전화로 들었다. ‘밀봉된 자료를 열어보니 2017년 초반 자료가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자료를 받으면서 확인한 결과 2017년 1월 ~ 4월에 집행된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약 74억원에 대한 증빙자료가 단 1쪽도 없었다.

그리고 서울중앙지검에 가서도 똑같은 얘기를 들었다. 담당자들이 소송이 진행되던 중에는 자료를 확인해보지 않았는데, 소송이 끝나고 확인해보니 서울중앙지검의 2017년 1월 ~ 5월까지의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자료도 모두 없다는 것이었다.

6월 23일에는 일단 자료를 받아야 했기에, 있는 자료를 수령해서 왔다. 그러나 주말동안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한민국에는 김대중 정권시절인 2000년부터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라는 법률이 제정시행되고 있다. 그 전까지 정권이 바뀌거나 하면 워낙 기록물을 무단폐기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2019년 8월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 지급 내역. ⓒ민중의소리

그래서 기록물을 폐기하려면 심의위원회의 심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고 기록물을 무단폐기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무단폐기를 범죄로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적법한 기록물 폐기 절차도 거치지 않았는데, 대검찰청은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1월부터 5월까지의 자료가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 다음주 월요일인 26일에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에 전화를 해서 ‘자료가 없을 수 없으니 다시 한번 찾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돌아온 답은 그냥 ‘있는 자료는 모두 공개했다’는 동문서답이었다. 결국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왜 없는지? 폐기했다면 언제 폐기한 것인지? 누구의 지시로 폐기한 것인지? 에 대한 답은 없었다.

이영렬 판결문에 나온 특수활동비 금전출납부


처음부터 자료가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없다. 2017년 이전부터 시행되고 있던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이나 감사원의 ‘계산증명규칙’ 등에 따르면 최소한 지출결의서와 현금수령자의 수령증(영수증)은 있어야 했다.

그리고 2017년 4월까지 특수활동비와 관련된 자료가 있었다는 결정적인 증거도 발견됐다. 그것은 2017년 4월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면직됐던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행정소송(면직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문이었다.

당시 판결문에는 서울중앙지검장 비서실에서 특수활동비를 관리하던 정황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2017년 4월의 ‘돈봉투 만찬사건’은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각각 부하검사들을 대동하고 1인당 9만 5천원의 고액회식을 하면서 서로 상대방측 부하검사들에게 특수활동비로 돈봉투를 준 사건이다. 당시 회식자리에는 이원석 현 검찰총장도 있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은 법무부 검찰국 검사 2명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는지 돈봉투를 돌려줬다. 그리고 서울중앙지검측이 돈봉투를 돌려받은 후에 그 돈을 다시 사용하는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장 비서실 직원이 ‘특수활동비 금전출납부’라는 장부에 사용처를 기재한 것으로 나와 있다. 법원 판결문에 나와 있으니 100% 확실한 팩트이다.

자료가 사라진 시점은 윤석열 중앙지검장 취임 이후


즉 2017년 4월에는 서울중앙지검에 ‘특수활동비 금전출납부’라는 기록물이 존재했던 것이다. 아마도 대검찰청에도 어떤 형태로든 자료가 있었을 것이다. 민간기업이 비자금을 쓸 때에도 기록은 남겨두기 마련이다. 거액의 돈을 현금으로 사용하면서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는 없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제기한
면직처분취소소송 1심 판결문중에서

마. AA, AB는 이 사건 만찬이 끝날 무렵 원고에게 금일봉을 돌려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V에게 ‘원고가 언짢게 생각하지 않도록 봉투를 잘 반환하여 달라'는 취지로 말 하면서 봉투를 돌려주었다. V는 2017. 4. 24. 오전 원고를 찾아가 이를 보고하면서 봉투를 반환하려 하였으나, 원고는 V에게 ‘그 동안 형사7부에 수사비를 많이 지원하지 못한 것 같 으니 수사비로 사용하라’고 하고서 AN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고, AN은 특수활동비 금전출 납부에 사용처를 기재하였다.

그리고 2017년 5월 ‘돈봉투 만찬’ 사건이 드러나면서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합동감찰이 진행되었고, 감찰결과가 6월 7일 발표됐다. 따라서 감찰이 진행되고 있던 시점까지도 자료가 존재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서울중앙지검에 존재했던 ‘특수활동비 금전출납부’ 등의 자료가 폐기된 시점은 2017년 6월 이후로 보인다. 그리고 2017년 5월 22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취임을 한 상태였다.

이런 사정들을 맞춰보면, 자료가 폐기된 시점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이후로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필자가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한 시점이 2019년 11월이다. 아마 자료폐기는 그 이전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소송 중에는 자료를 열어보지 않았다는 것이 현재 검찰 담당자들의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17년 6월부터 2019년 10월 사이에 자료가 폐기되었다는 것인데, 그 시기 대부분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었던 시기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2017년 5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김주현 전 대검차장 이임식에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따라서 현재 제기된 특수활동비 자료 폐기 문제는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해명해야 할 문제이다. 윤석열 중앙지검장 시절에 자료가 폐기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수활동비 자료는 그 특성상 검찰 내부에서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과 소수의 담당자들만 접근가능한 자료이다. 필자가 제기한 소송에서도 검찰은 줄기차게 그렇게 주장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자료 불법폐기 문제는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무관할 수 없다. 더구나 폐기된 자료 속에는 이영렬 전 지검장의 ‘돈봉투 만찬’ 당시의 기록도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인 특수활동비 오ㆍ남용 사례와 관련된 자료가 사라진 것이다.

국정조사와 특별검사가 필요


거액의 국민세금을 사용해놓고 아무런 증빙자료가 없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특수활동비 관련 자료의 무단폐기가 언제, 누구에 의해(누구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는지는 반드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검찰 조직의 핵심부에서 이뤄진 불법행위를 검찰에 고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회가 나서서 국정조사를 해야 하고, ‘검찰 특수활동비 오ㆍ남용 및 자료폐기 의혹 등’에 관한 특별검사 도입 논의도 필요하다. 자료폐기 외에도 정보은폐, 세금오남용 등 의혹이 수두룩한 상황이다.

검찰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집단 내부에서 발생한 각종 불법의혹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는 것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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