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은 2000년에 시작돼, 2023년 현재 국악, 연극, 영화, 무용, 만화애니메이션, 공예, 사진, 디자인 8개분야 5,021명의 예술강사들이 8,693개 초중고등학교에서 260만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에 참여하는 학교예술강사 중 기존 경력강사 일정비율을 해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예술강사들의 반발, 국회의 우려로 정부는 지침을 재검토하는 중이다.예술강사들은 어떤 활동을 하는지, 그리고 예술강사 당사자들과 학부모, 교수, 교사들은 정부방침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본다.
지난 6월 1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기존 학교예술강사 20%에 해당하는 1천명 해고계획을 발표했다. 1천명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니고 진흥원 경영상의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기존에 일하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비율 정해 해고하겠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진흥원 관계자라면 내릴 수 없는 결정이다. 기존 경력강사들이 대거 유출되면 문화예술교육의 질 하락과 학교현장의 혼란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기존강사 해고지침은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의지라고 볼 수 있다.
2000년 국악강사풀제로 시작된 예술강사 지원사업이 24년째 유지되며 한국의 대표적 문화예술교육사업으로 성장하기까지에는 많은 예술강사들의 땀과 노력이 담겨 있다. 초창기에는 예술강사들이 직접 발로 뛰며 예술교육 수혜학교를 모집하기도 했다. 예술강사들은 선발 직후 140시간 이상의 의무연수를 통해 학교시스템과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이해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을 받고 실습과정을 거쳤다. 의무연수를 마친 후에도 부단히 아이들을 위한 예술교육가로서 자기계발을 해오고 있다.
방학 때는 아무런 임금, 대가도 없이 연수와 워크숍을 다니며 수업을 준비했고 코로나 시기에는 온라인수업을 위한 비용을 예술강사 스스로 부담했다. 보통 회사는 근속수당, 상여금 등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를 활용해 능력있는 직원의 장기근속을 권하지만, 예술강사는 그런 혜택이 없어도 묵묵히 일했다. 정부는 오히려 퇴직금, 건강보험,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꼼수를 썼고, 예술강사들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적은 예산으로 전국 8600여개 학교에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효율을 극대화했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정부들이 계약갱신하던 관행을 깨고 예술강사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주된 이유는 청년일자리다. 그런데 변경될 정부지침이 진짜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인가 하는 의심이 든다.
예술강사가 되려면 서류, 필기, 실기, 면접, 모의수업 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분야에 따라 전형절차 차이는 있음) 일단 선발되면 일정 정도의 수입이 보장된다. 임금 수준은 최저생계비에 한참 못 미치고 지역과 분야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다른 예술활동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예술계 직종에서는 진입 어려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선발인원이 적을 때는 경쟁률이 100:1을 상회할 정도로 진입하기 어렵지만, 예술인들이 예술강사를 선호한 이유는 일단 선발되면 매년 계약갱신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고를 일상화하겠다는 정부 지침이 시행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올해 고용되더라도 다음해 해고된다면 경제적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해고되면 모성보호제도를 이용할 수 없어 출산, 육아에 대한 부담을 온전히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 정부지침이 나오자 출산을 포기해야 하는 거 아닌지 걱정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제 청년예술인들이 선호하던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정부지침은 해고가 일상화되는 나쁜 임시일자리다.
왜 윤석열 정부는 나쁜 일자리를 양산해 청년들에게 떠넘기는가? 해고가 일상화한다면 예술인들이 예술교육에 전념하기도 어렵게 된다. 예술교육의 목표는 사라지고 한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