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기사 경기도 특사경, 전세 보증보험 악용해 돈 챙긴 중개업자 7명 입건

전세와 매매를 ‘동시 진행’하는 전세 사기 매물로 깡통전세 계약을 유도한 부동산 중개업자 7명이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에 적발됐다. 이들은 중개업자, 임차인, 바지 사장(임대사업자) 등이 보증보험 가입 시 전세 금액과 상관없이 전액을 보증해 주는 제도를 악용한 새로운 유형의 범죄를 저질렀다. 이들로 인한 보증보험 피해액은 무려 190억 원에 달한다.

경기도 특사경은 지난 3월부터 전세 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등의 불법 중개행위를 집중 수사했다. 이 과정에서 A 씨 등 부동산 중개업자 7명이 부천시 신축 빌라 등의 전세 사기 관련 불법 중개행위를 조직적으로 공모해 125건의 임대차계약을 맺도록 한 사실을 적발했으며, 이들을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피의자 A씨 등 7명은 분양업자들로부터 부천시 신축 빌라의 전세와 매매를 동시에 의뢰받고 전세자금 반환 보증 제도를 미끼로 임차인들에게 계약을 종용했다. 그 결과 부천 신축 빌라 78건에 대한 14억 1천만 원, 서울 강서구와 인천 서구·부평구 일대 빌라 47건에 대한 6억 9천만 원 등 총 125건의 임대차계약에 대해 21억 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2천만 원을 받고 불법 중개 임대차계약서에 서명·날인해 가담한 공인중개사 1명도 적발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보증보험제도의 허점을 노린 사기 범행으로 인해 피해가 고스란히 국가재정 부담으로 돌아간다”라면서 “경기도는 구조화되고 조직적인 전세 사기는 물론, 이번에 적발된 신종 사기유형에 대응하기 위해 불법 중개행위 웹사이트 일제 점검, 전세 사기 고위험 주택 감시 및 공인중개사 불법 중개행위 단속 등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적발 사례를 살펴보면 피의자들은 부동산 종사자 애플리케이션과 신축 빌라 분양오픈식을 통해 물건정보를 확인한 후, 분양업자로부터 ‘전세와 매매’를 동시 진행하는 조건으로 리베이트 1천만 원~3천만 원 수준의 중개 의뢰를 받았다.

이들은 중개 의뢰받은 신축 빌라를 인터넷 광고를 통해 임차인을 구한 후, 임차인들에게 안심 전세대출을 받으면 전세자금 보증보험이 자동으로 가입되기 때문에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없다고 안심시켰다. 또 임대차계약 시 전세자금 대출이자 및 이사비와 냉장고 등의 옵션을 지원하는 조건을 제시하고, 현 소유자는 건축주이지만 곧 임대사업자(소유자)로 변경될 것이라고 설명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토록 하는 등 깡통전세 계약을 유도했다.

또 임차인이 전세자금 안심 대출을 받고 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신축 빌라 인근 부동산 중개사무소 소속 공인중개사의 서명·날인된 임대차계약서가 필요 하자, 부천 소재 공인중개사사무소 공인중개사 G씨에게 2019년 2~10월 동안 월 200만 원씩 1천800만 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서 작성을 해달라고 의뢰했다. 이에 응한 G씨는 중개행위 없이 임대차계약서에 서명·날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들은 임대차계약과 동시에 빌라를 매매하기 위해 브로커(H, I씨)에게 건당 100만∼200만 원을 주고 바지 사장들(임대사업자)을 소개받아 소유권을 이전했다. 또 평소 알고 있던 바지 사장들에게 건당 40만~50만 원을 지급 후 소유권을 이전한 후, 건축주로부터는 최대 4천200만 원의 리베이트를 편취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은 조직의 직책 및 중개행위 역할에 따라 비율 정해 리베이트를 배분했다.

임차인들도 쇼핑하듯 ‘깡통전세’ 대상 매물을 골라 피의자들이 받은 리베이트 14억 1천만 원 중 44%에 해당하는 6억 2천만 원을 받았고, 일부 임차인의 경우 최대 2천400만 원을 받았다.

피의자들이 불법 중개한 부천시 소재 신축 빌라 매매 78건 중, 바지 사장 2명이 ‘무자본 갭투자’로 매입한 건수가 각각 21건, 20건이었다. 현재 불법 중개 물건 78건에서는 바지 사장들의 기획파산에 따라 압류 13건, 경매 진행 33건, 경매낙찰 23건으로 총 69건의 전세 사고가 발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압류 및 경매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임차인들은 모두 안심 전세대출을 통해 보증보험에 가입해 직접적 피해를 보지 않았다. 그렇지만 전세자금 반환 보증 제도를 운영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피해액은 무려 190억 원에 달한다.

경기도는 부천 전세 사기 관련 불법 중개행위자 7명을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또  이와 같은 방식으로 불법 중개한 9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대해서도 위법 사항을 확인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한편, 현행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중개사무소의 개설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중개업을 한 자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해 중개업무를 하게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