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시의회가 서울시교육청의 노동인권교육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지난해 본예산 심사에서 3억 2,600만원 전액이 삭감되었고, 이번 2차 추경에 절반 이상 줄여 제출된 1억 7,000만원마저 통과되지 않았다. 노동인권교육 따위는 필요 없다는 인식인 셈이다.
국민의힘 시의원이 다수 의석을 점한 서울시의회의 결정은 윤석열 정부의 ‘반 노동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8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을 발표하면서 교육목표에서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삭제하고, 노동자 권리와 노동권 역사 등을 가르친다는 이전 정부의 계획을 뒤집었다. 노동인권교육이 '반기업' 정서를 부추긴다는 극우적 논리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인권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전 정부에서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라 오랜 공론화 끝에 결정된 것이었다. 노동자가 없이는 기업도 없다.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서 노동자의 이름을 지울 수는 없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손바닥 뒤집듯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임금체불, 공휴일 적용, 연차휴가 사용, 사회보험 가입, 휴게시설과 식비 지급, 법정 의무교육 이수와 같은 노동자의 권리는 정권의 성향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기본적 권리다. 사회로 나갈 청소년들에게 노동인권을 가르치는 건 기본일 뿐이다.
서울시의회의 예산 전액 삭감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떠안게 된다.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법적 권리를 배울 기회를 박탈당하고, 노동은 불온한 것이라는 퇴행적 시각을 가지게 된다. 안전하지 않은 일터에 노출되는 학생.청년들에게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알려주지 않는 셈이다.
그간 우리나라 학교에서 ’노동’에 관한 교육은 없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2009년 직업계고를 대상으로 시작된 노동인권교육이 2015년에서야 전체교육 과정에 조금씩 반영되기 시작했다. 정규과정에서 노동교육을 하는 독일을 포함해 대부분의 나라가 노동교육을 하는 것에 비하면 이제 막 첫걸음에 불과했다. 확대하고 강화해도 모자랄 상황에 노동교육을 정쟁의 쟁점으로 보고 퇴행시킨 정부와 서울시의회의 결정이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