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7월 4일 낸 최종보고서 79쪽을 보면 “넙치, 게, 해조류에 대해 계산된 선량은 최저 기준치인 ‘하루 1밀리그레이(mGy)’보다 백만 배 이상 낮다”는 계산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오염수를 방류해도 후쿠시마 넙치는 방사능 오염 없이 깨끗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 같은 계산결과 등을 근거로, IAEA는 보고서에서 “일본 처리수 방류가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그런데, 이상한 지점이 있다. 후쿠시마에 사는 넙치인데, 넙치의 방사선 선량이 낮아도 너무 낮다. “기준치보다 백만 배 이상 낮다”고 하니, 이는 청정한 우리나라 해역에서 현재 잡히는 넙치보다 깨끗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후쿠시마 넙치가 우리나라 해역보다 더 청정지역에서 사는 넙치가 된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도출된 것일까?
후쿠시마 바다만의 특수한 상황 배제 ‘배경 방사능’ 농도 무시...“굉장한 왜곡”
보통 공장이나 발전소에서 오염 물질을 배출할 때, 그 배출로 인한 생태계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라는 것을 한다. 오염수 해양방류로 보자면,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됐을 때 그 방류로 인한 생태계 영향을 알아보는 평가가 환경영향평가인 셈이다.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를 위해서는 우선 그 지역 ‘배경 방사선’의 농도를 먼저 알아야 한다. ‘배경 방사선’이란, 천연방사선과 핵실험·원전 등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방사선을 모두 포함하는 말이다. 특히, 후쿠시마와 같은 지역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폭발 사고가 있었고, 현재도 수습을 못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배경 방사선’은 매우 중요하다. 이 ‘배경 방사선’을 무시한다면 후쿠시마의 특수한 상황을 놓치게 된다.
따라서 후쿠시마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하자면, 이 ‘배경 방사선’을 먼저 측정하고, 이후 오염수를 해양방류했을 때 어떻게 환경이 변할지 예측하는 게 핵심이다. 국내 원전 주변 환경영향평가와 다수의 환경영향평가를 한 경험이 있는 백도명 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존 배경 농도를 알아야지, 현재 있는 상황이 어떻게 더 악화되는 지 또는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되는 지 판단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에 관한 환경영향평가는 그렇지 않았다. 기존에 얼마나 후쿠시마 앞 바다가 오염됐는지 여부는 아예 환경영향평가에 반영하지 않았다.
IAEA 역시 일본의 조사방식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최종보고서에 후쿠시마 전체 상황에서 ‘오염수 해양방류’만 따로 떼어내어 평가할 수 있는 것처럼 기술했다. 이를 서술한 대목을 보자면 억지스러움까지 느껴진다.
최종보고서 31쪽이다. 여기서 IAEA는 “규제되지 않은 방사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의 IAEA 기본안전원칙을 설명하면서 “알프스 처리수의 방류는 ‘계획된 노출’이기 때문에 이 안전원칙을 적용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안전원칙을 적용해야 하는 세 가지 예 중 세 번째 “방사성 핵종이 통제되지 않은 상태로 환경에 방출된 후 취해진 정화 조치를 따르는 경우”는 후쿠시마의 사례와 일치해 보인다. 오염수 해양방류가 ‘계획된 노출’이라고 하더라도, 통제되지 않은 방출 문제와 뒤섞여 있는 문제로 보고 함께 고려하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도 있는데, 굳이 분리하려고 애쓴 것이다.
IAEA가 억지로 오염수 해양방류만을 분리한 결과, 보고서에는 편향된 조사방식이 쓰였다. 내용은 알기 쉽게 비유하자면 ‘제주도 앞바다보다 더 깨끗하고 맑은 증류수로 이루어진 바다에 일본이 계획한 대로 여과·희석된 오염수를 방류하면 인근 바다 생물에 축적되는 방사능의 양은 기준치를 넘을까’에 대해서만 조사가 이루어지고, 그 내용이 보고서에 담긴 것이다. 이 계산의 결과가 보고서 79쪽에 있는 “계산된 선량은 기준치보다 백만 배 이상 낮다”였다.
하지만 후쿠시마 앞 바다는 증류수가 아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을 때 방대한 양의 방사성물질이 대기 중으로 방출됐다. 태평양을 향해 부는 바람 덕분에 이 중 대부분은 일본 본토로 향하지 않고 바다로 향했다. 방사성물질 누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하수가 폭발한 원전으로 유입되고 녹아내린 핵연료에 닿으면서 오염수가 만들어졌다. 사고 초기, 일본은 이 오염수를 감당할 수 없어서 1만t 이상의 고농도 오염수를 바다에 무단 투기했다. 이후 일본은 이 오염수 누출을 막는다고 애썼지만, 지하에서 오염된 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100%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전문가들은 지금도 상당한 양의 오염수가 계속 바다로 흘러간다고 확신한다. 오염된 후쿠시마 땅에 있던 방사성물질도 비가 올 때마다 바다로 흘러가면서 바다를 계속 오염시키고 있다. (▶ 관련 민소 기사 :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짜 문제, 10년째 방사성 물질 새고 있다)
해마다 발견되는 ‘세슘 우럭’이 오염된 후쿠시마 앞 바다를 증명한다. 실제 후쿠시마 앞바다 표층해수의 방사능 농도는 우리나라 바다의 농도와 큰 차이를 보이며, 생물에 축적되는 농도는 더 극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같이 오염된 후쿠시마 바다에 오염수를 추가로 방류했을 경우를 따지면, 분명 다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미 후쿠시마 앞바다의 방사능 농도는 기준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일본 방사능 연구 전문가 나가사와 히로유키 오사카부립대학 명예교수에 따르면, 올해 6월 1일 후쿠시마 원전 부지 경계에서 측정된 연간 선량은 2.9~8.9밀리시버트(mSv)로 기준치를 이미 크게 웃돌고 있었다.
이에 백도명 전 원장은 11일 민주연구원 현안긴급토론회에서 IAEA 최종보고서에 대해 “굉장한 왜곡”이라며 “지금 현재 후쿠시마 앞 바다가 오염된 상황은 전혀 감안하지 않고 환경영향평가를 하다 보니까, 심지어 우리나라 표층해수의 농도보다 훨씬 낮은 농도의 것을 먹으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계산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우리가 알고 싶은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라며 “우리가 알고자 하는 내용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바다로 오염물질이 굉장히 많이 나왔고 이미 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는데 오염수 투기가 또 이루어질 때 어떻게 변화할지 이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도 후쿠시마 앞 바다에서 측정되는 방사성물질 농도 등을 제시하며 “지금도 오염수가 새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오염수가 계속 새고 있는 문제조차 아직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130만t에 이르는 오염수를 추가로 방류 하느냐 마느냐 얘기하는 것은 과학을 따지기 전에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IAEA는 해당 보고서 여러 곳에 책임을 회피하는 문구를 넣었다. 표지 바로 다음 쪽에 “IAEA와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했다. 사무총장은 보고서 서문에 “방출은 일본 정부의 국가적 결정이며, 이 보고서는 그 정책을 권고하거나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적었다. 또 보고서 9쪽에는 “IAEA 검토는 일본이 선택한 알프스 처리수 처리 방법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다른 잠재적 방법의 타당성은 평가하지 않는다”고 서술했다. 즉, 제시되는 더 나은 방안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