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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전 신규 건설 추진, 후쿠시마의 교훈 잊었나

원전산업 활성화를 주장해온 윤석열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한다. 산업부는 10일 이창양 장관 주재 회의에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 수립에 조기 착수하기로 하고, 신규 원전 건설 검토를 공식화했다. 이 장관은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적기 대응하고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전력 공급을 할 수 있도록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원전, 수소 등 새로운 공급 여력 확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다수 민간위원의 의견이라며 “신규 원전을 포함한 새 전원믹스 구성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에 상반기에 확정될 예정인 11차 기본계획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담길 가능성이 커졌다. 신규 원전 건설은 2015년 7차 기본계획에 담긴 신한울 3·4호기가 마지막이었다. 11차 기본계획에 원전 신규 건설이 반영되면 2036년 기준 전체 발전량 대비 원전 비중도 당초 34.6%에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를 위해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고, 그래서 원전을 짓겠다는 발상은 한참 구시대적이다. 세계경제가 맞은 주요 위기이자 숙제는 기후위기다. 무한정 생산을 늘리고 이를 위해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는 악순환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현시대 빈곤의 핵심원인은 불평등이지 부족한 생산이 아니다. 원전이 더 경제적이라는 것도 안전 비용을 생각하면 틀린 주장이다. 국민들의 불안과 인근 주민의 보건 위협은 물론, 사용후 핵폐기물과 노후 원전은 아직 처리 방법조차 확보되지 않았다. 전세계 발전에서 원전의 비중은 1996년 17.5%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9.8%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오히려 신재생 에너지를 강화하는 것이 미래 경제를 준비하는 올바른 방안이고, 그래서 각국이 이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중이다.

국제사회를 흔들고 있는 오염수 해양방류 문제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비롯됐음을 상기해야 한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12년이 흘렀지만 복구는커녕 오염수를 향후 30년간 해양에 방류하겠다는 초유의 계획을 두고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비극적인 사태가 한국에서는 절대 안 일어난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은 원전을 청정에너지라고 강변하지만, 오염수 방류 논란을 통해 원전이 얼마나 위험하고 더러운지 확인된다.

국내 원전 25기가 5개 지역에 밀집돼 있는 것이나 신규 원전 후보지로 떠오르면 주민들이 격렬히 반발해 여러 차례 무산된 것도 위험성이 가장 큰 요인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로는 ‘서울 강남에 지으라’는 말이 나올 만큼, 원전 부지를 새로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결국 기존 부지에 더 밀집해 원전을 우겨넣을 수밖에 없어 주민과 국민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수진영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옹호하기 위해 중국 동해안에 집중된 원전의 위험을 언급했는데, 차제에 이런 문제의식을 발전시켜 원전을 줄이고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은 길이다. 세계 흐름에도 역행하고 국민 동의도 얻기 힘든 원전 신규 건설이라는 허황된 구상을 빨리 접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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