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나토의 아시아 확장에 우리가 앞장설 이유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마드리드 회의에 이어 또 다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른바 AP4(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국)의 일원으로 참석한 것인데,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나토의 아시아로의 확장에 강력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공동운명'론까지 거론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한국은 나토에 아주 중요한 파트너"라면서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나토는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라는 이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미국이 유럽에서 구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나토는 냉전이 끝난 뒤에도 유지되면서 동유럽으로 확장을 계속했고, 21세기 들어서는 아시아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강화해왔다. 유엔 대신 나토를 앞세워 중국과 러시아를 봉쇄하겠다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31개 회원국 정상들은 90개항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그 중 6개 항목이 중국 관련 이슈였다. 정상들은 "중국은 우리의 이익과 안보, 가치에 도전하는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을 공표했다"며 "전략, 의도, 군사력 증강과 관련해 불투명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세계에서 입지를 키우고 힘을 발휘하기 위해 광범위한 정치·경제·군사적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토가 '반중국 동맹'으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 군사정보 공유를 위한 바이시스 이사회 가입 신청을 시사하면서 "대서양의 안보와 인도양, 태평양의 안보가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해협 갈등, 그리고 나토가 특별한 관심을 보여온 발칸반도와 북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의 거의 모든 갈등에 개입하겠다는 이야기다. 이런 정책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리는 만무하다. 중국과 러시아라는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이해관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우리가 이렇게 서두를 이유도 없다.

나토의 아시아로의 확장은 유럽에서도 전폭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당장 프랑스는 나토의 일본 연락소 설치를 반대하면서 '나토는 글로벌 동맹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와 브라질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도 나토의 확장을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다극화되는 세계에서 오직 미국을 따라 거대한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건 그 자체로도 무모한 일이며, 특히 중국·러시아와 역내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유익한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런 정책들이 국내적으로 충분한 공감과 합의 없이 특정 정권의 독단으로 추진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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