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면서 핵연료가 녹아내렸다. 핵연료가 녹아내리면 단순한 폭발사고가 아니게 된다.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원전 밖으로 방출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이 사실을 은폐했다.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일본과 도쿄전력을 믿고 기자회견까지 열어 “노심용융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부천시갑)은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사실을 짚으며 “일본이 준 시료와 데이터, 주장은 다 믿을 수 있나?”라고 물었다. 또 “일본 떠다 준 시료와 일본이 제공한 데이터를 검증한 IAEA는 믿을 수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오영주 외교부 2차관은 “국제기준에 맞게 이루어졌다”는 취지의 답변을 반복했다.
일본의 은폐, 일본 믿은 IAEA의 오판 일본과 IAEA를 절대적으로 믿어도 되나?
이날 김 의원이 “우리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별도로 분석하거나 검증을 한 적이 있느냐? 일본이 제공한 자료 검증한 것 말고”라고 묻자, 오 차관은 데이터를 받고 검증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일본이 제공한 데이터로 검증을 했다는 것인데, 일본이 제공한 데이터나 일본의 주장은 다 믿을 수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6년 6월 일본이 노심용융 사실 은폐에 사죄하는 사진과 기사를 제시했다. 그는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노심이 녹아내려 방사능 핵물질이 외부로 유출된 사실을 은폐했다. 그것도 두 달이나 은폐했다. 그랬다가 나중에 그게 밝혀졌는데, 그러고 나서 5년 뒤 도쿄전력이 저렇게 사죄한다. 지금도 일본과 도쿄전력이 제공한 자료 믿었다가 5년 뒤 저렇게 사죄하는 일 벌어지면 누가 책임지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번에도, 오 차관은 “IAEA가 데이터를 충분히 객관적으로 과학적으로 검증했다고 믿고 있다”라고 답했다.
오 차관의 회피성 답변에, 김 의원은 “일본 정부를 못 믿으면 IAEA는 믿겠다 이런 것인가? 그럼 IAEA 당시 자료를 한번 보자”라며 다음 자료를 제시했다. 김 의원은 회의장 화면에 2011년 3월 원전 폭발 후 IAEA 핵 안전담당 고위 관리가 기자회견을 열어서 “노심용융 징후는 없다”고 밝힌 뉴시스·로이터 보도를 띄웠다. 이어 아마노 유키야 당시 IAEA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핵연료가 손상된 양은 5%에 불과할 것이라고 추정하며 노심용융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는 당시 통신사 보도를 보여줬다. 김 의원은 “IAEA도 일본으로부터 제한된 정보를 제공받고 오판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에 대해 일본이 책임져야지 자신들이 책임질 일은 아니라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지적에, 오 차관은 “IAEA가 내용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겠다”라고만 반박했다. 오 차관은 앞서 황희 민주당 의원(서울 양천구갑) 질의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오자 “내용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보고서 활용으로 발생하는 법적 책임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IAEA는 이번 최종보고서 첫 장에서 “IAEA와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국가 또는 영토의 특정 명칭을 사용했다고 해서 해당 국가 또는 영토의 법적 지위, 당국 및 기관의 법적 지위 또는 국경의 경계에 대한 IAEA의 판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명시했다.
‘보고서를 활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과 ‘보고서 내용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없었다.
김 의원은 ‘노심용융 사실 은폐’에 이어 일본의 또 다른 거짓말을 짚었다. 그는 “일본은 후쿠시마 농수산물이 안전하다고 계속 주장해 왔다”라며 “그래서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G7정상회의와 도쿄올림픽 때 식재료로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해 후쿠시마 바다에서 잡히는 ‘세슘 생선’과 환경운동연합-시민방사능감시센터에서 일본 자료를 분석하여 발표한 후쿠시마 인근 8개 현 농수산물에서의 방사성물질 검출률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일본이 그렇게 안전하다고 주장하는데, 실제 분석결과는 이렇게 많은 세슘과 방사성물질이 검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 차관은 이 질문에 오염수를 대하는 태도와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다. 오 차관은 “거듭 말하지만, 정부는 후쿠시마 등 8개 현 수산물 수입에 대해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절대 수입을 재개할 의향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일본의 농수산물 주장은 믿을 수 없고, 오염수에 관한 일본 데이터는 믿을 수 있다는 것이냐?”라고 질타했다.